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재미있는 숫자 이야기 천문학적 수의 해결사 10

천문학적 수의 해결사 10

제1코스 축구선수가 선망하는 등번호
 
축구선수가 선망하는 등번호
 
1920년대 초 축구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다. 관중들이 선수들을 쉽게 알아볼 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편리하게 기록할 수 있게 돕는다. 무엇일까? 바로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숫자다. 192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달기 시작한 등번호는 점차 국가대표팀 간의 정식경기인 A매치와 월드컵에 쓰이면서 지금은 필수가 됐다.

브라질의 펠레와 호나우지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 같은 유명한 축구스타에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숫자 10을 등번호로 단 선수들이다. 특히 ‘축구황제’ 펠레와 ‘축구의 신’ 마라도나는 역대 최고의선수로 꼽힌다. 펠레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1962년 칠레 월드컵,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3차례 우승을,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선수들 때문에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은 최고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선호하는 번호다. 실제로도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주로 다는 번호다. 그런데 왜 펠레와 마라도나는 10번을 달았을까? 초창기에 등번호는 축구 선수의 역할과 관련이 깊었다. 1번 ~ 11번 중에서 낮은 번호를 수비수에, 높은 번호를 공격수에 부여했다. 골키퍼는 1번, 수비수는 2~5번, 미드필더는 6~8번, 공격수는 9~11번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뛰어난 공격수는 9번이나 10번, 11번 중 하나를 달게 됐고, 펠레와 마라도나의 등장으로 10번이 가장 선망의 번호로 떠오른 것이다.

요즘은 각 번호의 전통적인 역할과 무관하게 선수들 각자가 좋아하는 번호를 자유롭게 다는 편이다. 또 지역과 나라에 따라 번호에 대한 의미와 생각이 달라 예전만큼 번호가 주는 상징성이 퇴색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번호 10번은 여전히 팀에서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를 연상시키는 번호이자 축구선수들의 로망이다.

tip
등번호 1+8은 9?


한국 K리그, 영국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등 각국의 프로리그에서는 등번호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팀에서 뛴 빅상트 리자라쥐는 1969년생이고, 키가 169cm, 몸무게가 69kg이라서 등번호를 69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인터밀란팀의 이반 사모라노는 호나우두에게 자신의 등번호 9번을 내주게 되자 대신 등번호를 18번으로 바꿨다. 그는 18 사이에 +기호를 넣어 1+8=9의 의미를 표현해 자신이 쓰던 번호 9를 다르게 나타냈다고 한다.

제2코스 바코드의 비밀은 10의 배수
 
13자리 바코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앞의 12자리 880111511403이 마지막 수 1을 결정한다.
 
물건을 살 때마다 자주 만나는 것이 있다. 굵기가 서로 다른 검은 줄무늬, 즉 ‘막대(bar) 모양으로 생긴 부호(code)’ 라는 뜻을 가진 바코드다. 부호 아래에는 13자리의 숫자가 적혀 있다.

13자리 중 맨 앞의 3자리는 국가번호(우리나라는 880), 그 다음 4자리는 제조업체의 고유 번호, 그 다음 5자리는 상품의 고유번호, 마지막 13번째 자리는 체크 숫자로 돼 있다. 체크 숫자는 앞의 12자리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계산이나 판독 오류를 막기 위해 덧붙여진 것이다.

체크 숫자는 바코드의 13자리 중 앞에서부터 홀수 번째 자리에 있는 수끼리 더하고, 짝수 번째 자리에 있는 수끼리 더한 합을 3배 해 전체 합이 10의 배수가 되도록 정한다. 예를 들어 앞의 12자리가 880111511403인 경우 체크 숫자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홀수 번째 자리 수의 합) + 3(짝수 번째 자리 수의 합) + 체크 숫자
= 10의 배수

(8+0+1+5+1+0) + 3×(8+1+1+1+4+3) + 체크 숫자 =
= 15 + 54 + 체크 숫자 = 69 + 체크숫자 = 10의 배수
따라서 체크 숫자는 1이 된다.

