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3일 금요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들… 신기전 vs ANGRY BIRDS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들… 신기전 vs ANGRY BIRDS

1448년 세종대왕은 절대강국을 꿈꾸며 비밀무기를 제작한다. 이는 고려 말기 발명가이자 과학자였던 최무선이 만든 무기중 ‘주화’ 라는 로켓 무기를 개량한 ‘신기전’ 이다. 신기전은 실존했던 조선의 첨단과학기술의 상징과도 같다. 여기 신기전을 발명하는 상세한 과정과 약간의 상상 속 이야기를 조합해 만든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가 있다.

조선의 비밀무기 ‘신기전’

영화는 조선의 새로운 화기 개발을 두려워한 명나라 황실이 극비리에 조선의 화포연구소를 습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때 연구소 도감 ‘해산’ 은 신기전 개발의 모든 것이 담긴 ‘총통등록’ 을 외동딸 ‘홍리’ 에게 들려 피신시키고 자신은 자폭한다. 명나라는 계획에 실패하자 대규모 사신단으로 위장한 무장 세력을 다시 조선에 보낸다. 이들은 사라진 총통등록과 홍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명나라 사신단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보부상 ‘설주’ 는 사신단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몫 단단히 챙길 결심을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로 전 재산을 잃게 된다. 그러면서 세종의 호위무사인 ‘창강’ 과 홍리, 설주가 엮이게 된다. 설주는 홍리가 비밀무기 신기전 개발의 핵심인물임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보여준 신기전의 위력에 흠뻑 빠지고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신기전 개발에 참여한다.

그 사이 포위망을 좁혀온 명나라 무사들에게 총통등록을 빼앗겨 버린다. 이에 홍리 일행은 신기전 개발에 차질이 생기고 마는데,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포물선으로 날지 못하는 이유

신기전의 핵심은 화살과 약통(로켓 부분)을 잘 만드는 것인데, 문제는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숯과 황, 염초, 대나무, 종이 등의 재료를 직접 구해 만드는 데 있었다.

우선 화살은 길이를 늘 일정하게 제작하기 위해 같은 간격의 실을 이용해 자르고, 약통은 닥나무로 만든 전통한지를 두루마리의 형태로 150~160겹이 되도록 말아 탄탄하게 감는다. 버드나무의 가지를 태워 만든 숯을 갈아 목탄을 만들고, 황은 왜인을 통해 구입한다. 처마 밑 흙을 모아 가열한 뒤 염초만 골라내면 준비 완료! 이제 목탄 한 숟가락, 유황한 숟가락 반, 염초 일곱 숟가락 반의 일정한 비율로 섞어 화약을 만든다. 일정한 비율로 재료를 섞어야만 화살은 추진력을 얻어 날아갈 수 있다.

드디어 1차 실험이다. 이제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을 보게 되리라. 홍리 일행은 모두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점화선에 불을 붙인다. 근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화살은 멋진 포물선은 고사하고 20~30m도 날지 못한 채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대체 실패의 원인이 뭘까?

실망한 홍리는 마치 수학자가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원인을 분석하듯 포의 발사각도와 최고 높이의 관계를 살핀다. 또한 발사각도에 따라 화살이 떨어지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이에 알맞은 약통의 무게와 크기, 그리고 목탄과 유황, 염초의 비율을 계산하는데…. 그녀의 계산이 틀림없다면 2차 실험에서 화살은 최소 200~300m는 거뜬히 날아가야 한다!

두려운 마음을 뒤로하고 2차 실험에 도전! 다시 점화선에 불을 붙이는데, 이번엔 1차 실험 때보다 더욱 황당한 상황이 전개된다. 화살의 방향은 모두 제각각이고 심지어 어떤 화살은 부메랑이라도 된 양방향을 바꿔 쏘아 올린 위치로 되돌아온다. 그중 몇 개의 화살은 공중에서 폭발해 버렸는데, 이는 보통 화약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 연소 표면적이 증가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홍리는 화약 사이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그토록 꼭꼭 눌러 만들었는데…, 그녀와 일행은 망연자실한 듯 보였다.

실패원인은 구멍의 지름 탓?!

