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3일 월요일

치열한 외고 입시 경쟁, 난 이렇게 뚫었다

"원서 읽기를 밥 먹듯… 영어는 '성실함'이 해법이죠"



외국어 관심·흥미 놓지 말 것
부담 떨치고 즐길 줄 알아야
면접 땐 자신감·순발력 도움
지난해 말 치러진 2014학년도 외국어고등학교 입시에서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입시의 일반전형 평균경쟁률이 2대1을 넘어서면서 지원자 수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재현된 외고의 인기몰이는 정시가 확대되면서 수능시험이 보다 강화된 대입제도와 문과생에게 의대 지원을 허용한 서울대 입시안 변화 등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당당히 뚫은 서울 및 경기지역 외고 합격생들은 어떤 비결이 있을까.

>> 대원외고 합격 김진
김진(16·서울 청운중 3)군은 외국에서 유학한 적도, 변변한 영어학원에 다닌 적이 없음에도 겁 없이(?) 영어과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가 말하는 비결은 '성실성'이다. 초·중학교 내내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다는 것이다.

"늘 학교에서 임원을 맡아 활동했어요. 농구부와 도서부에 가입해 동아리 활동도 했고요. 초등학교 때는 보드게임을 좋아해 멘사 셀렉트게임 세계 대회에도 출전하고, 중 3 때는 중부교육청 영재원에서 수업도 받았습니다. 내신은 1학년 때는 10등 정도였지만, 점점 성적이 올라 2·3학년 때는 전교 4~5등을 유지했지요. 이런 다양한 노력이 저를 친구들보다 경쟁력 있는 지원자로 만들어줄 거라 확신했어요."

그는 중 2 때부터 외고 진학이라는 꿈을 키웠다. 대원외고 선배들이 쓴 책을 보고 그들의 학교생활을 동경하게 된 것. '다국적 기업에서 활동하는 마케팅 전문가'라는 장래희망과도 일반고보다는 외고가 적합할 것 같았다. 그는 일단, 영어 공부에 힘썼다. 김군은 "일단 서류전형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영어 내신에서 우수한 성적이 밑바탕 돼야 하기 때문에 수업 때 충실하며 영어 내신을 잘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고 지원할 때 가장 염두에 둘 것으로 '외국어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외국어에 관한 깊이 있는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인 만큼 외국어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 김군은 "순수 국내파이지만 어렸을 때 영국문화원과 영어도서관을 자주 가면서 외국인을 자주 만나고, 영어책도 많이 보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강조했다.

>> 한영외고 합격 신예슬

신예슬(16·서울 방산중 3)양은 일찍부터 외고 진학을 꿈꿨다. 언론사 특파원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일곱살부터 열살까지 3년간 국제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접한 신양은 난도 높은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외고 영어과에 지원했다. 국제적인 인권변호사가 장래희망이라는 그는 "진로 계획을 일찍 세운 다음에는 여러 외고를 분석하며 지원할 곳을 정했다. 재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든 전문인 직업 특강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한영외고를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어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했다. 일본에서 돌아와서는 미국 교과서를 살피며 영어의 감(感)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초등 고학년 때는 부족한 문법을 익히는 식으로 공부했다.

"국제학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말하면서 회화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문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어 문법책을 혼자 읽으며 실력을 쌓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로 '면접 전형 때 떨지 않은 것'을 꼽았다. 신양은 면접을 치르기 한 달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일단 면접 때 기초 자료가 되는 자기소개서를 충실하게 작성하고, 하루에 10분 이상 꼬박꼬박 거울을 보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자신감 있게 면접을 치렀다는 신양은 "면접은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정보가 사실인지를 묻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짓 없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 경기외고 합격 길혜온

길혜온(16·경기 늘푸른중 3)양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 1 때까지 1000권에 이르는 원서를 읽으며 영어 실력을 키웠다.

"영어 학원을 추천받아 다녔지만, 제게 맞는 학원을 찾을 수 없었어요.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죠. 그보다는 해리포터 시리즈 등 재미있는 이야기로 된 영어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좋았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읽어나갔죠. 그렇게 한 두권씩 읽자 자연스럽게 모르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됐고, 독해 능력도 높아졌습니다. 조금씩 난도 높은 책으로 옮겨가자 어느새 1000권이 가까워지더라고요."

그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국어능력인증시험(ToKL)에 응시해 3급을 따고, 토플(iBT)도 지원해 110점을 받았다. 최근에는 디베이트 학원에 다니면서 어려운 시사이슈를 놓고 또래들과 영어로 의견을 교환하는 재미에 빠졌다. 길양은 "단순히 영어 책을 읽고 말하는 것보다 디베이트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면 말하기 실력은 물론이고 배경지식까지 넓힐 수 있어 일석이조다.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하며 순발력을 기른 덕분에 면접 때도 막힘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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