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텔레파시의 비밀 밝혀질까

최초의 뇌파 연구자 한스베르거의 꿈


컴퓨터로 재구성해본 뇌파. 후각계의 활동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현상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단숨에 풀어내기 위해 한스 베르거는 뇌파연구에 착수했으나…

흔히 과학자의 사적인 생활은 그가 이룩한 객관적 업적에 가려져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1924년 역사상 최초로 인간의 뇌파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린 독일의 의사 한스 베르거(Hans Berger)의 일생 역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에 관한 단편적인 일화들을 모아보면, 모차르트나 고호의 전기 못지않게 매우 비범한 삶을 살았음을 엿보게 된다.

그는 극히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바깥세계와는 아주 제한된 접촉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내적인 환상에 심취하여 살았던 것 같다. 그는 오랜기간 뇌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단 한번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구내용을 말한 적이 없으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대학병원의 어두컴컴한 지하 연구실에서 남몰래 실험을 계속하였다.

그가 발견하여 명명한 알파(α)파도 발표하는데 5년간의 시간이 필요하였고 뇌파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15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연구초기 학계의 냉소에도 그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으며, 또 자신의 업적을 학문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던 베르거는 1941년 대학에 대한 히틀러의 정치적 탄압이 가중되던 어느 날, 끝내 그의 연구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한스 베르거가 그의 비장한 삶을 통하여 뇌파의 연구에 몰두하였던 배경도 단순한 호기심 또는 실용적인 의료기술의 개발을 위한 것은 아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아마도 그 동기는 인간의 복잡한 정신현상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단숨에 풀어보고야 말겠다는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비약적인 그의 삶의 태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베르거의 암울한 일생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면 한스 베르거가 삶의 종지부를 찍은 지 5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뇌파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하여 먼저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 자신의 눈을 통하여 뇌파의 실체를 직접 바라보자. 병원 뇌파검사실에 환자를 눕히고 머리에 전극을 20개 이상 붙이고 뇌파기계를 작동시켜보면 펜을 통하여 수백만배로 증폭된 아주 미미한 파장들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기록지 위에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매일 수도없이 희로애락이 교차되는 인간의 두뇌활동을 표현하는 신호 치고는 너무 따분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 눈에 분명한 변화가 보이는 때도 있다.

환자가 눈을 감고 뇌파를 찍기 시작한 후 10여분 경과하여 깜박 잠이 들 때면 파장의 모양과 분포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30분 더 지나 깊은 잠에 빠질 때면 커다란 파고의 느린 파장들이 온 머리를 꽉 채운다. 환자가 간질발작을 일으킬 때는 구불구불하던 뇌파가 갑자기 커지면서 매우 규칙적인 빠른 발작파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격한 변동들을 제외하고는 뇌파는 더이상 자세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환자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어떤 내용의 꿈인가는 알 수 없다. 화를 내거나 기뻐하는 것은 얼굴표정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으나, 화난 뇌파와 즐거운 뇌파는 구분할 수 없다.

뇌파가 임상에 도입된 후 뇌파의 형태와 사람들의 지능이나 성격 또는 거짓말을 한다거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특정한 정신활동을 비교하려고 시도한 무수한 연구들이 있었으나 크게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그 이후 대뇌피질이나 뇌기저(基底)부위의 신경세포들의 행동과 뇌파와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다.