신기전에서 발사된 화살은 단지 적당한 각도와 당기는 힘만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약통에 점화선을 연결해 폭발하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야 정확히 날아갈 수 있는데, 홍리는 추진력을 제대로 얻지 못해 번번히 실패했던 것이다.

망연자실한 홍리가 안타까운 설주는 홍리 아버지의 제작비법이 담긴 총통등록을 명나라 무사들로부터 빼앗아 오기를 결심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총통등록을 되찾게 된다. 총통등록에는 일정한 화살의 길이와 화약의 양에 따라 화살이 날아가는 높이와 거리를 보여주는 모든 실험 결과가 들어 있었다. 여기에는 1척(약 30.3cm)부터 17리(1리≒0.4km, 17리≒6.8km)까지 세세하게 모두 기록돼 있었는데, 이는 홍리의 아버지가 수년간 수십만 번의 실험을 하며 얻은 결과였다.

어렵게 다시 손에 넣은 총통등록 덕분에 드디어 실험 실패의 원인이 밝혀졌다. 1, 2차 실험 당시 화살이 멀리 날지 못하거나 되돌아온 이유는 바로 약통의 분사구멍 때문이었다. 추진 연료인 화약을 종이 약통에 망치질로 단단히 채워 넣고 원뿔 모양의 추를 이용해 그것으로 구멍을 깊게 만들어 그 뾰족한 끝부분부터 타게 하면, 화약이 타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빈 공간이 생긴다. 바로 그 역할을 하는 분사구멍의 지름 크기가 너무 커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니 화살은 힘없이 추락할 수밖에!

홍리 일행이 성공을 눈앞에 둔 실험을 거듭하는 동안 명나라는 수적 우세를 차지하기 위해 여진과 합세하는 작전을 펼친다. 결국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조선군과 수천 명의 명나라 연합군이 맞서는 상황에 이른다. 누가 봐도 연합군이 우세한 상황. 하지만 조선군은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수백발의 불화살을 하늘에 쏘아 올리며…. 여러 대의 신기전에서 동시에 쏘아 올린 화살은 다양한 포물선의 장관을 이루며 연합군을 공격한다. 적의 위치와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발사대의 각도를 조절하며 결국 연합군을 퇴각시킨다. 물론 영화에서는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대신기전에서 발사된 포탄들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적진을 향해 날아가 적을 몰살시키는 괴력을 발휘한다.
 
홍리 일행은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을 제작한다.
 
뿔난 새, 화살처럼 날다!

영화를 빠져나와 일상을 둘러보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앵그리 버드(Angry Birds)’가 떠오른다. 이 게임을 한 판 즐기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2분. 그래서인지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잠깐의 휴식시간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새총을 쏘아 올리며 포물선을 그리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게임의 이름이 ‘화난 새들’ 일까? 그 이유는 욕심 많은 초록 돼지들이 새들의 소중한 알을 훔쳐 요리해 먹었기 때문이란다.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새들은 복수를 하기 위해 기꺼이 새총으로 직접 올라가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던진다. 새총 위에 살포시 앉은 새들은 누군가 새총 부분을 뒤로 당겼다 놓아주길 기다린다. 날아간 새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쌓아올려져 있는 요새에 쿵 하고 머리를 부딪치게 된다. 요새에 명중하게 되면 새장 속에 갇혀 있던 새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초록 돼지가 훔쳐간 알도 되찾을 수 있지만 정작 화살이 된 본인은“오늘도 주인에게 3만 2500점을 선사하고, 장렬하게 나는 간다”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슬피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몸을 던져 나는 새의 몸매를 살펴보면, 마치 ‘닭둘기’ 같다. 새의 모습이긴 하나 날지 못하는새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각 새들은 색깔에 따라 다양한 특기와 파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각 단계마다 선보이는 독특한 배경 음악과 요새가 무너질 때마다 들리는 경쾌한 효과음이 어우러져 게임의 재미가 더해진다. 물론 단계가 올라갈수록 요새는 더욱 견고해지고 새를 어떻게 날리느냐에 따라 점수도 매번 바뀐다.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이 전략의 핵심은 수학이다.
 
게임 ‘앵그리 버드’는 목표물에 따라 새총을 당기는 각도와 힘을 조절해야 명중시킬 수 있다.
 
꼭짓점과 대칭축을 상상해 명중 확률 높인다!

