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 받쳐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뿔로 나무를 치받는 코뿔소, 다른 동물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물이 충분한데도 누구 하나 연못에 다가오려 하면, 라이벌 코뿔소가 눈 덮인 산꼭대기에 먼저 도전해 보겠다며 초원의 뉴스메이커로 떠오르면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분노와 질투로 나무를 찔러대는 사이 외려 뿔이 부러지고, 온갖 상처를 입는 것은 코뿔소 자신일 뿐이다.
그렇게 설익은 어린 코뿔소가 농익은 할아버지 코뿔소와 구원의 꿈을 이루려 바다로 향하는 여정에서 마침내 ‘편안한 삶의 길은 바로 자기와의 대결투를 멈추는 길’임을 찾아낸다. 어린 코뿔소는 ‘상대가 남에게 보여지기 원하는 대로 상대를 바라봤더니 상대의 눈이 기쁨으로 빛나면서 자신의 마음도 편해짐’을 깨닫는다.
항상 그렇듯이 우화 한 권에서 모든 진리를 깨달을 수는 없다. 과학 논문이 아닌 바에야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진리가 그 안에서 불쑥 나오기도 힘들다. 다만 읽으면서 잠시, 아니면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삶의 편한 방식이거나 진리를 다시금 성찰해 볼 기회를 가질 뿐이다. 셍텍쥐뻬리의 ‘어린왕자’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로 치면 너무 채우려 하면 오히려 모든 것을 잃고 만다는 ‘계영배’의 가르침이 들어있다. 범람한 강물에 몸을 맡기는 소는 살고, 살기 위해 물을 거슬러 저항하는 말은 죽는다는 ‘우생마사’의 교훈이 들어있다.
다행히도 ‘내 안의 코뿔소’를 없앰으로써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꿈’은 꿈귀신도 절대로 빨아먹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한 방울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코뿔소=올리버 반틀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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