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일 수요일

미국 친구와 한 학기 온라인 토론 … 세상 보는 눈 넓어지고 영어도 늘었죠

요즘 글로벌 교육은
온라인을 활용해 국제 교류를 하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외국 학교 학생과 친구를 맺고 같은 주제로 공부하면서 화상을 통해 발표와 토론도 합니다. 학교들은 영어 실력도 기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도 넓히는 등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 1인당 월 1만원 수준으로 비용이 저렴한 게 장점입니다. 해외 유명 대학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로 전공 탐색을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학교가 개설해 운영하면 학생부에도 기재해 대입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열려라 공부’에서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학교들을 소개합니다.
온라인 국제교류 힘쓰는 학교들
아이베카·커넥팅 클래스룸 등
가상 교실 프로그램이 연결고리
매뉴얼대로 하면 별로 어렵지 않아
해외 유명대학 온라인 공개강의
‘무크’ 듣고 전공 탐색에 활용도
5일 한일고 학생들이 온라인 국제 교류 프로그램 기관 대표와 화상으로 한 학기 활동을 평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5일 한일고 학생들이 온라인 국제 교류 프로그램 기관 대표와 화상으로 한 학기 활동을 평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 한일고 2학년 양정호(17)군은 지난 4월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 미국 버몬트주의 한 사립학교 ‘빌로 프리 아카데미’ 10학년 학생 조시 존슨이다. 양군은 한일고가 올해 1학기에 진행한 ‘온라인 국제 수업 교류’ 덕분에 존슨을 알게 됐다.
양군은 존슨과 지난 학기에 ‘역사적 불평등과 갈등 사례’를 주제로 온라인에서 토론했다. 양군은 3·1운동과 한·일관계를, 존슨은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 밀거래를 다뤘다. 둘은 각자 학교에서 팀을 이뤄 해당 주제에 대해 조사·탐구한 뒤 그 결과를 영어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만들어 온라인상 ‘가상 교실’에 올렸다. 이후 서로에게 댓글을 달아 주는 식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양군은 상아 밀거래 단속에선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란 점을, 존슨은 한·일 간에 갈등과 반목보다는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두 학생은 각자의 영어 발표문을 완성했다. 
지난달 초에는 화상으로 만나 실제 토론도 했다. 양군은 “한 학기 동안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고 무엇보다 외국 학생과 토론하면서 더 넓게 사고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큰 소득 같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 혹은 자원봉사처럼 오프라인 위주였던 청소년 국제교류가 온라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고교들도 활발하게 온라인 국제 교류를 도입 중이다. 오프라인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게 제일 장점이다. 학교가 공식 프로그램으로 개설해 운영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국제교류 활동을 기재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입에서 비중이 커지는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에도 활용된다는 얘기다.
영어실력보다 토론 즐기는 열정이 중요
한일고와 외국 학교 학생의 화상토론. [사진 각 학교]
한일고와 외국 학교 학생의 화상토론. [사진 각 학교]
양군이 참여한 한일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에선 지난 학기에 2학년 162명 중 7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미국·인도 현지 학교 학생과 일대일로 파트너를 맺고 ‘불평등과 갈등’을 주제로 여러 분야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온라인 ‘가상 교실’을 이용하는 비용은 학교가 부담했다. 이용료는 25명 기준의 한 학급당 1년에 200만원 정도다.
온라인 가상 교실 프로그램은 미국 비영리교육기관 ‘아이베카(Iveca)’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용한다. 이 플랫폼은 온라인 공동학습과 화상토론에 적합하다. 신소영 한일고 영어 교사는 “단지 친분만 쌓는 국제교류가 아니다. 국제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공동 학습을 통해 학업능력을 기른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일고 2학년 유영채(17)군은 “나는 불평등과 갈등 소재로 남북 관계, 한·일 관계 등을 우선 떠올렸다. 그런데 미국 학생은 아프리카·중동·동남아에 걸쳐 폭넓게 이슈를 탐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일고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미국 학생에게 알릴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정원재(17)군은 고구려와 수·당 간의 전쟁을 미국 학생에게 소개했다. 정군은 “미국 학생들이 1500여 년 전 역사를 흥미로워하며 ‘한국은 참 대단한 나라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국제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팀 활동으로 협동심과 소통능력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기에 외국 학생과 토론을 하려면 영어 실력이 탁월해야 할 것 같지만 교사와 학생들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영어 실력보다는 토론을 즐기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은고 학생들이 튀니지의 한 국제학교 학생들과 화상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각 학교]
노은고 학생들이 튀니지의 한 국제학교 학생들과 화상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각 학교]
대전의 일반고인 노은고는 동아리를 구성해 온라인 국제 교류를 하고 있다. 이 학교 근종혁 영어 교사는 “대부분 해외 체류 경험이 없는 평범한 영어 실력의 아이들이다. 하지만 국제교류 수업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노은고 학생들이 외국 학생을 위해 만든 한국 소개 포스터. [사진 각 학교]
노은고 학생들이 외국 학생을 위해 만든 한국 소개 포스터. [사진 각 학교]
학생들은 2014년부터 미국·파푸아뉴기니·튀니지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교류하고 있다. 올해 1학기에는 과테말라의 한 사립학교 학생들과 빈부격차 문제를 토론했다. 한 학기 동안 온라인 가상 교실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마지막에는 화상토론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근 교사는 “유창한 영어 회화 실력은 없어도 된다. 사전에 발표문을 충실하게 만들고 성실하게 여러 번 연습하면 충분히 화상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팀별 토론을 통해 영어 발표문을 완성해 갔다. 2학년 정주원(17)양은 “과테말라 친구에게 우리나라를 어떻게 쉽고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면서 문장을 가다듬었다. 영어로 사회 이슈를 토론하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영어 실력도 금방 늘었다”고 좋아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교사들에 따르면 학교와 교사의 의지만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특색 있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 기관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을 참고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파푸아뉴기니·튀니지·과테말라서도 참가
아이베카 외에 ‘커넥팅 클래스룸(Con necting Classrooms)’도 온라인 국제교류에 많이 쓰인다. 영국문화원(www.britishcouncil.kr)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영국문화원 홈페이지에서 교류하고 싶은 나라·학교를 검색할 수 있다.
해외 유명 대학이 제공하는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도 국내 고교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기외고는 2015년 이후로 무크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1학기에는 학생 25명이 매주 두 차례씩 8주 동안 미시·거시경제학 강의를 무크로 들었다. 학교는 학생 신청을 받아 과목을 정하고, 신청 학생의 영어 실력에 맞는 강의를 추천해 준다. 경기외고는 무크를 자율활동으로 개설해 학교 공식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이 학교 윤희정 국제교육팀장은 “학교의 자율활동에 해당돼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전공 탐색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물론 영어 공부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외고 3학년 전세령(18)양은 “무크 수업이 전공 탐색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양은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1학년부터 영어 에세이 수업, 사회학·경제학 등을 무크로 들었다. 전양은 “사회학·경제학에선 많이 다뤄지는 게 빈부격차 등 사회 갈등이었다. 이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치외교학에 대한 꿈이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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