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빛 이야기 태양숭배에서 레이저까지

모든 생물의 생존의 중요함

아르키메데스는 거대한 오목거울로 로마 함대를 불태웠다고 한다.
 
빛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은 일찌기 고대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원시민족중, 거의 모든 민족이 태양숭배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매'
 
구약성서에 머릿말인 '창세기' 제1장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이 씌여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특히 신은 삼라만상을 창조하기에 앞서 천지의 혼돈속에 우선 빛을 비치게 하고, 이것을 우주질서의 시작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사람들 또한 빛을 온화함 착함 순결 지성 생명 등의 상징이며, 어두움은 이와 반대로 악함 무지 범죄 죽음 등의 상징으로 생각해왔다.
 
이처럼 모든 생물의 생존에 더욱 더 중요하고 기본적인 조건으로 되어 있는 빛은 고대사람에 있어서 일종의 신적 존재였으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지상의 사물과는 분명히 다르게 취급되어 왔다. 다시 말해서 빛은 사람의 지혜가 미치지 않은 것, 인간의 지배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서의 일면을 지니고 있었다. 고대사람의 예감은 어느 의미에서 당연하였다. 현대의 물리학에 있어서까지도 빛의 본질에 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

소홀했던 고대의 빛연구
 
서유럽에 있어서 근대물리학의 탄생은 17세기의 일이겠지만 고대에 있어서 자연현상에 대한 계통적인 연구는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데모크리토스(기원전 470~400년 무렵)의 원자론,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의 자연학ㆍ우주론ㆍ기상학 등, 유클리드(기원전 약 330~260년 무렵)의 기하학,아르키메데스(기원전 287~212)의 수학과 이를 이용한 역학, 프톨레마이오스(140년 전후)의 천문학 등은 그리스 자연철학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의 연구는 우주의 구성과 조화, 지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자연현상의 설명과 그의 실제적 응용 등이었다. 그러나 빛에 관한 현상을 취급한 흔적은 매우 적었고, 따라서 빛의 본질에 관한 연구 역시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빛을 지상의 사물과 다르게 보았기 때문에 그때사람들은 취급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아 그 연구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대 자연철학자들의 저서 한 구석에는 빛에 대하여 약간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먼저 그리스 최대의 철학자이며 거의 모든 학문의 시조라 할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열이나 빛을 물질적 존재로 보지 않고 일종의 작용력(에너르게이아)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우주는 모두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투명물질의 부분에만 빛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또 그는 '기상론'(氣象論)에서 빛의 '반사'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햇무리, 달무리 그리고 무지개 등의 기상학적 현상을 물방울에 의한 빛의 반사라고 설명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외에도 빛을 실체적 존재로 이해하고 그 성질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려고 한 과학자가 있었다. 기하학자 유클리드는 빛이 '직진한다'는 기하학적 성질을 지녔다고 생각하였다.또 알렉산드리아의 기술자 헤론(기원후 62년 무렵 활동)은 빛이 물질의 표면에서 반사될 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서로 같다고 말하고, 이 원리에 바탕을 두고서 측량기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빛이 어떤 매질속에서 다른 매질속으로 들어갈 때, 그 경계면에서 굴절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당시부터 알려져 있었다.
 
클레오메데스(기원후 1세기)는 물그릇에 작은 물체를 넣은 다음, 그 물체가 그릇의 가장자리 때문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위치에 놓은 후, 그 그릇에 물을 조금씩 부으면 물체가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을 관찰하여 '굴절'의 원리를 설명하였다. 고대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굴절의 원리를 바탕으로 입사각과 굴절각이 일정한 비율을 이룬다는 법칙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다. 그는 이 결과를 천문학에 응용하여 별빛이 대기권에 들어올 때 굴절하고 그 때문에 별이 실제의 위치보다 가깝게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고대판 레이저 무기
 
