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노벨물리학상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하다



1879년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이후 인류는 전기를 적게 쓰고 열이 적게 나며 크기는 작은 전구를 만들기 위
해 노력했다. 형광등은 백열등보다는 효율이 높고 열이 덜 나지만, 전기를 상당히 소모하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1960년대에 LED(발광다이오드)가 개발되면서 희망이 움텄다. LED는 이론적으로 전기에너지를 100% 빛으로 바꿀 수 있었다. 노력 끝에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녹색빛의 LED가 잇달아 1980년대까지 개발됐다. 문제는 파란색 LED였다. 파란빛은 파장이 짧고 높은 에너지 준위가 필요해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20세기 안에는 파란색 LED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란색 LED가 있어야 완전한 백색광 LED 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
파란색 LED 시대의 서막을 열다
 
수많은 실패가 이어지다 질화갈륨(GaN)이라는 물질이 떠올랐다. 질화갈륨으로 파란색 LED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처음 밝혀낸 사람이 바로 나고야대의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 교수다. 아카사키 교수는 1974년부터 질화갈륨에 관심을 갖다가 1981년 나고야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아마노 교수도 여기에 합류한다. 1986년 두 사람은 사파이어 기판 위에 좋은 품질의 화갈륨 결정을 기르는 데 최초로 성공한다. 질화갈륨으로 전자소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 P형 질화갈륨 반도체를 만들어야 파란색 LED를 만들 수 있었다. 1989년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팀은 마침내 세계 최초로 P형 질화갈륨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들은 전자현미경으로 아연을 입힌 질화갈륨을 연구하던 중, 박막을 전자빔으로 때리자 N형이던 반도체가 P형으로 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그네슘을 입힌 P형 질화갈륨 반도체를 얻는 데 성공한다. 연구팀은 마침내 1992년 최초의 파란색 LED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아직 산업화에 한계가 있었다. 마그네슘이 문제였다. 정공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의 효율이 매우 낮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 불순물 때문에 품질도 좋지 않았다.
 

 
구박받던 연구자
파란색 LED의 선구자가 되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나카무라 슈지 교수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 도쿠시마대 졸업 후 1979년 니치아화학공업에 입사해 반도체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시장성이 없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상사와 동료들에게 많은 무시를 당했다. 그는 지금도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니치아화학공업 창업자 오가와 노부오와의 면담을 통해 198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로 1년간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 때 질화갈륨 결정의 성질과 성장방법에 대해 알게됐고 이듬해 일본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판 위에 낮은 온도의 질화갈륨 완충층을 올려 고온으로 표면처리를 한 후, 그 위에 질화갈륨 박막을 기르는 방법을 고안해 훌륭한 품질의 박막을 만드는 기술을 발표했다. LED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장면이다. 1992년 나카무라 교수는 고온으로 열처리를 하면 마그네슘 불순물도 소자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방법은 파란색 질화갈륨 LED가 성공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듬해 마침내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1칸델라 밝기의 파란색 LED를 개발했다. 이와 같은 업적 덕분에 세 사람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들의 업적은 단순히 학술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파란색 LED가 실용화되면서 빛의 3원색이 완성돼 LED를 조명기기로 쓸 수 있게 됐고,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전기 소비량의 4분의 1이 조명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LED는 에너지 절약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빔밥 좋아하는 노벨상 수상자
 
“무엇보다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라.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정말 열심히 해라.” 옆에서 지켜본 나카무라 교수가 항상 하는 조언이다. 그 역시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곤 한다. 또 세계적 명성과는 달리 권위적이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점심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과나 바나나로 간단히 해결하는 편이다. 가끔 같이 점심을 먹을 때도, 라면이나 덮밥같이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곤 한다. 한국 음식도 매우 좋아한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에 있는 우리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꼭 근처의 한식당에 비빔밥을 먹으러 간다. 가끔 비싼 요리를 대접하려 해도, 한사코 비빔밥만 고집한다.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나카무라 교수의 특징이다. 본인이 회사와 오랜 특허 소송을 치뤄서인지 학생들에게도 우수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특허를 출원해 연구결과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허를 판매한 수익금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자 내게 어떻게 그런 큰 사고가 발생했는지 물어보며, 어린 학생들이 무사히 구조 될 수 있도록 걱정해 주기도 했다.

 
칸델라 광도의 SI단위. 기호는 cd이다.
백라이트 자체로 빛을 내지 못하는 액정 디스플레이(LCD) 뒤쪽에서 빛을 비춰주는 조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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