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수학은 세상의 관계를 규명하는 수단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수학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수학을 배우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면 한번쯤 마음속으로 떠올렸을 법한 질문이다. 미리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조금 실망스럽겠지만 ‘그렇게 많은 양을 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보통 사람이 필요로 하며 사용하게 될 수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이미 거의 습득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동이 이 나이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수학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교육적으로 깊이 음미해보아야 할 재미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학교에서는 그렇게 많은 양의 수학을 배우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수학자들의 음모다. 미래사회에서 수학자들이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학자들(또는 수학과 관련된 사람들)의 자기방어적 논리에서 비롯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과목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수학이 인류가 낳은 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돋보이는 지식체계이기 때문에 일견 충분히 합리화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수학의 중요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앎의 독특한 방식이라는 점에 있다. 실제로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모차르트는 음악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했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앎을 표현하였다. 우리는 그의 음악을 감상하고 배우면서 그가 느꼈던 가슴으로 이 세상을 느낄 수가 있다.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그가 제시한 새로운 눈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른 동물들과 견주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고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E=mc²’이라는 공식은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 주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 억압된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인간의 행동과 성격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우리가 매일같이 꾸는 꿈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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