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4일 수요일

시험 90%가 교과外 출제.. '수포자' 양산

서울 B중학교(위)와 대구 C중학교(아래)의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 출제된 수학 문제. 모두 아주 높은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로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개념을 활용해야 풀 수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어느 여행사에서는 단체로 여행을 신청할 경우 비용을 할인해 주는데, 15명 이상 30명 미만이면 10%, 30명 이상이면 20%를 할인해 준다. 회원이 30명이 안 되는 모임에서 20%의 할인을 받기 위해 30명으로 단체 신청을 했다. 그런데 여행에 3명이 못 오게 돼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해약 수수료를 지불한 뒤, 15명 이상 30명 미만의 단체 신청으로 변경했더니 더 손해가 됐다고 한다. 이 모임의 회원은 최소 몇 명인가?(2점)’
 지난해 서울 강남구 A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제다. 수학 교사들은 “문제를 이해하고 식을 세워 푸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라며 “미지수를 정하는 방법과 의미 없는 값에 대한 판단, 비율에 대한 개념을 모두 잘 다룰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극상(劇上) 난이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2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함께 전국 사교육 과열 지구 18곳의 중학교 수학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학년 교육과정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은 개념을 수학 시험 문제에 출제한 사례가 10번 중 9번에 달했다. 교육과정 성취 기준 위반 시험이 91.3%, 선행 출제 시험이 77.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걱세는 서울 강남·양천, 경기 성남시 분당,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 인천 연수, 광주 남·북, 대전 서, 울산 남구에서 각각 2개교를 선정해 지난해 1학기 중학교 2, 3학년 기말고사 수학 문제지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27명의 현직 교사가 참여했다.
 사걱세는 “분석 결과 거의 모든 시험에서 성취 기준(교과과정)을 벗어나는 문제가 발견됐고 고1 내용을 선행한 학생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다수 발견됐다”며 “학원이나 문제집을 통해 동일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풀어야만 제 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문제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2014년 9월부터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됐지만 소용이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형식적으로 위반 여부를 점검하지 말고 제대로 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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