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파이(π)의 비밀 작도할 수 없는 초월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물체 가운데 원시시대부터 유난히 사람의 관심과 눈길을 끌어온 형태가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앙의 모습에도 있고,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춰주는 달에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그 형태는 바로 어느 구석도 모자람 없이 완벽해 보이는 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원은 인공적으로 만들기 어려울 것 같으나 의외로 그렇지 않다. 그리기도 쉬우며 원 형태의 도구를 만드는 것도 쉽다. 그리려면 한 끝을 고정한 줄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면서 다른 끝을 돌리거나, 돌아가는 판 위의 한 곳을 짚고만 있으면 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그릇이나 항아리는 내려다 보면 거의 원형이다. 물건을 편리하게 운반하는 수레나 자동차의 바퀴를 원이 아닌 다른 도형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다.

우리의 생활 모든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특이한 도형이 간직한 비밀의 열쇠가 바로 π속에 숨겨져 있다.
 
(그림1) 아르키메데스의 π계산방법

π를 밝혀내는 사람들

π는 지름에 대한 원둘레의 비인 원주율을 나타내는 기호다. 뉴턴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윌리엄 존스(William Jones)라는 사람이 ‘수학의 새로운 입문서’라는 책에서 지름이 1인 원의 둘레를 의미하는 'periphery'의 약자인 π를 제안했고, 유명한 수학자 오일러가 사용하면서 표준기호가 됐다.

옛날 사람들에게도 π는 원둘레를 구하거나 원넓이, 또는 원의 부피를 구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값이다. 도대체 그 값은 얼마일까? π의 값은 고대부터 사람들이 무척 알고 싶어했던 것이었지만, 수천년 동안 비밀에 싸인 값이었다. 따라서 π값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가 그 문명의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인류의 기록이 발견되는 기원전 2천년경의 바빌로니아인과 이집트인들도 π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바빌로니아인은 π를 3.125로 계산했고, 이집트인은 3.16049…로 계산했다. 구약성서에는 π값을 3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고대 인도에서 π=3.1416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380년에 출간된 싯단타(Siddhantes, 천문학체계)나, 아리아바티아(Aryabhatiya, 천문학책) 등의 문헌에서 볼 수 있다. 또 인도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π=√10=3.162277…을 사용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저서 ‘원의 측정에 관해’에서 원에 내접하는 96각형과 외접하는 96각형을 이용해 π값은 3.140845…<π<3.142857…라고 제시했다.

중국의 ‘후한서(後漢書, 130년)’에는 π=3.1622를 사용했고, 264년에 유휘는 원에 내접하는 3천72각형을 사용해 π=3.14159를 얻었다. 5세기에 조충지와 그의 아들 조항지는 π값이 3.1415926<π<3.1415927임을 알고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16세기에 이르기까지 구하지 못한 정확한 값이었다.

근래 들어서는 여러 급수와 공식을 이용해 π값은 1429년에 소수 16자리, 1610년에 소수 35자리, 1719년에는 소수 1백12자리, 1853년 소수 4백자리, 1947년 소수 7백10자리까지 계산됐다.

그 후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맨 처음 컴퓨터 계산으로 얻어낸 π값은 1949년 9월 ENIAC을 사용해서 탄소연구소에서 70시간이 걸려 2천37자리까지 계산한 것이다. 이 때의 프로그램 공식은 π=16arctan(1/5)-4arctan(1/239)이다.

오늘날에는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 공식을 가지고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불과 몇시간 만에 소수 몇십억자리까지 계산할 수 있다. 수년 전 컬럼비아 대학교의 데이비드와 그레고리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소수 22억6백32만1천3백36자리까지 계산했다. 이렇게 구한 π값을 활자로 나타낸다면 한 페이지에 숫자 5천개를 적을 때, 1천페이지 짜리 두꺼운 책으로 4백50권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작도할 수 없는 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 기원전 300년경)가 말하는 작도라는 것은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만으로 도형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자로는 임의의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을 그릴 수 있고, 컴퍼스로는 주어진 중심과 반지름을 갖는 원을 그릴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도구만으로 그릴 수 있는 도형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으며, 놀랄만큼 복잡한 도형도 이것만으로 작도가 된다.

그런데 무척 간단하게 보이는 문제 몇 개가 그리스 시대부터 제기돼 2천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가 19세기에 이르러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3대 작도문제다.

1. 주어진 정육면체의 두배의 부피가 되는 새로운 정육면체의 한 모서리를 작도하는 문제.
2. 임의의 각을 삼등분하는 문제.
3. 주어진 원과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문제

이 3대 작도문제는 그리스 기하학에 깊은 영향을 주어 근대 수학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줬다. 이 세가지 문제에 대해 아르키메데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해결방법을 제시했으나 자와 컴파스만을 이용한 것이 아니어서 진정으로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작도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가름났다. 이 가운데 세번째가 π와 관련된 문제다. 즉 지름이 1이면 원넓이가 π이므로, π를 작도할 수 있다면 구하는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2) 재배열법에 의한 원의 면적 구하기

초월수 π

그러나 π는 작도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대수방정식의 근조차 될 수 없는 초월수의 등장으로 밝혀진다.

대수방정식이란 anxn+....+a2x2+a1x+a0=0와 같은 형태를 말한다. 여기서 n은 유한이고, 모든 계수 ai들은 유리수이다. 두 정수의 분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는 수, 즉 a, b(≠0)가 정수일 때, a/b인 형태를 유리수라고 한다.

유리수끼리는 서로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0이 아닌 유리수로 나누어도 유리수이다. 이를 가리켜 유리수는 사칙연산에 닫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모든 수가 다 유리수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유리수가 아닌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테면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유리수로 나타낼 수 없다. 이처럼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수를 무리수라고 한다.

여기서 무리수는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를 가리킨다. 그러나 무리수라고 해서 대수 방정식의 근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는 대수방정식 x2-2=0의 근이다.

대수방정식의 근이 되는 수를 대수적 수(algebralc number)라고 하며, 유리수는 모두 대수적 수이다. 수학자 오일러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리수 가운데 무리수보다 더 나쁜(?) 수, 곧 대수방정식의 근조차 되지 못하는 수가 존재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그런 수를 초월수(transcendental number)라고 불렀다.

그와 같은 초월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리우빌이 1840년에 증명했다. 그리고 칸토르가 창시한 집합 이론에 의해, 초월수가 대수적 수보다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3대 작도문제에서 요구하는 자와 컴퍼스로 작도한다는 것은 직선과 원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은 곧 방정식이 2차 이하의 다항식으로 주어지는 곡선만 작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만일 π가 대수적 수가 아니라면, 즉 초월수라면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된다.
1787년에 람베르트와 르장드르는 π가 무리수임을 증명했고, 1882년 린데만은 마침내 π가 초월수임을 증명했다.

오늘날 3.14로만 알려진 π는 수학에서 중요한 상수다. 특히 삼각함수나 급수이론, 그리고 주기함수를 계산하는 것은 그 수들의 배열에 어떤 규칙성이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π의 어떤 규칙성도 알려진 것이 없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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