바코드는 담배처럼 경우에 따라 8자리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짝수 번째 자리가 아닌 홀수 번째 자리의 숫자에 3배를 해 체크 숫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 체크 숫자로 바코드의 모든 오류를 100% 찾아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바코드의 13자리 숫자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그 합이‘10의 배수’가 된다면 체크 숫자는 바코드에 오류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앞에서 든 예인 바코드 8801115114031의 경우 바코드를 읽는 기계가 잘못해서 숫자를 8802126214031로 읽어도

(홀수 번째 자리 수의 합) + 3(짝수 번째 자리 수의 합) + 체크 숫자 = 10의 배수

즉 (8+0+1+6+1+0)+3(8+2+2+2+4+3)+1=16+63+1=80이 되는데, 이 결과 역시 10의 배수이므로 체크 숫자로는이 오류를 잡아낼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숫자를 잘못 읽는 경우는 발생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해 연속하는 두 자리의 수를 서로 바꾸어 읽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발생하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발생한 오류를 연속한 두자리, 즉 홀수 번째와 짝수 번째 자리가 서로 뒤바뀐 경우라고 제한해보자. 예를 들어 13자리의 숫자로 이뤄진 abcdefghijklm이라는 바코드가 오류로 abcdefghjiklm으로 i와 j가 바뀌었다고 생각해보면, 체크 숫자는 이 오류를 몇 %의 확률로 찾아낼 수 있을까?
 
서울 지하철 옥수역에서는 바코드 문양이 입혀진 콘크리트 다리기둥과 줄 무늬 색 타일이 붙여진 승강장 벽면을 볼 수 있다.
 
이 확률은 문제가 생겼는데도 오류를 찾아내지 못하는 반대 경우를 떠올리는 것이 생각하기 더 편리하다. 그러려면 둘 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계산한 결과가 10의 배수가 돼야 한다. 이때, 두 수 i, j가 처음부터 같은 수인 경우는 뒤바뀌어 입력됐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i≠j라 하자.

먼저 abcdefghijklm의 경우 그 합을 A라 하면 A=(a+c+e+g+i+k)+3×(b+d+f+h+j+l)+m이고,abcdefghjiklm의 경우 그 합을 B라고 하면 B=(a+c+e+g+j+k)+3×(b+d+f+h+i+l)+m이다. A, B 둘 다 10의 배수가 됐다면 그 차인 A-B=2(j-i)도 10의 배수가 돼야 한다.

이런 경우는 j-i=0이거나 j-i가 5의 배수인 2가지 경우가 있다. 가정에서 i≠j라 했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은 j-i가 5의 배수가 되는 경우다. 이것을 만족시키는(i, j)의 순서쌍은 (0,5) (1,6) (2,7) (3,8) (4,9) (5,0) (6,1) (7,2) (8,3) (9,4) 같이 10가지 경우다. 그런데 i, j를 0에서 9까지의 임의의 숫자라고 하면, (i, j)의 전체 순서쌍의 개수는 모두 10×10=100가지다. 이 중 i=j인 (0,0) (1,1) (9, 9)의 10가지를 제외하면 전체 경우의 수는 90가지가 된다.

따라서 연속한 두 자리의 숫자가 바뀌었는데도 체크 숫자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는 확율은 (사건 A가 일어날 경우의 수)/(전체 사건이 일어날 경우의 수)=10/90=1/9이다. 이것은 결국 바코드에서 연속된 두 자리의 숫자가 뒤바뀌어 문제가 발생한 경우 체크 숫자가 8/9, 즉 약 88.9%의 비교적 높은 확률로 오류를 알려준다는 뜻이다.

tip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


검은 줄무늬로 이뤄진 바코드는 선처럼 1차원에 정보를 표현해야 해 정보량이 매우 적다. 반면 평면에 정보를 표현하는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로 100배나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QR코드는 그 자체로도 약 4000자까지의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정보가 상당 부분 훼손되더라도 오류를 검출해 원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QR코드는 2차원 바코드
 
제3코스 삼각수이자 사면체수

삼각형 모양으로 점이나 물건을 배열했을 때 사용된 점이나 물건의 총 개수를 삼각수라고 한다. 그림과 같이 세 번째인 6 다음의 삼각수는 무엇일까?
 
세 번째인 6 다음의 삼각수는 무엇일까?
 