뇌파의 모양은 신경세포 자체의 독특한 활동전위(活動電位)의 방출과는 관계없다. 단지 수십만개의 뇌세포들이 비슷한 전위에 몰려있다가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전위의 차이가 수동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뇌파다. 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전기활동, 그래서 무엇인가 뇌의 실체를 보여줄 것만 같았던 뇌파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서서히 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심각한 뇌질환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만 응용될 정도로 그 활용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뇌파란 쓸만한 정보의 한 파편이거나 강렬한 의미를 갖는 암호와 같은 것이 아니고, 수많은 뇌세포들이 작동할 때 부산물로 흘러나오는 별 쓸모없는 잡음(noise)로 취급되기도 한다. 뇌파를 활용해 감정이나 성격 지능같은 고등기능을 규명하기란 두터운 젖빛 유리를 뚫고 미세한 설계도를 복사하려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파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1970년대에 들어서서 컴퓨터의 발달과 아날로그-디지털(analog-digital) 신호전환 등 전자기술이 개발되자, 뇌파를 좀더 수학적으로 또는 신호공학적으로 분석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푸리에 분석(Fourier analysis)인데, 이것은 아무리 복잡한 곡선이라 할지라도 파고 주파수 위상이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사인(sine)파들로 분해될 수 있다는 수리분석적인 방법에 근거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이 분석법은 단지 눈으로 보았을 때 얻기 어려운 정량적인 자료들과 수학적으로 분할된 스펙트럼들을 보여 주었지만, 역시 고등정신활동의 파악에 돌파구를 열지는 못하였다. 사실상 우리 머리속에 주파수가 여러가지인 사인파발진기가 몇십개씩 들어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없었고, 푸리에변환은 생물학적 잡음을 억지춘향식으로 수학에 두드려 맞추려는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고독과 우울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텔레파시(telepathy)를 통한 정신의 교류를 굳게 신봉하였던 한스 베르거의 꿈은 덧없이 깨어져버리고 말았는가.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뇌파처럼 불규칙하고 제멋대로의 모양이고 뜻을 갖고 있다기에는 너무 애매한 현상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리저리 불어가는 바람, 여름 하늘에 피어나는 구름의 움직임,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살의 방향, 들쑥날쑥한 증권시장의 주가변동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뀌어 애를 태우는 애인의 마음처럼 우리는 뉴턴의 운동법칙, 유클리드의 기하학, 플라톤의 변함없는 이데아의 세계보다 예측불허하는 혼란과 잡음에 더 익숙해왔다.

뇌파는 단지 이러한 다양한 자연현상의 하나이다. 흑백이 분명한 논리가 뇌파 속에 숨어있기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발상인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날의 기대는 모두 잊어버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무의미한 혼돈에 우리의 눈을 좀더 가깝게 가져가는 작업인 것이다.
 
뇌파는 흥분성신경과 억제성신경의 상호관계에 따라 진동한다.

「복잡성의 과학」과 연결돼

인간의 뇌를 연구하려 할 때, 마치 정비사가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차뚜껑을 여는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자동차에는 이미 인간의 지능과 용도에 따라 설계제작된 엔진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등 뚜렷한 기능체계가 전제되어 있는 반면, 인간의 두뇌에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10}^{14}$개의 엄청난 신경세포들이 복잡하게 얼키고 설켜있어서 우리가 기대할만한 기능단위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기중에 불과 몇종류 안되는 기체분자들이 수천억개 집단적으로 모여 움직일 때 폭풍이나 회오리바람같은 엄청난 가시적 현상을 일으키는 것과도 흡사하다. 이처럼 극히 제한된 구성요소들이 무수히 모여서 전개되는 물리체계를 다루는 학문분야를 복잡성의 과학(science of complexity)이라 한다. 최근 뇌파현상을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해보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물리체계는 지속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는 역동계(dynamic system)로 파악돼야 한다. 이러한 혼돈스런 활동은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한 법칙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갑작스런 소나기, 잔잔하던 바다의 난류, 인간 심장의 예상키 어려운 부정맥, 난데없는 주식가격의 폭락 등의 혼돈이 불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뇌파의 활동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증폭을 하고 스펙트럼분석을 하여도 잠자던 사람의 뇌에서 돌연 각성뇌파가 나타나는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꼬집어 기술하기는 어렵지만 잠잘 때와 꿈꿀 때 그리고 각성기의 뇌파는 마치 같은 분자로 구성된 물이 갑자기 끓기도 하고 얼어붙기도 하는 것처럼, 작동하고 있는 역동계의 성상이 급작스럽게 분기(bifurcation)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줄기의 뇌파는 별 의미없는 잡음같이 보이지만 급격 히 위상이 변하는 어떤 비선형(non-linear)적인 규칙과 특성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조직화된 무질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10}^{14}$ 개의 엄청난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히고 셜켜 있다.

