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일 토요일

"수학 개선안, 수포자 줄이기엔 역부족"

학부모ㆍ교육단체들 지적

"일부 학년은 학습 부담 되레 늘어"

교육부가 ‘쉬운 수학’ 정책 기조에 따라 1일 ‘2015 개정 수학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했지만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은 이른바 ‘수학포기자’를 줄이기에엔 부족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미적분 등 최고난도 내용이 교육과정에 그대로 남았고, 일부 학년은 오히려 학습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정부의 수학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현재 교육과정과 비교하니 초등학교 수학 부담은 전혀 줄지 않았고, 중학교 3학년과 고교 문과 계열은 오히려 10% 가량 학습량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과정 개발연구진이 기존 중3과 고1에서 분산해 배우는 ‘이차함수 최대값과 최소값’을 중3 과정에 몰아넣었다”며 “이는 ‘어려운 내용은 상급 학년으로 올리라’는 교육과정 개발 권고 사항을 위배한 것”이라 지적했다. 또 중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영역인 ‘기하 도형의 형식 논증’도 그대로 교육과정에 남았다.

고교 과정에서는 문과 계열 학과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에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부분이 추가됐다. 최고난도 수학인 미적분Ⅱ와 기하도 남았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포럼 대표는 “통합수학에서는 미적분이 빠졌지만, 선택과목인 수학Ⅱ에 일부 내용이 있어 인문계 학생도 배울 가능성이 크다”며 “미적분은 ‘진로 선택’ 과목으로 두거나 대학 과정으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학업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ㆍ흥미도는 최하위권이었다. 때문에 정부는 수학이 싫은데도 학생들이 암기식으로 억지로 공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학 학습량 20% 경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수학 학계 교수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과정 연구진들이 자신들이 속한 학계의 이해관계를 의식해 수학 학습 내용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정 개발에 참가한 한 연구원은 “연구진 대부분이 학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교수들이어서 교과서 내용을 줄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만약 한 교수가 미적분을 빼면 ‘미적분을 뺀 교수’로 학계에 낙인찍혀 아무도 총대를 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연구진들이 대학 선후배, 교수와 제자 관계로 얽혀 있어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수일 대표는 “교육부가 학습 내용 감축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할 사람들이 연구진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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