바로 10이다. 삼각수는 1, 3(=1+2), 6(=1+2+3), 10(=1+2+3+4)과 같이 1부터 연속된 자연수의 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은 삼각수와 관련해 재미있는 성질을 한 가지 더 가지고 있다. 10=1+3+6에서 보듯이 10보다 작은 삼각수인 1, 3, 6의 합이 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이 결과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처럼 3차원인 입체와 관련된 사실이 숨어 있다. 즉 평면에 나타내는 삼각수를 합하면 공간에 나타내는 입체도형과 관련된 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삼각수를 입체적으로 배열하면 우리가 잘 아는 사면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10은 삼각형 모양의 형상수인 삼각수이면서 동시에 사면체를 이루는 점의 개수인 사면체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10은 삼각형 모양의 형상수인 삼각수이면서 동시에 사면체를 이루는 점의 개수인 사면체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도형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는 형상수는 삼각수, 사면체수뿐만 아니라 사각수, 오각수, 육각수 또는 육면체수, 사각피라미드수 등 종류가 다양하고 성질도 제각기 다르다.

숫자 10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상수 중 사면체수는 삼각수를 겹겹이 쌓아올린 형태이므로 삼각수와관련이 있다. 이 관련성은 n번째 삼각수와 n번째 사면체수를 n에 관해 나타낸 식에서도 볼 수 있다. n번째 삼각수는 n(n+1)/2과 같이 나타낼 수 있고(6월호 참고), n번째 사면체수는 n(n+1)(n+2)/6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때 두 수 모두 n(n+1)/2의 배수이며, n, n+1이나 n, n+1, n+2와 같이 연속된 수의 곱과 관련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제4코스 거듭제곱을 떠받친다

굳이 천문학에서 다루는 수가 아니더라도 아주 큰 수를 우리는 천문학적인 수라고 종종 부른다. 하지만 ‘천문학적’ 이라는 표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실제로 이 단어는 별과 별 사이의 거리, 행성의 크기, 빛의 속도처럼 천문학에서 다루는 많은 수가 직접 표기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큰 데서 나온 말이다.

예를 들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만 해도 1억 5000만km=150000000km이다. 또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의 27만 배나 된다.그런데 이보다 훨씬 먼 우주의 별들 사이의 거리를 숫자로 나타낸다고 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숫자 표기법을 쓴다면, 많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것이다.

특히 16세기 이후에 상업과 과학, 항해, 지리학,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다루게 된 수는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거나 작아졌다. 이에 따라 무척 큰 숫자와 작은 숫자를 더 간단하게 나타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해결책이 바로 ‘거듭제곱’ 이라는 수학적 표기방법이다.

거듭제곱은 같은 숫자 또는 문자를 여러 번 거듭해서 곱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00=10×10×10×10=10⁴, 0.0001=1/10000=1/104=1014, 2×2×2×2×2=25, x×x×x=x³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와 같이 a를 m번 곱한 것을 거듭제곱으로 am이라 나타내며, a의 위치에 들어가는 숫자나 문자를 밑, m의 위치에 들어가는 숫자나 문자를 지수라고 한다.

특히 10진법을 쓰는 사람에게 매우 큰 수나 작은 수는 밑을 10으로 해서 나타내면 매우 편리하다. ‘태양의 지름은 1.392×106km이다’‘감마선의 파장은 1×10-10m보다 짧다 ‘산소의 분자량이 32라는 것은 산소 32g에 6×1023개의 산소 분자가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와 같은 예가 10의 거듭제곱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10진법처럼 생활의 근본이 되는 10에 대한 이번 여행 어땠니?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풍성한 계절 10월처럼 여러분의 마음도 숫자 10에 관한 이야기로 풍성해지길 바래. 삼각형이나 사면체를 볼 때, 또 축구선수의 번호를 볼 때도 이번 이야기가 생각나면 좋겠어. 길을 걷다 광고판에 붙어 있는 2차원 바코드를 보면서 숫자 10을 떠올린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볼링과 테트라크티스에 나타나는 10
 
테트라크티스 문양
 
삼각수 10의 모양은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숫자 1, 2, 3, 4의 합인 10을 매우 신성한 수로 여겼고, 10을 삼각수 형상으로 나타내는 무늬(오른쪽)를 테트라크티스(tetraktys)문양이라 불렀다. 이 문양은 오각형의 별 모양인 펜타그램과 함께 피타고라스학파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다. 한편 볼링에서 볼링핀을 배열하는 방식에서도 1+2+3+4=10이라는 수식을 떠올릴 수 있다. 1개, 2개, 3개, 4개의 볼링핀을 차례대로 놓아 10개의 볼링핀 전체 형태가 삼각형이 되도록 배열하기 때문이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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