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4일 수요일

"한국 학교에서 창의성 키우기 힘든 건 HOW 대신 WHAT을 주입하기 때문"


창의성 연구의 세계적 석학,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교수

"공통 교과과정·표준화된 시험, 학생들의 창의성 계발엔 毒
미술·문학·악기연주·스포츠… 학교 밖의 다양한 활동이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

"창의성 교육은 정답이 '무엇(WH AT)'인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HOW)' 구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정답만을 달달 외우게 하는 주입식 교육은 창의성과 가장 거리가 먼 방식이지요."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이자 창의성 연구의 세계적 석학 로버트 루트번스타인(63·사진) 미국 미시간주립대(MSU)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학교는 'HOW'를 가르쳐주지 않고 'WHAT'을 주입하는 데만 급급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엇을 외우라'고 주입하기보다 '어떻게 정답을 찾나'를 파악하게 해야 창의성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생리학 교수인 루트번스타인은 인간의 창의성, 사고력, 천재성에 대해 생리학·심리학적 접근을 한 끝에 "모든 인간은 각자 창의성을 갖고 태어나지만 이를 계발하는 것은 교육 등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지난 2014년 12월 방한해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지난 2014년 12월 방한해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이진한 기자
―학교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나.

"관찰, 상상, 분석을 할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후천적으로 창의성을 강화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등 대부분 국가의 학교 교육은 창의성 증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답에 '어떻게' 도달하는가를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학교 성적과 창의성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진짜 창의적인 인재는 학교 성적보다 자신만의 관심사, 자신만의 연구에 깊이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적어도 12명은 학교 성적이 평이한 수준이었고 IQ도 일반 대학 졸업자와 비슷하다."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저해할 수도 있나.

"학교 자체보다, 공통 교과과정과 표준화된 시험이 창의성을 죽인다. 창의(創意·creativity)란 말 자체가 '세상에 없는 새 지식'이라는 뜻이다. 기존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은 구체제 권위에 순응하는 소극적 인재를 양산한다.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창의적 인재가 나타나기 어려워진다."

―당신이 말하는 창의적 인재란 무엇인가. 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보려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 다빈치, 제인 구달(침팬지를 연구한 미국의 과학자) 등이 이에 속한다. 타고난 호기심 위에 지식과 탐구력을 갖춰 스스로 깨닫고 그 위에 새 지식을 또 쌓는 경지에 도달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전공 분야뿐 아니라 취미 활동도 활발했다는 점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다수는 학문 외에도 미술, 문학, 역사 등을 폭넓게 탐독하고 악기 연주와 스포츠 등을 즐겼다. 또 자신의 분야 외 다른 직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즉 학교 밖에서의 취미와 경험 등이 창의성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창의성 계발에 취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취미를 가꾸면서 더 마음 편히 도전하고 실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 계발은 창의성 계발과 매우 비슷하게 호기심-도전-실패-학습의 과정을 거친다.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 인재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취미를 통해 얻은 능력, 사회적 경험 등 조합이 극대화해서 탄생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예체능 쪽에 한두 개 정도 취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취미 활동을 할 때 공부의 족쇄로부터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의성이 가장 활발하게 생성하는 시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유아기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 혼자 만들어내는 놀이와 언어를 최대한 계발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줘라. 인간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극대화한다. 한 아이의 독특한 언어나 놀이 방법은 혼자 놀고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레 겪는 '창의 발현 과정'이므로 적극 장려해야 한다. 나이가 든 후에도 창의성은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젊어서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깊은 지식의 토대 위에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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