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허리케인이 만든 음악을 들어보세요

지게 장수? 바구니 장수? 예술가? 과학자? 탐험가?! 삐죽빼죽 사방으로 튀어나온 막대며, 듬성듬성 달려 있는 다양한 크기의 구슬. 형형색색의 이 바구니는 모양도 특이하다. 자신의 키만 한 바구니를 등에 가방처럼 메고 있는 그녀, 정체가 궁금하다!
_염지현 기자
사진_포토파크닷컴 사진 ·도움 Nathalie Miebach
이 작품은 미술관에 두면 예술 작품, 콘서트홀에 두면 악보가 돼요.
귀를 의심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이다. 예술 작품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갈대로 만든 바구니가 악보라니 의아했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미국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탈리 미에바크다. 주로 갈대로 바구니를 만들어 과학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짜고짜 바구니가 악보가 되는 사연부터 물었다.
바구니에 달려 있는 형형색색의 구슬과 끈은 사용한 색상이나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빨간색 구슬은 온도, 초록색 구슬은 기압이다.
“저는 몇 년 전부터 ‘기상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가 특별히 기상 정보에 집중하게 된 건 우리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날씨와 관련된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졌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바구니를 만들 때 사용하는 구슬과 끈은 색상이나 그 크기가 의미 있는 기상 정보를 나타내요. 이렇게 3차원으로 표현한 기상 정보는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고, 이것이 악보가 돼요. 제가 하는 일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모아 시각적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정보를 잘 모으기만 하면 얼마든지 현악 4중주로 연주가 가능한 악보를 만들 수 있답니다.”
미에바크는 의외로 이 작업을 위해 쌍안경, 온도계, 습도계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로 자료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된 믿을만한 정보와 비교하는 작업을 거쳐 자료를 선별했다. 주로 공개된 위성사진이나 기상 관측소의 데이터, 해안가의 부표로 측정한 실제 통
계 자료를 이용한다. 이렇게 모은 자료는 작업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울 만큼 엄청난 양이다. 미에바크는 이중에서 작품과 기상 현상에 따라 표현하고 싶은 두 개 또는 세 개의 변수를 골라 작업한다.

허리케인 정보는 어떻게 정리할까?
“아래 QR 코드를 찍으면, 2007년 11월에 카브리 해를 강타한 허리케인 ‘노엘’의 기상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짧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요. 저는 먼저 노엘의 기압, 바람의 속도, 기온 같은 수치를 작품으로 표현해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그런 다음 바구니를 만들었죠. 그리고 연주팀과 의논해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노엘은 당시 미국 국립 허리케인 센터에서 결정한 ‘열대저기압 제16호’로, 최저 기압은 980hPa(헥토파스칼, 1hPa=0.000987기압), 최대 풍속은 1분 평균 35m/s, 최대 지름이 780km였으며, 인명 피해자는 모두 163명이었다.

미에바크는 노엘이 본격적으로 허리케인으로 분류된 11월 2일 자정부터 소멸된 11월 5일 오후 7시까지의 정보를 아래와 같이 그래프로 나타냈다.
“저는 바구니의 수평 요소를 가로축, 수직 요소를 세로축이라고 생각하고, 함수처럼 각 요소에 특정 변수를 부여했어요. 예를 들어 허리케인 노엘 작품의 경우 가로축은 ‘시간 정보(24시간 기준)’를 새겨 놓고 그 위에 해와 달의 위상 변화를 세로로 쌓아 올렸어요. 작품은 제 마음 가는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기상 정보와 처음에 결정한 변수로 완성되죠. 이렇게 바구니로 만들면 단순히 노트에 정리했던 2차원 그래프로 나타낼 수 없는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어요. 가로축을 ‘시간’이라고 정했지만, 시간 정보를 기초로 하는 데이터까지 전부 표현하면, 그 위에 새로운 가로축을 정의하고 ‘온도’를 나타낼 수 있어요.
이것은 실제 수학에서 쓰는 좌표공간이 아니에요, 예술 작품이니까 가능한 거죠. 하지만 저는 항상 정보를 있는 그대로표현해 ‘진실성’을 강조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수시로 기상학자나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관련 책을 찾아보며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 답니다.”
미에바크는 자신의 노트 기록을 토대로 바구니를 만든다. 허리케인 노엘 작품의 모습.
미에바크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처럼 바구니를 구성하고 있는 가로축과 세로축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적어둔 쪽지나 메모를 확인할 수 있다. 미에바크는 과학자도 통계학자도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정리하기 위해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직접 손 보고 있는 미에바크.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저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표현했어요. 예술계든 과학계든 분야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예술적 매력과 과학적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사람들이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청소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 나탈리 미에바크, 그녀는 어쩌면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음악 부표(2011).
The Weather Artist: Chasing Storms With Sculpture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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