2014년 6월 17일 화요일

편안하게 대화하고 경청… '기다림의 여왕'이 되라

세 자매 영재로 키운 서안정씨의 교육법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일 터. 초·중학생인 세 자녀를 모두 영재교육 대상자로 키운 서안정(39)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일을 제외하곤 사교육을 시켜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서씨의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영재교육 비법은 뭘까.

조선일보
왼쪽부터 정하윤(셋째), 서안정, 정연수(첫째), 정현지(둘째)./

발달 느린 게 아니라 특성이 다른 것이랍니다

서안정씨는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라"며 말머리를 열었다. 아이의 행동이나 능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이는 아이 관심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서씨는 세 자녀의 한글 떼기 과정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첫째는 다양한 책을 좋아해 한글도 쉽게 배웠어요. 문제는 둘째였습니다. 첫째와 같은 방식으로 가르쳤는데 1년, 2년이 지나도 잘 습득하지 못하더군요. 낙담하고 있을 때 '아이의 관심사를 자극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둘째에게 '나비야' 등 동요를 부르며 글자와 음 하나하나를 일치시켰죠." 당시 만 5세였던 둘째 정현지(인천 부평여중 1년·인천북부교육청 수·과학통합영재원)양은 이후 한 달 만에 한글을 뗐다.

막내 하윤(인천 일신초 5년·인천대학교 과학영재원)양은 독서에 관심이 없었다. 서씨는 신문 읽기를 권했다.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습니다. 신문은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기 편해요. 독서가 중요하다고 책만 고집했다면 하윤이는 금방 공부에 흥미를 잃었을 거예요."

tip.
활자든 영상이든 자녀가 관심 있어 하는 방식으로 제공하자. 현지와 하윤이를 위해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 줬더니 쉽게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있었다.

책 읽는 것만큼 실물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서씨는 결혼 전 지인의 아이를 돌보며 실물 경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지인은 아이에게 사물인지책을 열심히 읽혔다. 책에는 오이·배추·브로콜리 등 그림과 함께 한글이 적혀 있다. 아이는 신통하게도 그림만 보고 곧잘 따라 읽었다. 이런 아이가 영재라고 생각했던 서씨의 생각이 깨진 건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갔을 때다.

"좋은 경험을 시켜준다는 생각에 오이·배추 등을 아이에게 보여 줬죠. 그런데 그림을 보고 잘 대답하던 아이가 실제 채소를 보고는 뭐가 뭔지 구별을 못 하는 거예요. 독서가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서씨는 첫째 정연수(인천 부평여중 2년·인천국제고 인문영재원)양을 비롯해 세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 줬다. 아이를 동네 산책하거나 장 볼 때 함께 데리고 다니며 일일이 설명해 줬다. 다방면에 관심 많은 첫째는 책도 두루 읽어 시너지 효과가 났다. 초등 5년에 인천으로 전학 온 연수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놨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전교 1등을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을 이미 경험해 이해가 쉬웠을 것"이라고 비결을 밝혔다.

하윤양도 서씨의 교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한번은 교내 체육대회에서 ○ × 퀴즈를 열었는데 여기서 우승한 것. '달팽이는 치아가 있는지 없는지' 등 과학 상식 위주 문제가 나왔다. "경남 거창에 있는 할머니 댁에 놀러 갔는데 비가 온 뒤 달팽이를 발견했어요. 큰언니가 달팽이를 집어서 이게 이빨이라고 보여줬어요. 직접 보니 더 신기해서 기억하고 있었죠."(하윤)

모든 교육은 대화로부터 시작

서씨네 식탁은 늘 왁자지껄하다. 밥 먹을 때마다 즐거운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난상토론이 이어지기도 하고 아이들이 고민을 얘기하기도 한다. 서씨는 "처음부터 아이들과 대화가 잘 이뤄진 건 아니었다"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수준 높은 발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번은 백일홍을 심는데 현지가 '백일홍은 꽃이 100일 동안 피는 전설이 있다'고 했어요. 대부분 학부모는 여기서 '설마 그럴까''이야기일 뿐이야'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죠. 잘 모르고 알아보기 귀찮으니까요. 그러지 말고 대화를 이어나가 보세요. 현지에게 '직접 알아보자'며 달력에 표시했더니 정말 100일 정도 꽃이 피더라고요. 대화를 일찍 그만뒀다면 아이는 이런 과학적 사실을 알 기회가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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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게 해 상상력을 높인다. 식탁 옆에 걸려있는 스케치북. 서씨가 쓴 글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낸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세 아이는 토론 문화를 배웠다. 세 아이와 엄마가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도 갖췄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고 온 날 저녁 '왜 작은 쥐가 마왕 역할을 할까?'라고 가볍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그러자 연수가 '중세 유럽에서는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유행했는데 이 병을 쥐가 옮긴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스레 현지와 하윤이도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됐죠.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더라도 기다리세요. 지금은 세 아이 모두 영재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 제 별명은 '기다림의 여왕'이었답니다(웃음)."

tip.

공연장·박물관에 방문하면 안내 책자를 꼭 가져 오자. 유물이나 등장인물에 말풍선을 그려 놓고 관련된 주요 내용이나 대사를 적어보도록 하면 경험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셋째가 영재교육원에 들어갈 때 영재성 검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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