새총에 앉아 발사를 기다리는 새를 목표물에 정확히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발사 각도뿐만 아니라 당기는 힘도 조절하는 게 필수다. 이 각도와 힘의 세기에 따라 새가 날아가는 높이와 거리가 결정된다.

그럼 이제 새를 한번 날려 볼까? 새를 날리기 전에 먼저 요새의 어느 부분을 공략할 것인지를 정해야한다. 정한 목표물에 따라 발사 각도와 힘의 세기를 판단한 다음, 새를 날리면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명중시키기는 쉽지 않다. 각도를 너무 크게 하면 높이 올라가지만 멀리 못 가고, 각도를 너무 작게 하면 낮게 날아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목표물을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목표물인 요새 근처에도 못가거나 요새를 훌쩍 뛰어넘어 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리곤 하기 때문에 정확한 각도 계산은 필수다. 하지만 각도와 힘만 적절히 조절하면 비장한 표정의 뿔난 새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목표물을 명중시킨다. 바로 이 곡선이 포물선이다.

이 포물선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본 듯해 익숙하다. 설마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수학책에서 본 바로 이차함수?! 그렇다. 이차함수 단원에서 공부했던 그 포물선이다. 포물선이란 물체를 공중으로 비스듬히 던져 올릴 때, 던져진 물체가 날아가며 그리는 곡선을 말한다. 포물선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거나 무언가 던지는 스포츠 게임(창던지기, 포환던지기, 야구의 타자, 농구의 슈터 등)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곡선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이라면 바로 곡선이 좌우 대칭이라는 것이다. 앵그리 버드 게임을 할 때도 이 특징을 기억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새가 날아가는 경로를 상상하며 포물선의 꼭짓점과 대칭축을 그려본다면 명중시킬 확률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게임을 현실 세계로 이끌어 낸 곳이 있다.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테마 파크에는 새 대신 공을 새총 모양의 기구에 장착해 과녁에 맞히는 놀이기구가 있다. 하지만 방문객 중 아직 한 사람도 목표물에 명중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포물선의 원리를 공부한 수학동아 독자들이 첫 번째 주인공이 되길 바라본다.

포탄이 날아가는 경로, 포물선
 
포탄이 날아가는 경로, 포물선
 
포물선은 한자로 던져진 물체가 그리는 곡선이라는 뜻이다.

포물선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면 이차함수 y=ax²의 꼴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 포물선을 나타내는 이차함수는 전쟁 중 포탄을 쏘는 과정에서 적군에게 더 많은 피해를 입히기 위한 연구를 통해 발전해 왔다. 포탄이 날아가는 경로, 발사각도, 경로, 탄도거리 등을 계산해 정확하게 표적을 향해 쏘는 것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관건이었다. 이에 각 나라마다 수학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포물선 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신기전의 원리

영화 ‘신기전’ 속 여주인공 홍리는 영화 속에서 신기전의 원리를 강의한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종이로 만든 약통에 화약을 담고 대나무 화살에 붙여 발사하는 무기를 만드는 것이외다. 그러면 화약에 연결된 점화선에 불을 붙여 화약이 타면서 만들어진 가스가 약통 아래의 구멍을 통해 맹렬히 뿜어져 나오며 그 힘으로 날아가는 것이지요.” 그녀는 친절한 설명으로 지친 동료들을 독려했다.

생활 속 포물선을 찾아
 
생활 속 포물선을 찾아
 
최근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 에서도 활 쏘는 멋진 장면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보통 궁사들이 쏘는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 의 주인공이 적을 향해 화살을 쏘는 기술은 ‘곡사’ 라 불리는 가공된 상상의 기술이기 때문에 이때의 화살이 그리는 궤적은 완벽한 포물선은 아니다. 포물선의 아름다운 곡선은 비단 영화나 게임속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일례로 큰 공원에 세워진 분수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이 원리는 다음과 같다. 분수의 급수라인에 연결된 노즐을 통해 물이 뿜어지는데, 노즐의 지름에 따라 압력이 조절되고 노즐과 지면의 각도로 분수의 높이가 결정된다. 이것이 조화를 이루면 물줄기들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시원함과 황홀함을 선사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주변에 숨 쉬고 있는 포물선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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