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달력엔 수학이 숨겨져 있다

시간, 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접근하며 하는 질문이 아니라, 필자가 독자 여러분에게 ‘시간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정말로 시간이라는 것이 인류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그레고리우스력을 따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은 애초부터 존재하였던 구체적인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추상적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시간도 인공적 산물의 하나라는 점이다. 시간의 흐름을 구체화한 것이 달력으로, 이제 우리의 하루하루 삶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관념의 산물인 시간에 의해서, 그리고 이를 구체화한 달력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달력에 어떤 수학의 모습이 들어있는지 살펴보자.

달력은 시간을 일, 월, 년으로 구분하는 체계이다. 달력의 기준은 천체의 순환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사회적 필요에 따라 여러 형태를 보인다. 그리스인, 로마인, 중국인, 마야인, 아즈텍인, 히브리인 모두 나름대로의 달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달력은 천체의 운행 시간과 인간이 살아온 시간 사이에 놓인 가교이며, 인간이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물인 셈이다.

달력은 천체의 운행에 근거하므로 그 기본 단위는 자연계의 규칙적 순환이다. 즉, 달력을 만들 때의 기준은 지구의 자전(하루),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공전(삭망월·朔望月), 지구의 공전(1년)이다. 이 세 가지 천체의 운행을 기준으로 삼아 달력을 만들었지만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의 천체 운행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 천체의 운행에 걸리는 시간의 배수(倍數)도 아닐 뿐더러 주기조차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이다.

그러나 인류는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제는 늘 있게 마련인데, 단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더 중요하니까. 결국 달력 제작의 역사는 이 세 천체의 운행 사이에 산술적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연계성을 어떻게 찾아내는가에 대한 인류 노력의 진행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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