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 일요일

"국제중은 이렇더라" 엄마 8인의 솔직 토크

양질의 교육 ‘만족’… 경쟁에 내몰린 아이 ‘안쓰러워’

요즘 '공부 좀 한다'는 초등생 자녀를 둔 엄마의 목표는 단연 '우리 아이 국제중 보내기'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아이가 잘 적응할지, 비싼 학비만큼 교육 수준은 만족스러울지 등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자녀를 진학시켜본 학부모는 국제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재학생과 (올 2월) 졸업생 학부모 각 4인씩 총 8인의 경험담을 재구성했다(최대한 솔직한 얘길 듣기 위해 인터뷰는 전원 익명으로 진행했다).

◇우수한 콘텐츠… "학비 안 아깝다"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는 입을 모아 "국제중은 양면성을 지닌 학교"라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이 모여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건 매력적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건 단점'이란 식이다. "풍족한 가정 환경 덕에 해외여행·조기유학·어학연수·체험학습 등 다채로운 경험을 쌓고 온 아이가 많아요. 그렇지 못한 아이는 입학 초기부터 문화적 충격이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기 쉽죠. 반면, 그런 아이들을 통해 (세상 보는) 안목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장점이 될 수 있어요."(졸업생 학부모 A씨)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학부모 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분은 단연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분기당 180만원(기숙사비 제외)에 이르는 비싼 학비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응답자가 꽤 됐을 정도. "국제중에선 모든 수업이 '읽고 쓰고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학교 시험에도 서술형(혹은 에세이형) 문제가 나와요. 그 덕에 아이의 논리적 사고력이 몰라보게 향상됐어요. 글쓰기·발표·프레젠테이션·토론 등 어떤 형태의 표현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고요. 졸업시킨 후 '최소한 영어 사교육은 안 시켜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졸업생 학부모 B씨)

◇결국 자기주도학습력이 성패 좌우
국제중과 관련, 가장 흔한 인식 중 하나는 '사교육의 온상'이란 것이다. 하지만 응답 학부모 중 상당수는 "오히려 국제중이야말로 자기주도학습력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여부는 전적으로 부모 선택이에요. 실제로 금요일 밤 아이를 기숙사에서 데려가 주말 내내 사교육 시키는 부모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사교육 시켜도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르는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합니다."(졸업생 학부모 C씨)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까지 잘 챙겨주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교육 시킬 시간이 부족한 건 좀 못마땅해요. 방과후 수업까지 마치면 오후 5시가 훌쩍 넘거든요. 학교 과제나 수행평가 준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대입까지 내다보면 '맞춤형 사교육'이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없어 아쉽죠."(재학생 학부모 D씨) "국제중에 다니며 사교육 받는 아이는 갈수록 느는 추세예요. 하지만 '내신 대비용'이라기보다는 수학이나 영어 디베이트 등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내신 관리는 아이 스스로 챙겨야죠."(재학생 학부모 E씨)

◇입학 후 몇 달은 "죽은 듯 지내야"
국제중엔 '초등학교 때 공부깨나 했다'는 아이가 모인다. 전교 1등은 우습던 초등생 시절을 떠올리며 행동하다가는 금세 "나댄다"는 소문이 나기 십상이다. 이와 관련, C씨는 "오죽하면 부모들이 아이에게 '첫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기 전까진 죽은 듯 지내라'며 주의를 주겠느냐"고 덧붙였다. 자녀가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를 인정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린다. 졸업생 학부모 F씨는 "친구 말 한마디에도 쉬이 상처받는 아이라면 국제중엔 보내지 마라"고 충고했다. "누가 '아이를 국제중에 다시 보내겠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No)'예요. 똑똑하긴 한데 (중학생다운) 순수함은 없다고 해야 할지…. 겉과 속이 다른 아이도 많고요. 친구 말 한마디에도 그 의미를 몇 번씩 곱씹어봐야 하죠. 그 틈에서 버티다 보니 제 아이도 애어른이 다 됐어요. 보기 안쓰러울 정도죠."

◇'붙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금물
몇 해 전부터 국제중 입시가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바뀌며 자녀 실력에 아랑곳없이 '묻지마 지원'을 감행하는 학부모도 늘었다. 재학생 학부모 G씨는 "원서 쓰기 전 자녀가 '미국 중학교 교과서를 이해한 후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영어로 말할' 수준이 되는지부터 평가하라"며 "아이 실력을 무시한 채 억지로 보내면 돈은 돈대로 버리고 아이만 고생한다"고 충고했다.

"국제중은 '영어로 배우는' 곳이지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에요. 전 과목(국어·국사 제외)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시험도 영어로 치러야 하죠. 일례로 우리 아이 학교에선 지난 중간고사 때 영어 시험8개 문항 전부가 에세이형 답안을 요구했어요."(재학생 학부모 H씨)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들이지 못한 아이도 '요주의 대상'이다. 진학할 국제중이 기숙형 학교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제중은 정말 자유분방해요. 기숙형인 경우 부모 간섭도 없죠. 개인용 PC나 휴대전화까지 허용돼 자기통제력 없는 아이는 매일 게임만 하며 보낼 수도 있어요. 아이 성향이나 공부 습관을 잘 살핀 후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F씨)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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