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인간에겐 아직 두 개의 무기가 남아 있습니다


3. 인간에겐 아직두 개의 무기가 남아 있습니다 인류는 에볼라를 이길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가 에볼라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미국 정부는 동물실험 중이던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을 최근 아프리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DNA백신의 임상시험을 9월부터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치료제·백신 개발에번번이 실패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이번엔 과학자들이 ‘식물’과 ‘플라스미드’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중앙대 고기성 교수가 개발한 항바이러스 및 항암치료항체를생산하는 담배식물




1 식물공장에서 만든 에볼라 치료제

이번 에볼라 사태는 바이오 분야에서 ‘식물공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의 작은 바이오 제약사가 만든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 때문이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단일클론항체(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 3개를 혼합해 만든 일종의 칵테일 치료제다. 물론 지맵이 정말 에볼라 치료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맵을 투여 받은 미국인 두 명이 빠르게 낫고 있지만, 아직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원숭이 실험에서만 치료효과가 확인됐을 뿐이다. 다만 분명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지맵은 ‘식물공장’에서 만든다. 그동안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식물은 주목받지 못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 항체를 직접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동물에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나오는 항체를 의약품으로 가공해 사용했다. 하지만 지맵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식물공장에서도 항체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식물공장은 동물공장보다 장점이 많다. 일단 비용이 싸다. 또 실험과정에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될 우려가 없어 안전하다. 수송이나 보관도 편리하다. 다만 식80물세포로 생산한 항체에는 자일로오스 같은 식물에만 있는 당이 붙어 있어 사람에게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지맵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본격적인 식물공장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지맵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먼저 쥐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다. 쥐에게서 얻은 항체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은 뒤 담배세포 속으로 집어넣는다. 에볼라 항체를 생산한 담뱃잎을 갈아서 항체를 추출하면 끝이다(자세한 과정은 81쪽 참조). 지맵은 이런 방법으로 생산한 3가지 서로 다른 항체를 섞었다. 1개는 에볼라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고, 나머지 2개는 바이러스의 복제 및 증식을 억제한다. 지맵이 주목받으면서 식물공장으로 만드는 또다른 항체의약품 연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담배를 이용해서 여러 항바이러스 및 항암 항체치료제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에볼라 항체치료제 개발도 곧 시작할 계획으로 치료제 생산과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에볼라가 아시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에볼라 치료제 생산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지맵의 개발사인 맵 바이오텍은 식물공장을이용해 단일클론항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맵의 개발사인 맵 바이오텍은 식물공장을 이용해 단일클론항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 에볼라 당단백질을 세 부분으로 쪼개 쥐에 주입한다.
  2. 쥐의 B세포가 반응해 항체를 생산한다.
  3. B세포를 암세포와 융합시켜 잡종세포를 얻는다. 잡종세포는 각 당단백질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를 생산한다(단일클론항체).
  4. 잡종세포의 항체 유전자를 플라스미드(재조합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는 원형의 DNA. 다른 세포 속에서 스스로 복제하거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에 끼워 넣는다.
  5. 재조합 플라스미드를 아그로박테리움이라는 세균 속으로 옮긴다.
  6. 식물을 수조에 넣고, 수조를 진공 상태로 만들면 아그로박테리움이 담배의 세포 안으로 이동한다.
  7. 아그로박테리움은 담배세포 속에서 에볼라 항체를 생산한다.



2 플라스미드로 만든 에볼라 백신

 
플라스미드로 만든 에볼라 백신
에볼라에 걸렸다면 지맵 같은 치료제가 필요하다. 에볼라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백신이다. 백신을 통해 면역력을 갖춘 사람은 아무리 에볼라가 공격해도 끄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에볼라 백신을 빨리 만들어 주사하면 되지 않는가.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생백신은 에볼라나 에이즈 같은 치명적 질병에는 섣불리 사용하기 어렵다. 좀 더 안전한 백신이 없을까. 과학자들은 처음에 바이러스형 백신을 생각했다.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에볼라의 유전자 일부를 넣어 우리 몸에 넣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체세포를 이용해 우리 몸 안에서 에볼라의 당단백질을 만들면 우리 몸은 그것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면역력이 생긴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번번이 실패한 과학자들은 두 번째 대안을 생각해냈다. 이번에 9월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DNA형 백신, 다른 말로 플라스미드 백신이다.

플라스미드는 고리 모양으로 생긴 DNA인데 다른 세포 속에 들어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방법은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플라스미드에 끼워 넣어 세포 속으로 집어넣으면, 플라스미드는 끊임없이 당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인체는 이것을 보고 항체를 만들어 면역력을 키운다. 바이러스에 비해 에볼라 단백질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플라스미드의 장점이다. 또 에볼라의 유전자를 조각 내 넣기 때문에 안전하다.

DNA형 백신은 ‘아프리카 맞춤형’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가난한 지역이다. 바이러스형 백신은 운반체인 바이러스의 껍질이 지질과 단백질로 돼 있어 열에 취약하다. 백신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 아프리카 오지까지 냉장고를 들고 가야되는 셈이다. 반면 DNA형 백신은 50℃ 이상에서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 더위에 강하다. DNA형 백신은 값도 싸다. 에볼라에 위협받는 사람 대부분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원주민인 걸 생각하면 큰 장점이다. 백신으로 에볼라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인간은 에볼라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


PLUS | 에볼라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다르다
 
우리가 어릴 때 보건소에서 맞은 예방접종은 대부분 ‘생(生)백신’이다.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같은 바이러스를 독성만 약화시켜 산 채로 몸에 집어넣은 것이다. 바이러스를 열이나 포르말린으로 죽여서 몸에 집어넣는 ‘사(死)백신’보다 효율이 좋아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생백신에도 약점이 있다. 에볼라나 천연두처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를 다룰 때, 자칫 잘못해서 환자의 면역계가 백신을 이겨내지 못하면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효율도 높으면서 독성을 완전히 제거한 백신은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백신이 본문에 언급된 유전자재조합백신(바이러스형, DNA형)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서 세포 속에 직접 넣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이번에 임상시험까지 하게 됐다.



플라스미드 백신의 원리플라스미드에 에볼라 유전자를 넣어에볼라 항체 생산을 유도한다.

플라스미드 백신의 원리

플라스미드 백신의 원리 플라스미드에 에볼라 유전자를 넣어 에볼라 항체 생산을 유도한다.
  1. 에볼라의 RNA를 추출한다.
  2. 에볼라 RNA로 이중가닥 DNA를 만든다.
  3. 에볼라 DNA를 가진 재조합 플라스미드.
  4. 플라스미드를 박테리아에 넣어 대량생산한다.
  5. B세포 중 일부는 기억세포가 돼 에볼라 감염에 대비한다.
  6. T세포 중 일부도 기억세포가 된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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