끌개의 성격이 바뀌면…

얼핏 보면 대단히 혼란스럽지만, 아무런 의미없는 무작위(randomness)와 구분하여, 이러한 역동계를 결정론적 혼돈(deterministic chaos)이라 하고, 이러한 특징을 가진 복잡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혼돈과학(science of chaos)이다. 어떤 역동계에서 순간 순간 그 계의 활성화되는 상태를 결정하는 특성을 끌개(attractor)라고 하는데, 비교적 단순한 고정점 끌개(fixed point attractor), 한계순환끌개(limit cycle attractor)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이한 끌개(strange attractor) 등이 있다. 이 기이한 끌개가 역동계에서 혼돈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개념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고도의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므로 쉽게 머리속에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혼돈과학의 관점에서 뇌파를 해석할 때 대단히 흥미있고 의미심장한 결론들이 도출된다.

나불거리는 뇌파의 신호를 단순히 시간에 대한 전위의 변동이나 구성주파수의 복합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여러가지 가능한 변수들이 역동적으로 급변하는 위상공간(phase space)에서의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한 순간의 뇌파가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의 역동으로 파악할 때 뇌파는 쓸모없는 잡음의 집합 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 있다. 즉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잘 반영하는 유사결정적 신호(quasideterministic signal)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뇌의 정상적인 작동은 혼돈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단히 골치아픈 병으로 간주되고 있는 간질 발작시의 비정상적인 뇌파는 정상뇌파에 비하여 대단히 규칙적이며 수학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파장의 진행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즉 발작시의 뇌는 단순한 끌개에 의해 결정되는 자유도(自由度)가 매우 제한된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낮은 차원에서의 뇌기능은 결코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경련발작이라는 심각한 병적 현상만을 초래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정상시의 뇌는 기이한 끌개에 의해 진행되는 혼돈의 형태로 작동된다. 또 뇌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끌개의 성격이 변화되어 일시적으로 예상치 못한 물리계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냄새를 많이 맡아야 하는 토끼의 후각신경구에서 기록한 뇌파의 행태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토끼의 후각신경구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대하여는 순간적으로 혼돈스런 파형을 보이다가 학습에 따라 냄새의 지각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 냄새에 반응하는 특유한 파형들의 분포지도가 형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지도의 모양은 각각의 냄새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한계순환 끌개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후각신경구가 혼돈의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끌개의 양상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그 냄새에 특이한 반응을 하는 아주 새로운 물리계를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혼돈과학적 방법으로 뇌파를 접근할 때 얻어지는 결론들은 과학적인 서술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조물주는 혼돈상태를 좋아한다(?)

매일같이 뇌파검사실에서 기록되는 따분한(?) 뇌파의 이면에, 냄새를 맡을 때, 잠들 때, 깨어있을 때 근본적으로 위상공간에서의 구조가 달라지는 혼돈과 분기하는 끌개들 속에서 예측불가능하지만 분명히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정교한 질서의 장(章)이 굳건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상식적 논리를 뛰어넘는다.

왜 뇌는 컴퓨터처럼 단단한 하드웨어와 잘 짜여진 논리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황당한 혼돈계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주어진 소프트웨어에 따라 충실히 작동하는 정보는 재빨리 계산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프로그램을 떠나서 창조적인 정보로 변환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혼돈은 어떠한 형태의 입력요인도 위상공간에서의 변환을 통하여 예측불허의 새로운 물리계를 창조적으로 생성하게 한다. 곧이어 새로운 끌개를 형성하여 또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간다. 조물주는 슈퍼컴퓨터같은 정확도 신속도 신뢰도 보다는 혼돈이 제공하는 창의력과 적응력을 인간의 두뇌에 이식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인간은 일생에 오직 한번, 단 한번 주어지는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또 다음 순간들로 용감히 나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혼돈과학으로 보는 뇌파의 모습,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된 한스 베르거의 꿈의 한 장면임에 틀림없다.


