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물공장에서 만든 에볼라 치료제
이번 에볼라 사태는 바이오 분야에서 ‘식물공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의 작은 바이오 제약사가 만든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 때문이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단일클론항체(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 3개를 혼합해 만든 일종의 칵테일 치료제다. 물론 지맵이 정말 에볼라 치료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맵을 투여 받은 미국인 두 명이 빠르게 낫고 있지만, 아직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원숭이 실험에서만 치료효과가 확인됐을 뿐이다. 다만 분명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지맵은 ‘식물공장’에서 만든다. 그동안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식물은 주목받지 못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항체를 직접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동물에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나오는 항체를 의약품으로 가공해 사용했다. 하지만 지맵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식물공장에서도 항체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식물공장은 동물공장보다 장점이 많다. 일단 비용이 싸다. 또 실험과정에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될 우려가 없어 안전하다. 수송이나 보관도 편리하다. 다만 식80물세포로 생산한 항체에는 자일로오스 같은 식물에만 있는 당이 붙어 있어 사람에게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지맵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본격적인 식물공장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지맵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먼저 쥐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다. 쥐에게서 얻은 항체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은 뒤 담배세포 속으로 집어넣는다. 에볼라 항체를 생산한 담뱃잎을 갈아서 항체를 추출하면 끝이다(자세한 과정은 81쪽 참조). 지맵은 이런 방법으로 생산한 3가지 서로 다른 항체를 섞었다. 1개는 에볼라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고, 나머지 2개는 바이러스의 복제 및 증식을 억제한다. 지맵이 주목받으면서 식물공장으로 만드는 또다른 항체의약품 연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담배를 이용해서 여러 항바이러스 및 항암 항체치료제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에볼라 항체치료제 개발도 곧 시작할 계획으로 치료제 생산과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에볼라가 아시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에볼라 치료제 생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 플라스미드로 만든 에볼라 백신
플라스미드는 고리 모양으로 생긴 DNA인데 다른 세포 속에 들어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방법은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플라스미드에 끼워 넣어 세포 속으로 집어넣으면, 플라스미드는 끊임없이 당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인체는 이것을 보고 항체를 만들어 면역력을 키운다. 바이러스에 비해 에볼라 단백질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플라스미드의 장점이다. 또 에볼라의 유전자를 조각 내 넣기 때문에 안전하다.
DNA형 백신은 ‘아프리카 맞춤형’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가난한 지역이다. 바이러스형 백신은 운반체인 바이러스의 껍질이 지질과 단백질로 돼 있어 열에 취약하다. 백신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냉장고를 들고 가야되는 셈이다. 반면 DNA형 백신은 50℃ 이상에서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 더위에 강하다. DNA형 백신은 값도 싸다. 에볼라에 위협받는 사람 대부분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원주민인 걸 생각하면 큰 장점이다. 백신으로 에볼라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인간은 에볼라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
PLUS | 에볼라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다르다
우리가 어릴 때 보건소에서 맞은 예방접종은 대부분 ‘생(生)백신’이다.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같은 바이러스를 독성만 약화시켜 산 채로 몸에 집어넣은 것이다. 바이러스를 열이나 포르말린으로 죽여서 몸에 집어넣는 ‘사(死)백신’보다 효율이 좋아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생백신에도 약점이 있다. 에볼라나 천연두처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를 다룰 때, 자칫 잘못해서 환자의 면역계가 백신을 이겨내지 못하면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효율도 높으면서 독성을 완전히 제거한 백신은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백신이 본문에 언급된 유전자재조합백신(바이러스형, DNA형)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서 세포 속에 직접 넣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이번에 임상시험까지 하게 됐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