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학부모들의 어린 시절 방학은 어땠을까. 방학 숙제는 제쳐두고, 친구들과 노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다르다. 예전 방학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기 중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요즘 학생들의 현실이다. 서울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는 보충수업을 하고 있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조차도 각종 자율학습, 보충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방학기간에도 학교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후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는다. 아이들의 방학시간표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 거의 공부하는 것으로 일과가 채워진다. 어렸을 때부터 ‘파김치 인생’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정규수업 일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사교육 시간도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것도 모자라 방학에도 보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방학이면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뒤처진 과목을 보충하고, 잘하는 과목은 선행학습을 시키기 위해 방학 내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학부모들조차도 방학은 골치 아픈 대상이다. 방학 동안 어떤 공부를 시킬지, 어느 학원에 보낼지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부모들 사이에 ‘겨울방학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한 교육업체의 조사결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선행학습 때문에 ‘자녀의 겨울방학이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선행학습은 고스란히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다른 아이들도 다 하고 있는데, 자기 아이만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기에 바쁘다.
방학 때만 되면 어김없이 선행학습 열풍이 분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교육 공약으로 내걸었던 ‘선행학습 금지 정책’ 관련 법안은 지난해 4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잠자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정치 현안으로 대치하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는 바람에 관련 법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과도한 선행 학습으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교육 부담 감소는 역대 모든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다. 현 정부 역시 사교육비 경감을 통한 창의교육을 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아직 별로 없다.
창의ㆍ인성교육의 시작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방학부터 되돌려주는 것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방학은 곧 탐색과 탐구의 시간이 돼야 한다. 방학 중에라도 과외ㆍ수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 과다한 숙제와 학원수강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과 목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헤럴드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