뇌파란 무엇인가?

뇌파는 그 속도에 따라 서파 중속파 속파 등으로 나누고 있다.

사람의 몸을 하나의 기계로 친다면 이만큼 정밀하고 철저하게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도 없다.

신이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연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신의 어디를 살펴도 서로 다른 부위를 보조하면서 또 자체기능을 다하게 되어 있고 기관과 기관간의 연결이나 통제도 기가 막히게 잘 짜여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인체를 소우주(micro cosmos), 즉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아 천지운기와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인체를 메커니즘의 견지에서 파악, 생리학 해부학 조직학 등이 체계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에 와서 전자공학과 정밀기계공학의 도움을 받아 인체의 여러 기능을 전기적으로 그리고 숫자로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여러가지 개발됨에 따라 인체생리는 그만큼 정밀하고 정확하게 규명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놀라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인체의 구조가 신비스럽게 잘 조화되어 기능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이러한 전신의 기관을 움직이는 총 관리센터라고 할 중추적 사령실이 바로 머리속의 뇌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뇌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것이다. 중요하기 때문에 뇌는 두개골이라는 머리뼈로 단단히 보호되고 있으며 이 머리뼈는 인체가 다 썩은 뒤에도 오래 남게 된다. 1천년이 넘도록 파묻혀 있어도 원형을 유지할 만큼 단단한 머리뼈에 보호되어 있는 뇌는 대뇌 소뇌 숨골 등 세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각각이 맡은 기능도 서로 다르다.

뇌는 아주 연한 조직으로 되어있고 꾸불꾸불하게 주름이 진 대뇌피질이 감싸고 있다. 대뇌피질은 여러가지 감각과 지능 기억 사고 행동 등을 관장하는데 현대 생리학은 아직도 이런 뇌의 완전한 기능과 뇌의 어느부분에서 어떤 일을 관장하는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아마도 2010년 경에는 뇌의 기능이 규명되어 인공지능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뇌에 대한 연구는 오래 되었지만 그 가운데 기록할만한 성과는 1875년 영국의 생리학자인 R.케이튼이 토끼와 원숭이의 대뇌피질에서 나오는 미약한 전기적 파동을 기록한데서 비롯된다.

그는 사고나 행동을 관장하는 기관이 대뇌라면 대뇌의 세포는 신경계 세포일 것이고 이 세포는 기능하기 위하여 어떤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하여 뇌의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것을 전기적으로 알아낼 수 없을까에 착안, 처음으로 뇌신경세포의 활동을 전기적으로 포착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이것을 뇌파라고 이름지었다.

그후 이 뇌파는 여러 방면에서 측정되고 분석됐다. 그러나 192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H.베르거가 외상으로 머리뼈가 일부 깨어진 환자의대뇌피질에 백금으로 된 전극(電極)을 꽂아 뇌파실험을 한 결과, 사람의 뇌파를 기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계속 실험하여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도 같은 뇌파가 나타나는 것을 알아내고 또 이 뇌파를 기록하여 도면을 작성하였다.

이렇게 하여 심전도가 심장의 움직임을 전기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같이 뇌전도라고 이름을 붙여 발표했다. 그후 전기적 측정에 현대식 전자공학과 정밀한 증폭기가 동원되어 완벽한 뇌파를 측정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많은 환자와 의사들에 의하여 뇌파가 측정되고 분석된 결과, 현재는 다섯가지로 분류하고 그 속도에 따라 서파 중속파 속파 등으로 나누고 있다.

