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빌 게이츠 같은 인물 두 명만 나와도 대한민국이 먹고살 수 있다"

돈을 잘 써야 한국 經濟가 산다

중소기업인 두양의 오정택 회장은 35년 전부터 옷에 다는 단추를 만들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두평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 돈도 제법 벌었다. 오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배우지 못해 유인원으로 살던 내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로 바뀐 것'은 한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 강의를 들은 뒤였다. 그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중국 철학)의 강의를 들은 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식 교육으로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태어나기 어렵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데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오 회장은 서울 가회동에 갖고 있는 한옥을 '건명원(建明園)'이라는 인재 양성 기관으로 개조했고, 운영 자금으로 100억원을 내놓았다. 돈과 장소는 자신이 제공하지만 '누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국내 석학에게 일임했다. 최진석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라틴어와 히브리어를 전공한 배철현 서울대 교수(종교학)를 운영 책임자로 모셨다.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뇌과학)와 정하웅 교수(물리학), 서울대 주경철 교수(서양사), 국민대 김개천 교수(건축 디자인)가 참여했다. 오 회장의 아들은 동네 시장에서 빈대떡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내가 그랬듯 자식도 내 도움 없이 알아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택 회장처럼 어렵게 모은 재산을 인재 양성에 선뜻 내놓는 기업인이 의외로 많다.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은 전 재산 8000억원을 교육 재단에 기탁했다. 그는 "빌 게이츠 같은 인물 두 명만 나와도 대한민국이 먹고살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기업인에게는 돈 버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제는 '돈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도 기업인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얼마 안 되는 대한민국의 자원을 기득권층의 노후 자금으로 쓸 것인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젊은 인재에게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소비 침체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증세를 보이고 있다. 30년 전 일본이 장기 침체에 들어간 상황과 비슷하다. 대외적으로는 수출 기업이 엔화 폭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아우성을 치고 있다. 돈을 미친 듯이 찍어내던 미국은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 달러를 대거 회수할 예정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우리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까?

더 걱정되는 것은 중국 변수다. 중국은 조정 한 번 없이 수십 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버블은 언젠가 반드시 터질 것이고,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장치 산업도 한계에 직면했다. 반도체·석유화학·정유·조선·철강·자동차 산업은 물레방아처럼 이익이 나면 고스란히 재투자해야 돌아가는 구조다. 문제는 중국이 우리보다 더 큰 규모로 장치 산업에 투자하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을 세계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 항상 갈망하고 바보짓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가진 인재가 해답이다. 그리고 젊은 꿈나무에게 지혜와 뜻을 펼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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