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일 수요일

세계적 여성과학자에게 배우는 다섯 가지 삶의 지혜

백혈병·말라리아 약을 개발한 ‘거트루드 엘리언’
핵분열의 원리를 밝혀낸 ‘리제 마이트너’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로잘린드 프랭클린’
전이성 유전인자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한 ‘바바라 매클린톡’
산업현장의 유해 물질과 질병의 연관성을 연구해 노동자의 보건 복지에 기여한 ‘앨리스 해밀턴’
동작 연구를 통해 비효율적인 작업 동작을 개선한 ‘릴리안 길브레스’
추상대수학의 중심 과제를 거의 포괄하는 업적을 남긴 ‘에미 뇌터’
DDT(살충제)의 폐해를 고발한 저서 『침묵의 봄』으로 환경 보호에 경종을 울린 ‘레이첼 카슨’
X선을 사용해 중요한 분자의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도로시 호지킨’
펄서(자전하는 중서자별)를 최초로 발견한 ‘조셀린 버넬’
모두 뛰어난 여성 과학자들이다. 여성 과학자에는 퀴리 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퀴리 부인조차 ‘마리 퀴리’라는 이름이 아니라 퀴리 ‘부인’으로 불린 것을 보면 과학계에서 여성의 업적이 얼마나 조명 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핵물리학 분야에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우젠슝’, 핵분열의 원리를 밝혀낸 ‘리제 마이트너’, 그리고 중성자별인 펄서를 발견한 ‘조셀린 버넬’은 모두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 노벨상을 받지 못한 대표적인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함께 연구한 남성 과학자들 보다 더 결정적인 업적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로를 빼앗겨야 했다.
아인슈타인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일컬어지지만 광량자 가설과 상대성 이론 등 그의 대표적인 업적은 첫 번째 부인이었던 밀레바 마리치의 수학적인 뒷받침과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부 공동명의로 논문을 발표했던 퀴리 부부와 달리, 주요 연구에 자신의 이름만을 남긴 아이슈타인 때문에 밀레바는 과학적 능력과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교육홍보출판위원회가 옮긴 『거침없이 도전한 여성과학자』 (도서출판 해나무) 시리즈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 4명의 삶과 활약을 다루고 있다. 로봇 설계자 ‘신시아 브리질’, 신경심리학자 ‘낸시 웩슬러’, 기후 과학자 ‘이네즈 펑’, 행성 천문학자 ‘하이디 해멀’이 그 주인공으로, 각자 과학자가 된 배경과 살아온 이야기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중요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그 일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네 명의 여성 과학자에게 복잡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갈 수 있는 다섯 가지 지혜를 배워보자. 
1. 덕질이 당신을 이롭게 할 것이다. 
지난 2014년 출시해 하루만에 매진된 레고 여성과학자 제품. 레고社는 '여자 캐릭터들은 집에 머물러 있거나, 해변에 있거나, 쇼핑하고, 또 직업이 없다.'는 항의를 받고 이에 대응해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 피겨를 출시하고 있다. [사진=레고]
지난 2014년 출시해 하루만에 매진된 레고 여성과학자 제품. 레고社는 ‘여자 캐릭터들은 집에 머물러 있거나, 해변에 있거나, 쇼핑하고, 또 직업이 없다.’는 항의를 받고 이에 대응해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 피겨를 출시하고 있다. [사진=레고]
네 명의 과학자는 각각 로봇 공학·신경 심리학·기후 과학·천문학 ‘덕후’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성적과 사회적 인정 등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연구에 몰두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관심 분야에 ‘흥미’와 ‘사명감’을 느껴 스스로 매진했기 때문이다. 아이돌 덕질도 좋으니 한가지만큼은 미친 듯이 좋아해 보자. 덕질은 행복한 삶의 최고 이상향이라는 ‘덕업일치’로 가는 필수 조건!
2. 그렇다고 한 우물만 파라는 건 아니다. 
감정 지능을 지닌 로봇 ‘키스멧’과 ‘레오나르도’를 만든 신시아 브리질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영화’A.I’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공학에만 골몰하지 않고 영화로 관심 분야를 넓혀 로봇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이다. 또한 낸시 웩슬러는 유전병으로 유명한 ‘헌팅턴 병’의 독보적인 전문가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한번 또는 여러 번 실패하는 것이 좋다”며 유년시절 딸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세계적인 기후 과학자 이네즈 펑은 유티카 칼리지를 다니다 수업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자 단호하게 학교를 옮기로 결심한다. 이후 이네즈는 MIT에 진학했고, 기후 과학을 접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3. ‘셀프 칭찬’ 만큼 좋은 건 없다.
신시아는 어머니 줄리엣 브리질로부터 “자화자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곤 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컴퓨터 과학자로 활동한 줄리엣은 몇몇 재능 있는 여성들이 지나친 겸손 때문에 좌절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과장된 자랑이나 자만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신이 이룬 성과나 좋은 소식은 사람들과 자신 있게 나눠도 좋다는 것이 줄리엣의 지론이었다. 여성의 미덕은 ‘나긋나긋함’이나 ‘순응’이라고 이야기 하는 가부장제의 편견에 부응할 필요는 전혀 없다. ‘셀프 코르셋’ 대신 ‘셀프 칭찬’으로 나의 자존감은 내가 책임지자.
4.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다.
낸시 웩슬러가 ‘헌팅턴 병’의 전문가가 된 데에는 다소 슬픈 배경이 있다. 그의 어머니와 외삼촌들 모두 우성 유전질환인 헌팅턴 병으로 인해 고통을 겪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자신도 헌팅턴 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았지만, 낸시는 섣불리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팅턴 병과 대면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에 매진한 결과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외면하고 싶은 문제는 언젠가 우리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도피하지 말자.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마주했을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5.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사람은 모기 같은 존재로 여겨라.
천왕성과 해왕성 연구로 저명한 하이디 해멀은 대입을 앞두고 ‘여자는 MIT에 들어갈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화학 선생님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이네즈는 킹스 칼리지에 입학했을 당시 남학생들로부터 “넌 내 친구의 자리를 빼앗았어. 네가 걔 인생을 망친거야!”라든가 “여자들은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돼. 네가 여기 있는 건 교장이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같은 막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네즈는 이런 남성들의 부당한 태도를 ‘해변의 모기 떼 같다’고 표현했다. 몇 마리 때려잡으면 흡족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에게 전혀 위축될 이유가 없다. 세상의 절반은 네 명의 과학자들만큼 훌륭한 여성들로 가득차 있으며, 그들은 당신을 언제나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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