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타임머신

타임머신

Prologue_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여기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나 미래로 여행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시간 여행자’는 사람들에게 시간 여행이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타임머신에 오릅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남루한 모습으로 나타나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시간 여행자’에게서 80만 년 뒤 지구의 모습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작품소개

‘타임머신’은 영국의 허버트 조지 웰즈가 쓴 1895년에 발표한 과학소설이다. 과학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웰즈는 독학으로 대학교를 졸업한 뒤 ‘타임머신’을 비롯해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 현재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소설을 써 ‘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린다.


유령으로 가득한 세상

“유령이 틀림없다. 그런데 어느 시대에 죽은 사람들의 유령일까?”

그랜트 앨랜의 재미있는 주장이 떠올랐다. 만일 각 세대마다 죽어서 유령으로 남는다면 결국 온 세상은 그들로 덮여 버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이 옳다면 지난 80만 년 동안 유령들의 수효는 엄청나게 불었으리라. 그러니 한 번에 유령을 넷이나 보았다고 한들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농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아침 내내 이상한 형상을 한 그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80만 년 동안 지구 위에서 살다 간 사람들이 모조리 유령이 되어 돌아다닌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온 세상이 유령으로 뒤덮여 북적거리겠지요. 지금은 매년 약 1억 3000만명의 아기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따라서 80만 년 동안 매년 그와 같은 수의 아기가 태어난다고 하면 총 인구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겁니다.

130,000,000명×800,000년×=104,000,000,000,000명

계산해 보면 무려 104조 명이나 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유령으로 뒤덮일 정도네요. 그 뒤로도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사람은 계속 태어날 테니까 앞으로 쌓일 인구 수는 거의 무한할 겁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태어나 살았던 사람의 수는 몇 명이나 될까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조상의 수를 세어 봅시다.

모든 사람에게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사람 1명이 있다면 그 사람의 부모님은 2명, 조부모님은 4명이 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조상의 수는 2배가 됩니다. 일반화를 시켜 보죠.

현재 1명
1세대전 2명
2세대전 4명
3세대전 8명
n세대전 ${2}^{n}$명

20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의 인구가 현재 인구보다 대략 100만 배나 많게 됩니다. 현재보다 과거의 인구가 훨씬 많았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겹치는 사람을 모두 다 셌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가 한 명의 자식만 낳는 것은 아니거든요. 나의 부모님은 형의 부모님과 똑같은 것처럼요.


3차원? 4차원!

“합당한 근거도 없이 내가 주장하는 바를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얘기는 아닐세. 자네들이 곧 모든 걸 수긍할 수 있도록 해 보이겠네. 수학적 직선, 즉 두께가 0인 직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을 자네들도 잘 알고 있지? 수학적 평면도 마찬가지지만, 그것들은 그저 단순히 추상적 대상물일 따름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
심리학자의 말이었다.
“길이와 폭과 두께만을 갖고 있는 입방체도 마찬가지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네.”
“그건 그렇지 않네!”
필비가 끼어들었다.
“분명 3차원의 입체물은 존재하네. 모든 사물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시간의 경과 없이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입방체가 있을 수 있겠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타임머신은 어떤 원리로 움직일까요? 먼저 차원이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차원, 3차원 할 때의 차원은 공간에 있는 어떤 점의 위치를 이야기하는 데 필요한 수의 개수를 말합니다. 아래 그림을 볼까요?
 
1차원

이처럼 공간이 직선으로 되어 있는 곳이라면 수 하나만 있으면 위치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3에 있다”, “-5에 있다”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면 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지요. 이것을 1차원이라고 합니다. 1차원은 길이만 있을 뿐 폭이나 넓이가 없습니다. 고대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자신의 책 ‘원론’에 쓴 정의인 ‘선은 폭이 없는 길이다’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1차원 세계에서는 앞과 뒤만 있을 뿐 옆이 없는 것입니다.

2차원은 이런 수가 2개 필요한 공간입니다. 평면이 2차원이지요. 2차원에서 위치를 말하려면 수가 2개 필요합니다. 다음 그림을 보세요.
 
2차원

평면에 2개의 축을 그려 좌표를 만들면 수 2개를 이용해 어디에 있는 점이라도 모두 위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삼각형이나 사각형과 같은 평면도형은 모두 2차원에 속한 도형입니다. 2차원의 세계에는 길이뿐만 아니라 폭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면적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의 정의 중 하나인 ‘면이란 길이와 폭만을 갖는 것이다’는 바로 2차원을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는 공간에는 길이와 폭뿐만 아니라 높이도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인 것이죠. 좌표를 이용하면 3개의 축과 수를 이용해 위치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되는 것이죠.
 
