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1월 이전 SAT 문제도 유출됐을 가능성

문제은행 출제 방식이라 유출문제 알아야 부정 차단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유출 사건은 지난 2월에 터졌다. 올 1월 SAT 시험 때 일부 어학원이 온갖 '꼼수'를 써서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소문이 돌자, 검찰이 유명 어학원 8곳을 급습해 이른바 'SAT 기출문제'를 압수했다.

SAT를 주관하는 미국 민간 기관 칼리지보드는 이후 두 달 넘게 침묵하다, 지난달 30일 갑작스레 후속 조치를 내렸다. 5월 한국에서 치를 예정이던 SAT 시험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땐 처리 방식이 사뭇 달랐다. 2007년 SAT 문제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자, SAT 출제, 성적 처리 기관인 ETS는 해당 시험을 치른 한국인 수험생의 성적을 전원 취소 처리했다.

SAT 문제 유출 사건 두 건에서 2007년에는 문제가 된 시험 결과를 취소한 반면, 이번에는 앞으로 예정된 시험을 취소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SAT 출제 방식에 있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한다. 커다란 바구니에 수많은 문제를 담아놓고 시기·국가별로 돌려가면서 출제하는 식이다. 칼리지보드와 ETS는 이번에 유출된 문제 일부가 5월 한국 SAT 시험에 다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 학원들의 부정행위가 이번 한 번뿐 아니라 여러 차례 벌어졌을 가능성이 드러났다는 데 있다.

여러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올 2월 여러 학원에서 분량이 상당한 SAT 기출문제를 압수했다. 종이 시험지도 있고,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도 있다고 한다.

이는 1월 SAT 시험뿐만 아니라 그전에 치른 다른 SAT 시험 문제까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한국 학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그 결과를 축적해온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칼리지보드는 이번에 5월 시험을 취소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5월 안에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새로 시험 문안을 구성하기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증거물을 ETS에 보내 "원본과 대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칼리지보드와 ETS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게 됐다. 첫째 숙제는 일부 어학원의 문제 빼돌리기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책임을 물리느냐 하는 점이다. 둘째 숙제는 한국 검찰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향후에 또 다른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검찰은 칼리지보드와 ETS의 답신이 오는 대로,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 방해 등 혐의로 SAT 문제를 유출한 사람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