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4일 토요일

학벌 사회’ 수치로 입증됐다

정부기관 첫 종합보고서… 교육·노동시장 입체 분석

‘학벌 따른 차별’이 성·연령·출신지 차별보다 더 커

한국 사회에서 학벌에 따라 받는 차별이 성별이나 연령, 출신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학벌은 취업·임금·승진(승급)과 사회생활·일자리 만족도에 직접 영향을 미쳤고, 상위권 중·고교생이 더 많이 사교육을 받고 재수를 더 많이 선택하는 이유로도 학벌이 꼽혔다. 한국의 노동시장과 입시, 대학 교육을 왜곡하는 근저에 ‘학벌 사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노동시장 신호와 선별에 기반한 입시체제의 분석과 평가(2013.5. 김영철·김희삼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동시장·입시·대학 교육에 대한 조사 자료와 추이를 재분석해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는 학벌 사회를 입체적·종합적으로 그려낸 정부기관의 첫 보고서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에서 성공·출세 요인으로 ‘학벌과 연줄’을 꼽은 학부모의 비율은 2006년 33.8%에서 2008년 39.5%, 2010년 48.1%로 급증하고 있다. 차별 경험이 있는지 물어본 한국노동패널의 7차(2004년) 조사에서 학벌은 취업 차별 경험자의 43.8%로 1위였다. 임금 차별의 47.5%, 승진 차별의 49.1%, 사회생활 차별의 47.2%도 학벌을 가장 많은 이유로 꼽았다.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와 일자리 만족도에서도 학벌과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중졸 이하에서 상위권 대학까지 7단계로 학벌을 나눠 조사한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권 대학의 일자리 만족도(47.9%)는 중졸 이하(10.5%)의 4배가 넘었고,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도 2배 이상이었다.

‘학벌 효과’는 대학 서열화 구조를 낳고 입시와 대학 교육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일수록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중·고에서 성적 상위 20% 학생은 하위 20% 학생보다 사교육에 24만2000원을 더 쓰고, 매주 2.6시간을 더 했다. 수능 1등급 학생 중 재수생은 40.2%로 나타나 9등급(13.2%)의 3배에 달했다. 공부가 부족하거나 못해서 재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재수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그 이유로 대학 서열화로 특징되는 학벌 효과가 지목된 셈이다. 대학 1학년생의 자습 시간은 고교 1학년생의 52.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의 입구(입시)만 과열되면서 정작 대학 교육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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