뇌파의 분류
δ(델타)파 0.5~3Hz
θ(세타)파 4~7Hz 서파(徐波)
α(알파)파 8~13Hz
14~17Hz 중속파
β(베타)파 18~30Hz 속파
γ(감마)파 30Hz이상 초속파

뇌파는 머리 꼭지부분과 뒷머리 부분에서 가장 크게 기록되며 앞머리나 이마 부분은 작다. 또 α(알파)파가 안정되게 나타나는 것은 눈을 감고 진정상태에 있을 때이며 흥분하거나 눈을 뜨고 주시하게 되면 α파가 저지된다. 이 α파는 뇌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어린아이는 4~6Hz 정도이며 커갈 수록 높아져 20세 전후에 성인치에 달한다.

α파보다 낮은(느린) 주파수를 서파라고 하는데 한때 뇌종양 환자에서 관찰되어 뇌종양진단에 필요하다고 했으나 그후 젖먹이 어린이 또는 수면중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알려져 서파는 주로 휴면 안정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α파 보다 빠른(높은) 파동을 속파라고 하는데 중속파 초속파로 구분하여 β(베타) γ(감마)파라고 부른다.

뇌파는 아직도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상태를 판단하는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상뇌파와 이상뇌파

다만 뇌파를 통해 자고 있는가 깨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뇌파가 일정한 파형을 그리면서 작동할 때는 정상상태지만 이것이 비정상으로 이상한 파형이 간간이 나타난다거나 어떤 상태에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등 이상상태를 발견하면 이것을 임상에 응용하는데까지는 와 있다.

특히 극파라고 하여 파형이 상하로 심하게 움직이는 현상은 전간(지랄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뇌파가 어떻게 하여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정설이 없다. 다만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들이 일시에 같은 움직임을 하는데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정상뇌파와 이상뇌파를 구분하여 이것을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이용한다. 그러려면 뇌파를 장시간 기록하고 또 여러 경우를 반복 기록하여 분석하여야 한다.

서파인 δ(델타)파나 θ(세타)파가 나타나면 뇌종양이나 뇌혈관장애가 있는 것으로 본다. 또 α파라고 해도 주파수가 8Hz 부근에 주저앉은 경우도 뇌기능의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본다. 속 파인 β(베타)파가 9% 이상 나타나는 경우도 이상상태로 보며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른 경우도 역시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뇌파의 측정에 의한 진단은 환자에게 고통이나 자극을 주지않는다. 또 병변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짚어내거나 병든 상태를 판단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이 뇌파도를 이용하여 진찰하고 치료한다.

뇌는 다른 기관과 달라 한번 손상되거나 괴사되면 다시 소생하거나 돋아나지 않는다. 따라서 뇌신경세포도 한번 활동을 정지하면 그것으로 끝나버리게 된다.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를 뇌파계라고 하는데 현재는 아주 정밀하고 분석까지 해내는 우수한 장치가 개발되어 실용화하고 있다. 뇌파계는 대강 세가지 부분으로 나눈다. 입력부위는 뇌파를 기계에 입력하는 부분으로 머리 피부에 붙이도록 여러 갈래의 끈이 있고 그 끝에 붙이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장치가 달려 있다.

다음은 증폭부분이다. 아주 미약한 전기신호를 증폭하는 장치로 마이크로 볼트(㎶)정도의 미약한 전기진동신호를 포착하여 증폭시키도록 만들어져 있다.

끝부분은 기록장치이다. 증폭기에서 증폭된 전기 신호를 도면 위에 그리는 자동장치로 각 부위별로 그리고 뇌파종별로 기록하는데 잉크를 사용하는 오실로그래프 방식도 있고 열을 가하는 열펜식 방식도 있다.

이밖에이 진동을 브라운관을 통하여 TV화면에 나타나게 하는 브라운관 방식도 있다. 이것은 눈으로 뇌파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진찰용으로는 잉크식 오실로그래프 방식을 이용하고 수술실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술할 경우는 브라운관 방식을 이용한다.

그밖에 뇌파분석장치를 연결하여 뇌파의 변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디지털로 표시하거나 자동으로 진단하는 장치도 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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