3차원

원뿔, 육면체 등의 입체도형은 3차원 공간에 있으며, 부피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물체는 3차원 물체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여행자는 시간의 흐름 없이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3차원 물체는 없다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시간여행자가 또 하나의 축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언제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축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이 아니라 4차원 공간이 되는 것이지요. 길이와 폭, 높이에 이어 시간이라는 새로운 좌표가 생기는 겁니다. 타임머신은 바로 이 시간이라는 좌표를 따라 앞뒤로 여행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4차원 물체를 3차원에서 보면?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네. 공간이란 수학자들이 생각하듯 세 개의 차원 - 즉 길이, 폭, 두께로 되어 있으며, 서로 직교차 되는 세 개의 축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지. 하지만 철학자 중 일부는 3차원에만 생각이 머무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네. 세 개 축 모두에 직교하는 또 다른 축을 상정해 볼 수 있다는 얘기지.
또한 거기에 머물지 않고 4차원 기하학을 구성해 내려고 애쓰고 있기도 하네. 한달 전쯤에 사이먼 뉴컴 교수란 분이 뉴욕 수학학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연을 했네. 자네들도 잘 알다시피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 입체 도형을 그려 넣을 수 있는방법이 있지 않은가? 이와 마찬가지로 3차원 모델을 통해 4차원 도형을 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이지.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만 한다면 말일세. 알겠나?”
(중략)
“한동안 난 4차원 기하학을 공부해 왔네. 거기엔 희한한 것들이 많지. 예를 들어 어떤 남자의 초상화를 보면 8살 때 그림, 15살 때 그림, 17살, 23살, 이런 식으로 그림이 쭉 이어지지. 이건 이미 고정되어 바꿀 수 없는 4차원 존재에 대한 3차원의 단면들이라네. 3차원 그림들이 합쳐져 4차원 대상물을 표현해 주고 있는 거지.”


시간 여행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먼저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의 물체를 그릴 수 있다는 말로 시작을 하네요. 실제로 2차원인 평면 위에 그린 3차원 물체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입체도형의 투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3차원의 물체인 입체도형을 평면 위에 그려 놓은 것이지요.

이와 같이 3차원의 물체를 평면에 나타낼 수 있게 해 주는 기법을 원근법이라 합니다. 실제로는 평행하게 놓인 철길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 저 멀리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요? 이렇게 멀어지는 평행선이 한 점에서 만나 사라지는 듯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방법을 일점원근법이라고 합니다. 평행선이 모이는 점은 소실점이라고 부르고요. 수학원리가 담긴 원근법을 이용해 그린 그림은 평면을 벗어나지 않지만 우리 눈에는 입체로 보입니다.

그러면 3차원 공간에서 4차원 물체를 보는 것도 가능할까요?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4차원의 물체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여행자의 말을 자세히 들어 봅시다. 시간여행자는 똑같은 사람을 그렸지만 나이에 따라 모습이 서로 다른 여러 그림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그림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4차원 존재의 단면이라는 겁니다. 이대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차원을 조금 낮춰 생각해 보지요.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3차원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요? 3차원의 물체인 구가 2차원의 세계를 지나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오로지 평면만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둡시다.
 
2차원 세계에서의 구

구가 2차원의 세계에 갓 도착했을 때는 평면과 한 점에서 만납니다. 이 때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에게는 구가 점으로 보입니다. 구와 평면이 만나는 모습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구가 평면을 지나갈수록 단면은 점점 커져 원이 됩니다.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구를 원으로 인식합니다. 원은 점점 커지다가 다시 작아지면서 점이 되고, 마침내사라져 버립니다.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갑자기 점이 나타나 원이 되고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거죠. 그들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구의 단면인 원만을 볼 뿐 구의 전체 모습을 볼 수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신기해할지도모르지요.

시간여행자가 말한 그림은 바로 이 구의 단면인 원과 같습니다. 만약 4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인 4번째 축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3차원에 사는 우리로서는 그 단면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Epilogue_시간여행자는 80만 년 뒤의 세상에서 미래의 인류인 엘로이와 몰록을 만납니다. 타임머신을 잃어버리는 사건을 겪기도 하지만 무사히 되찾아 다시 미래로 떠나지요. 수천만 년 뒤의 지구에서 인류의 멸망을 확인한 시간여행자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납니다. 과연 그는 어디로 갔을까요?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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