고대에 있어서 빛의 연구와 관련된 에피소드로서 아르키메데스가 전쟁에 사용했다는 소위 '불태우는 거울'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로마 군대에 의해서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인 '시라큐사'가 포위당했을 때, 시라큐사의 왕 '히에로'는 아르키메데스를 불러들여 포위망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를 제작토록 하였다. 이때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불태우는 거울'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히에로'왕은 이 말을 믿지 않고, 혹시 아르키메데스가 이성을 잃지 않았나 생각하였다. 아르키메데스는 그의 자랑거리를 실제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적군의 배가 시라큐사로부터 화살이 닿을 수 있는 거리안으로 접근하자, 그는 이미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 놓았던 거울장치를 그들을 향해 조준하였다. 이 거울들은 금속판으로 만든 거대한 오목거울로서 강력한 태양 광선의 촛점을 다가오는 로마군 함대에 맞추었다.
 
뉴턴경이 오목거울을 사용하여 여러 차례 실험을 거듭한 끝에,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했다는 장치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학자들은 위의 사실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왜냐하면 아르키메데스 시대의 손꼽히는 학자였던 플루타크나 폴리비우스의 저서에서도 언급된 바 없기 때문이다.

안경의 발명
 
중세에 접어들어서도 광학의 연구는 역시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서유럽과는 달리 이슬람 사회에서는 자연과학의 연구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광학연구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세를 통해서 최고의 물리학자라 말할 수 있는 이슬람의 알ㆍ하젠(약965~약1039)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눈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닿아 반사되기 때문이라는 고대 학자들의 생각을 먼저 바로 잡았다. 그는 물체가 보이는 것은 태양이나 기타의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에 닿아 반사하고,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라 설명하였다.
 
알ㆍ하젠은 광학의 지식을 내용으로 '광학서'(光学書)7권을 저술하였다.그 내용은 빛의 반사 굴절의 연구, 렌즈에 의한 집광(集光)의 연구, 오늘날 망원경에 사용 되고 있는 포물면경의 제작 등으로 되어 있다. 특히 눈의 구조와 렌즈에 관한 그의 연구는 그후 광학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뉴턴의 광학연구는 사실상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편 서유럽에서도 약간의 광학연구가 있었다. 로저ㆍ베이컨(1214~94)은 유리로 만든 구슬, 물을 채운 플라스크, 볼록렌즈등에 의한 빛의 진로의 굴절을 상당히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처음으로 노인을 위한 안경에 렌즈를 사용하도록 착안하였다. 그는 또 렌즈를 조합하여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볼록렌즈안경이 제작된 것은 13세기 후반으로 당시 유리공업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졌다. 조명설비가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독서시간도 낮으로만 한정됐던 당시, 중년 이후의 독서연령을 대폭 연장시킨 이 안경의 발명이야말로 중세 후기의 학문부흥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또한 안경의 사용으로 점차 망원경 발명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했고, 갈릴레오(1564~1642)가 이를 사용함으로써 천문학 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되었다.

프리즘으로 밝힌 무지개의 신비
 
뉴턴의 두번째 대저인 '광학, 빛의 반사, 굴절, 회절 및 색에 관한 연구'가 1704년에 출판되었다. 여기서 그는 무지개의 신비를 파헤쳤고, 빛의 입자설을 주장하였다.
 
먼저 뉴턴은 물체가 색깔을 띠는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많은 실험을 하였다. 그중 프리즘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색의 본질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색이란 물체가 그 형상에 따른 반사의 차이로서, 물체가 색깔을 나타내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다른 색보다 더 많이 반사하는 까닭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어서 프리즘에 의한 분광연구로부터 신비스러운 무지개의 비밀을 밝혀냈다. 그의 프리즘을 이용한 빛의 연구는 단순하였지만, 빛의 본질을 밝히는데 충분하였다. 즉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키면 일곱색깔로 분산되고, 분산된 일곱색깔이 합쳐져 백색광(白色光)으로 되었다.
 
더우기 프리즘의 위치를 변경시켜 실험해도 일곱색깔의 순서가 항상 같았음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태양의 백색광은 이 일곱 색깔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이상 분해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비스러웠던 무지개가 물방울에 의해서 빛이 분산되는데 불과한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것이다.

