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일 토요일

서울 자사고, 이과 학급이 57%… 강남-양천구 이과 비율 높았다

서울 228개 인문고 3학년 학급 조사

동아일보
과학실험 수업을 받고 있는 고교 이과 학생들. 최근 어려운 수학과 과학 과목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입과 취업에 유리한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DB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대다수 학생들은 고1 때 문과 또는 이과를 선택한다. 이 선택에 따라 공부해야 할 과목, 대학 전공, 향후 직장까지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의 취업률이 낮아지고 이공계가 각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교 문·이과 선택에도 영향을 미쳐 이과 선택자가 늘고 있다.


동아일보

○ 자사고는 이과 강세

동아일보가 2015년 현재 서울시내 인문계 고교(특목고 제외)의 계열별 학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228개 고교의 3학년 학급 수는 문과 1436개(61%), 이과 926개(39%)였다. 하지만 학교 유형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고의 경우 3학년 학급 수는 문과 1326개(63%) 이과 780개(37%)로 문과가 압도적인 반면 자율형사립고 24곳(계열 없이 운영하는 하나고 제외)은 문과 110개(43%) 이과 146개(57%)로 이과가 더 많았다. 특히 전체 학교 중 문과보다 이과가 더 많은 학교는 25곳이었는데, 이 중에서 16곳이 자사고였다.

동아일보

일부 자사고의 경우 2학년 문과는 줄이고 이과는 늘리는 추세라 내년에는 고3의 이과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과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인 휘문고는 3학년 문과 4개, 이과 9개 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2학년은 문과 3개, 이과 10개 반이 편성됐다. 세화고도 3학년은 문과 4개, 이과 8개 반이지만 2학년은 문과 3개, 이과 9개 반을 편성했다.

지역별로는 중구, 강남구, 양천구가 이과 학급 비율이 높았다. 중구는 인문계 고교가 5곳에 불과한데, 이들 학교의 문·이과 학급이 대체로 고르게 편성됐다. 이른바 ‘교육특구’라 불리는 강남구와 양천구는 학원이 밀집해 있으며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강남, 양천구는 자사고뿐만 아니라 자사고 인근의 일반고에서도 이과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의 단대부고, 중산고, 양천구의 강서고, 양천고 등이 일반고이면서도 이과 비율이 높은 학교다.

○ 이과가 진학, 취업에 유리

이과 선호 현상은 최근 몇 년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2010∼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현황을 보면 이과(과학탐구영역 선택자) 비율은 36.1%에서 40.9%로 늘었다. 이는 문과 졸업 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학과들이 대학 구조조정의 타깃으로 거론되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은 문과계열 40.8% 대 이과계열 59.2%로 나타나기도 했다. 문과 학생들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문레기(문과쓰레기)는 답이 없다” 등의 자학적인 말을 유행처럼 사용하는 이유다.

이과가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점도 이과 선호의 또 다른 배경이다. 수능 응시 인원은 6 대 4 정도로 문과가 많은데, 3개 대학의 2016학년도 모집인원은 문과계열이 4660명, 이과계열이 4870명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대, 치대, 한의대 모집인원이 3600명에 달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 중 상당수가 지방 의·치·한의대로 빠져나간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에 이과가 더 수월한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사고나 강남, 양천 등에서 이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대 합격자 수가 증가한 학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과생이 늘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진학 실적에 민감한 자사고와 교육특구 학교들이 이과 확대를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과 선택률이 낮은 학교들은 고심하는 모습이다. 서울 A여고 정모 교사는 “여학생들은 여전히 어려운 수학에 대한 부담으로 이과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시키려면 이과가 유리하기 때문에 상담할 때마다 이과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