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피타고라스 정리의 감춰진 비밀

피타고라스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마냥 자부할 만한 발견이었을까? 일종의 수학 동아리였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관한 한 가지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이번 호에서는 수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피타고라스 정리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쳐 보자.
글_최지호 기자, 사진_위키미디어 일러스트 김윤재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알로곤’의 실체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모든 수를 유리수로만 나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유리수는 자연수의 비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어 또 다른 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유리수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은 수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는 피타고라스 학파를 지탱하는 확고한 철학이었다.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피타고라스 학파는 연구에 매진해 그들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히파수스의 초상.
공교롭게도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피타고라스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히파수스의 질문이 발단이었다. 히파수스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밑변과 높이의 길이가 모두 1인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 유리수로 나타낼 수 없음을 알아냈다. 그는 새로운 수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피타고라스 학파는 묵살했다. ‘유리수가 세상의 전부’라는 생각이 이미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필사적으로 히파수스를 납득시키려 했지만, 정답 언저리의 값만 제시할 뿐이었다. 역시나 유리수의 범위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에 히파수스는 자연수만으로는 모든 수를 나타낼 수 없음을 깨닫고 무리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나아가 밑변과 높이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의 길이는 무리수 2로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피타고라스 학파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오랜 철학을 무너뜨리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그들은 무리수의 발견을 세상에 알리지 않기로 결정한다. 세상의 모든 수를 유리수로 표현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그들에게 무리수의 존재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피타고라스 역시 무리수의 발견을 부정하고 무리수에 ‘입으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인 ‘알로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혹시 이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까 봐 입조심할 것을 거듭 신신당부했다.

이 사실에 분개한 히파수스는 무리수의 발견을 직접 세상에 알리려 했다. 그러자 피타고라스 학파는 규율을 어겼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히파수스를 바다로 내던져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그릇된 오랜 철학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수학적 발견을 인정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야 만 것이다.

순환하지 않는 끝없는 수를 나타내는 방법
밑변과 높이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를 자연수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소수점 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를 간단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규칙도 없었다. 이렇게 긴 수를 무작정 쓸 수 없다고 판단한 히파수스는 편의상 특별한 기호를 도입했다. 역사적인 기호 √(근호)가
태어난 순간이다. 근호는 알파벳 소문자 r의 모양을 가져온 것으로, 뿌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radix의 첫 글자다. 따라서 영어로는 ‘루트’라고 읽는다.
라파엘의 그림. ‘아테네 학당’ 속 피타고라스의 모습.
어떤 수 x를 제곱했을 때 a가 되면, x를 a의 제곱근이라고 한다. 2와 -2를 제곱하면 둘 다 4가 되므로 4의 제곱근은 2와 -2 두 개다. 이와 같이 양수의 제곱근은 두 개가 있고, 두 수의 절댓값은 항상 같다.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는 아직 다루지 않는다. 2와 -2는 한꺼번에 ±2로도 나타낼 수 있다.

이번엔 2의 제곱근을 나타내 보자. 우선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를 찾아야 한다. 1.414, 1.414213를 각각 제곱하면 1.999396…, 1.999999…로 2에 아주 근접하지만 2는 아니다. 히파수스가 고민에 빠지게 된 이유다. 여기서 다름 아닌 근호가 고민 해결사로 등장했다. 2의 제곱근을 ±√2로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2와 -√2를 제곱하면 2가 된다고 일종의 약속을 한 셈이다. 따라서 어떤 양수 a에 대해 아래와 같은 제곱근의 성질이 성립한다.
히파수스가 제안한 √2와 같은 수를 통틀어 무리수라고 부른다. 무리수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다. 쉽게 말하면 규칙이 없는 수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이해하면 쉽다. 다소 어렵게 말하면 무리수는 두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수다. 유리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특히 무리수는 순환소수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0.8888…, 0.6565…, 0.369369…와 같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수는 무리수가 아닌 유리수다.
8/9, 65/99, 369/999와 같이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수는 2=1.41421356…, 3=1.73205080…과 같이 어떠한 규칙 없이 무한히 나오는 수를 말한다. 원주율 π=3.1415926535…도 마찬가지로 순환하지 않고 끝없이 수가 이어져 무리수에 해당한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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