빛, 입자인가 파동인가
 
또 뉴턴은 그의 저서에서 빛은 미세한 입자로 되었고, 그것은 발광체에서 입자의 형식으로 복사된다는 이론을 주장하였다. 이것이 뉴턴의 입자설이다. 이 학설은 18세기까지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입자설의 세기였다. 뉴턴은 빛의 전달형식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빛은 빠른 속도로 직선운동을 하는 미립자이며, 광원(光源)에서 알맹이처럼 쏟아져 나와 직진 굴절 반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입자설에 의해서 빛의 여러 현상을 무난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해석(方解石)을 통하여 한 물체를 보았더니 두개의 물체가 겹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복굴절). 이 현상을 입자설로 설명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맸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런 현상을 무난히 설명하는 데는 입자설보다 파동설이 유리했다. 파동설은 그리말디(1618~63)에 의해서 처음으로 제창되었다. 그는 빛을 정확하게 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물결처럼 운동하며, 소리의 진동에 있어서처럼 주기가 다르면 색깔도 달라진다고 생각하였다(주기가 크면 빨강, 주기가 작으면 청색). 그리고 빛은 끊임없이 진동하면서 커다란 속도로 움직일것이라 상상하였다.
 
이어서 화란의 물리학자 호이엔스(1629-95)는 모든 공간이 '에테르'라는 희박하고 탄성이 있는 매질로 충만해 있는데, 빛은 이 매질속을 운동하는 종파(縱波)라 하였다. 이것은 마치 돌멩이를 물 위에 던졌을 때, 둥근 파문이 생겨 원점으로부터 규칙적으로 퍼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따라서 파동설은 반사 굴절 복굴절 등의 현상을 무난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후 영국의 물리학자인 영(1773~1829)은 간섭현상(干涉現象)을 설명하였고, 이어 프랑스의 물리학자 프레넬(1788~1827)은 빛을 횡파(橫波)라 하여 회절현상(回折現象)을 모두 파동설로 설명할 수있었다. 더우기 이 무렵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1831~79)이 자신의 전자기파(電磁氣波)이론을 근거로,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반사 굴절 편광 등에 있어서 전파와 다름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그후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츠(1857~94)에 의해서 증명됨으로써 파동설을 승리로 이끌고 19세기는 파동설의 세기가 되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1879~1955)이 주장한 광량자설(光量子説)이 학계에 대두함으로써 빛의 전달형식을 둘러싸고 다시 논쟁이 시작되었다. 즉 입자설이 부활된 느낌이었다. 그 까닭은 빛은 연속된 에너지의 흐름이 아니고 일정한 에너지로 뭉친 알맹이의 집합으로, 불연속적으로 작용하므로 광량자도 양자나 전자처럼 소립자 즉 입자이기 때문이었다.

'별들의 전쟁'무기가 된 빛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각도에서의 연구가 필요하였다. 다시말해서 빛이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빛의 이중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빛의 본질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우선 입자개념(광량자설)으로서 광전효과 (어떤 금속의 표면에 빛을 쪼일때 전자가 그 금속에서 튀어 나오는 현상)의 현상만을 보면 광자는 콩알모양의 입자이다. 그런데 빛(광자)이 파동처럼 간섭과 회절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빛은 파동과 입자의 두가지 면을 지녔다고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영국의 물리학자 에딩톤(1882~1944)은 빛의 이중성을 전제로 하고 그와 같은 존재를 물질파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끝으로 빛의 역사 및 본질과 관련시켜 생각해 볼 것은 새로운 빛인 '레이저'이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적당한 주파수의 빛을 흥분한 원자에 비추면, 그 원자는 잉여의 에너지를 빛으로서 방사한다"고 예언한바 있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이 만들어 낸 빛의 곧 레이저 광선이다. 레이저는 새로운 인공광선이다. 아르키메데스의 '불태우는 거울'이 사실이었다면, 그의 꿈이 실현된 셈이다. 지금 레이저 광선이 '별들의 전쟁'에서 무기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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