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돌고 도는 정다면체 순환의 비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이 해묵은 질문의 답이 언제나 알쏭달쏭한 이유는 자연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흙 속에 심겨진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 열매를 맺고 생태계의 순서를 따라 다시 흙으로 돌아오듯, 자연은 순환한다. 그런데 여기 이러한 자연의 성질을 꼭 닮은 입체도형이 있다. 수학자들이 완전한 다면체이라 부르는 ‘정다면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로를 품는 따뜻한 입체도형


정다면체는 각 면이 모두 합동인 정다각형으로, 각 꼭짓점에 모이는 면의 개수가 같은 볼록한 다면체를 말한다. 이러한 정다면체는 어느 방향에서 살펴봐도 도형의 모양이 같고, 완벽한 대칭 구조를 자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정다면체를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다면체라 불렀다.

유럽에서는 고대부터 수학자뿐만 아니라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들도 이런 정다면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정다면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기하학을 사랑했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의 <원론> 제13권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그러다 15세기 즈음 수학자들은 정다면체가 끝없이 순환하는 성질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섯 종류의 정다면체가 각각 그 안에 서로 다른 정다면체를 품으며 돌고 돈다는 이야기다. 수학자들은 이를 ‘정다면체의 순환’이라 불렀다. 정다면체의 순환 경로는 ‘정사면체⊂정육면체⊂정십이면체⊂정이십면체⊂정팔면체⊂정사면체’로 유일하다.

각각 모양이 다른 정다면체가 어떻게 서로를 품을 수 있는 걸까? 지금부터 수학동아키트를 이용해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보자.


정다면체 순환의 비밀 1 내 안에 너 있다!

기본적으로 정다면체는 각 면의 중심을 잇거나 모서리의 중점을 이으면 그 속에 새로운 정다면체를 만들 수 있다. 수학자들은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각 정다면체가 품는 새로운 정다면체를 연구해, 17가지의 경우를 찾아냈다.


수학자들은 이런 정다면체의 순환 중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하나의 흐름으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냈다. 순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정사면체로 시작해 정육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정팔면체를 거쳐 다시 정사면체로 돌아오는 경로다. 이것은 ‘정다면체 순환’으로는 유일한 경로이며, 시작 지점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다면체에서 시작하든 순서만 지키면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교구로는 정다면체의 순환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수학디자인연구소에서 개발한 키트로는 간단한 조작으로 이 순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키트는 정사면체를 시작으로 순환한다.


정다면체 순환의 비밀 2 철저하게 계산된 ‘길이’와 ‘각도’



정다면체 순환, 수학동아키트로 즐기자!

세밀한 ‘길이’와 ‘각도’로 만들어진 정다면체의 순환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개도 상의 ‘두께가 없는 선’을 ‘두께가 있는 교구’로 표현하기는 꽤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교구는 단계를 많이 실현하면 각 꼭짓점이 거대해지거나, 길이가 미세하게 달라져 2단계 또는 3단계까지만 가능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학디자인연구소에서는 정다면체의 꼭짓점은 ‘쇠구슬’로, 각 모서리의 끝은 ‘자석’으로 만들었다. 또한 모든 모서리를 구성하는 ‘나무 막대’가 길이에 따라 색깔별로 구성 돼 있어, 정다면체를 차례대로 만들기도 쉽다. 막대 끝에 달린 3mm 길이의 자석도 막대와 두께를 달리해, 한 꼭짓점에 여러 개의 막대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잘 붙어 있을 수 있도록 설계 됐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고급 나무 막대에 인체에 무해한 왁스로 색을 낸 것도 수학동아키트만의 장점이다.

특별 인터뷰

“수학을 만지다!”수학디자인연구소 라길수 소장


<수학동아>와 인연이 닿기 전, 정다면체 순환 키트는 먼저 유투브를 뜨겁게 달궜다. 동영상을 접한 국내 수학 교사들은 물론, 러시아, 핀란드 등 해외 교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물론 기존에도 정다면체의 순환을 부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교구들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정사면체로 시작해 다섯 단계를 거쳐 다시 정사면체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정다면체의 순환을 한 흐름에 체험할 수 있는 교구는 없었다.

라 소장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수학’과 사랑에 빠져 수학문화원 교구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2년 남짓 지내다, ‘정다면체 순환 키트’를 완성하고자 수학디자인연구소를 차렸다. 지금도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학과 함께 보내고 있는 라 소장은 끊임없는 도전 끝에 2년 만에 키트를 완성했다.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의 구조를 상상해 겨냥도를 쉽게 종이에 그릴 수 없는 교육은 산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수학동아키트를 이용하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의 입체도형도 3분이면 뚝딱 만들 수 있어요. 기존의 정다면체 순환 키트들은 일회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키트는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해요. 다양한 길이 막대를 이용한 창작물도 만들 수 있고요. 제가 몇 달을 고생해 일일이 각도를 재고, 길이를 맞춰 나무를 직접 재단해 만든 작품이에요.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선생님 모두 손으로 만져 보고 눈앞에 펼쳐지는 기하학을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하학은 다른 분야와 다르게 눈에 보이는 수학이어서 흥미로웠다는 라 소장은 후배들만큼은 ‘책 속에 갇힌 공부’가 아닌 ‘손으로 하는 열린 공부’를 하길 바라고 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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