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보면 창의력도 ‘쑥쑥’ 핀란드 헬싱키의 공공 예술교육기관인 안난탈로에서 아이들이 강사와 함께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안난탈로의 강사들은 기능과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안난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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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와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 북유럽 핀란드의 다른 수식어는 교육 강국이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5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1위를 단골로 차지하는 나라다. 핀란드 정부는 ‘모든 학생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모토 아래 공교육에 중점을 둔다.
핀란드의 문화예술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 헬싱키에는 대표적인 공공 문화예술 교육기관인 ‘안난탈로(Annantalo) 아트센터’가 있다. 헬싱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핀란드 예술교육의 ‘못자리’인 안난탈로를 최근 방문했다.
● 창의력 교육은 떡잎부터
안난탈로는 헬싱키 시내 중심 토페리우크센가(街)에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홍보담당 카이사 케투넨 씨는 기자 일행을 우선 화장실로 안내했다. 안난탈로에는 8개의 화장실이 있는데, 각각의 벽면은 바다 새 사람 산 숲 등을 상징하는 타일 공예로 꾸며져 있었다. 안난탈로 수강생들이 도예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3년 전 제작한 것인데 공예의 수준이 상당했다.
3층 규모의 안난탈로에는 회화 사진 비디오 아트 연극 등의 수업을 위한 50여 개 방이 있다. 헬싱키 시내에는 발레와 음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7개 예술센터가 있지만 종합예술센터는 이곳이 유일하다. 시가 운영하는 안난탈로에는 0세부터 18세까지 연간 약 6000명이 찾는다.
주 고객은 초등학생이다. 헬싱키에는 약 120개 초등학교 2000여 학급이 있는데, 매년 200학급 이상이 이곳에서 예술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도 수업이 가능하지만 뛰어난 시설과 강사진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것이다. 유치원, 학교 수업과 연계된 활동은 무료이고, 1년에 150유로(약 21만 원)를 내면 방과후 활동으로 듣고 싶은 강좌는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안난탈로의 2012년 예산은 약 2500만 유로(약 359억 원)이다. 1년 수강생 6000명의 1인당 교육비가 약 4166유로(약 600만 원)인 셈이다.
● 이곳에 들어오면 모두 예술가
방학 때여서인지 안난탈로는 한가로웠다. 2층 미술교실에서는 중학생 7, 8명이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안나 소타마 양(15)은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게임보다 재밌다”고 했다.
안난탈로의 교육은 개인의 창의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강사 50여 명은 학생의 창작활동을 돕지만 간섭하지 않는다. 중등과정 회화 강사인 엘리사 소르바리 씨는 “이곳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따로 없다. 아이가 미술 활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항상 인지하도록 하는 게 내 임무”라고 했다.
다른 특징은 전문가 수준의 예술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교육은 ‘5×2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회당 2시간씩 주 2회, 총 5주간 진행한다. 신청자가 몰려도 한 강좌에 10∼12명을 넘지 않는다.
케투넨 씨는 “우리는 최고 수준의 재료를 쓴다. 여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나 최고의 예술가가 된다”고 했다. 그는 올해 사진 수업의 필름 재료비만 2만5000유로(약 3600만 원)를 썼다고 했다.
유네스코는 2006년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문화예술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한국도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으로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한 초·중등 예술교육활성화 기본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에르자 메흐토 안난탈로 교장은 “안난탈로가 디자인 강국 핀란드에서 창의력 향상에 일조를 했다고 본다. 헬싱키 사람들은 성인이 돼서도 안난탈로의 추억을 떠올린다. 여기에서 새긴 창의력의 유전자가 평생을 가는 셈”이라고 했다.
▼ 가구… 주방기구… 전세계 휩쓰는 ‘핀란드 스타일’ ▼
1인당 GDP 5만달러 비결은
‘알바르 알토’의 의자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 디자인 경쟁력 순위’에서 핀란드는 2002년 1위, 2005년 7위, 2010년 5위에
올랐다. 국토 면적의 10%가 호수, 75%가 산림이고 특별한 천연자원도 없지만 디자인 산업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GDP)은 4만7495달러에
이르는 선진국이다.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알바르 알토(1898∼1976). 그는 모국의 풍부한 목재와 곡선을 활용한 디자인 세계를 선보였다. 가구회사 ‘아르테크’를 설립해 핀란드의 자연 환경에서 모티브를 딴 가구와 인테리어용품을 제작했다. 이 밖에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주방 기구 ‘피스카르스’, 유리와 자기로 만드는 주방용품 브랜드 ‘이탈라’, 침구와 직물류로 유명한 ‘마리메코’ 등이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브랜드다. 핀란드 스타일은 최근 불고 있는 친환경 실용주의 경향과 맞물리며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아이디어만 갖고 오세요… 상품화 책임집니다” ▼ 알토대 ‘스타트업 사우나’ 프로그램… 9주 코스 거친후 360억원 매출도
핀란드의 명문 알토대는 창의력을 상품화하는 데도 모범이다. 알토대는 2010년 헬싱키경제대, 헬싱키기술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 등 3개 국립대를 합쳐 만든 신생 학교.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문인 이 학교는 ‘스타트업 사우나’로 유명하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과 기업가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과정은 이렇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이 스타트업 사우나에 지원한다. 학생, 교수, 기업가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기업가들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이 브리핑 회의는 매주 목요일 열리는데 기업가들은 발표를 듣고 상품화 여부를 판단해 학생과 계약한다. 3년 전 시작된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히트 상품도 여럿 나왔다. 스펀지로 주위를 감싸 안전하게 던지고 받을 수 있는 마이크, 대나무 섬유로 만든 아기 옷,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 액정 클리너 등이 스타트업 사우나에서 나온 상품들이다. 지난해 여름 9주간 열린 스타트업 사우나의 특별 프로그램에서는 10여 개의 상품이 개발돼 총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홍보담당 엘리나 우텔라 씨는 “스타트업 사우나는 학생들의 참신한 접근법으로 기업 문화와 사고방식을 향상시키려는 데서 출발했다. 창의력을 높이는 비결은 기업가와 학생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문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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