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아벨상 수상자 세머레디 교수, 난제 해결의 실마리는 가벼운 문제에서

세머레디 교수는 청중이 대부분 학생이라는 점을 의식한듯, 간단한 수학문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커다란 초콜릿을 64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누려면 몇 번을 잘라야 하는지 묻는 문제였다. 정답은 63번으로 다소 싱거웠지만 청
중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은 이와 같은 간단한 수학 문제로 채워졌다. 청중들의 참여가 가장 뜨거웠던
문제는 비행기 좌석 문제였다.

“비행기의 좌석이 매진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승객들이 모두 정해진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할 때, 마지막에 들어
온 손님이 자신의 자리에 앉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강연 도중에 난데없이 토론이 벌어지기까지 했지만 답은 의외로 12이었다. 허탈한 반응이 나오자, 세머레디 교
수는 그제야 출제의도를 밝혔다.

“문제의 답을 찾는 것보다 사고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흔히 수학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방대한 이론이 필요하
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핵심은 가벼운 문제를 풀다가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연 막바지에 세머레디 교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부터 수학자를 꿈꾸지는 않았다면서
심지어 대학을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든 수학에서 배운 논리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명제를 제시하면 반드시 근거를 함께 보여 줘야 하는 것이 수학의 논리입니다. 수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자산으로 수학을 활용할 날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강연 뒤 기자는 세머레디 교수와 단독으로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머레디 교수는 아벨상 수상 당시 너무 바빠 아내가 인터뷰를 대신한 적도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 거리에서 우연히 수학을 잘 하는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는 여자친구와의 약속에 늦었고, 그 땐 이미 여자친구가 집으로 가 버린 후였어요. 그래서 저와 수다를 떨게 됐는데, 그가 저를 수학의 길로 이끌더군요. 여자친구의 인내심이 강했다면 저는 아직도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겠죠.”

세머레디 교수는 기자의 미심쩍은 눈초리를 눈치 챘는지 더욱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본격적으로 수학의 길을 걷게 된 건 수학자 투란 팔을 만나면서부터예요. 그의 수업을 들으면서 수학의 매력에 푹 빠졌거든요. 그러던 중 헝가리의 대표 수학자라고 할 수 있는 폴 에르되시를 스승으로 만나게 됐어요. 수학자끼리 만나더라도 분야가 다르면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데, 에르되시와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수학자가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수학자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아벨상을 수상하게 된 비결은 뭘까. 교수는 다시 강연 이야기로 돌아갔다.

“아까 이런 말을 했어요. 가벼운 문제를 풀다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간다고요. 이게 복잡한 문제를 푸는 도화선 역할을 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작은 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크기가 되어 있어요. 우리 몸을 촬영하는 CT장비가 고등학교때 배우는 방정식에서 시작된 게 좋은 예죠.”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이 수학을 알아갔더니 어느 날 영광스럽게도 아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도 헝가리에는 자신보다 뛰어난 수학자들이 많아 아벨상이 주인을 잘못 찾은 것 같다며 겸손을 보였다. 세머레디 교수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느때보다도 확신에 찬 눈빛으로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것도 기존의 대규모 강의 형태가 아닌 한 명씩 개인적으로 말이다.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연구의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소연도 했지만, 그의 수학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아직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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