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길이·각도가 빚는 신비의 삼각함수

삼각함수의 특성은 3백60˚를 단위로 해서 한 바퀴씩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그 주기성 때문에 삼각함수가 모든 과학의 분야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도형의 과학 기하학을 만들고 그것을 유클리드의 저서 '원론'에서 완전히 체계화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하학은 길이와 넓이, 각도와 같은 측도, 즉 수치를 도입하지 않았다. 측도에는 몇 ㎝, 몇 평방, 몇 도라는 식으로 수치가 필요한데, 유클리드의 기하학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유클리드는 "기하학을 배워 어디에 쓰는가?"라고 묻는 학생을 크게 꾸짖고 "쓰임새에만 신경을 쓰는 더러운 마음을 가진 자는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이것이나 가져가라" 하며 동전을 던져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숫자가 나오는, 즉 현실적인 기하학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을 가졌다.

한편 삼각 함수표를 보면 sine, cosine 등 모두가 수치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고대 그리스기하학에서는 그것을 아예 외면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기하학을 토지의 측량이나 천문학과 같은 현실 문제에 응용하자면 m , ㎡와 같은 단위의 측량 결과, 즉 측도가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아무리 외면해도 등장하게 마련이다.

길이와 각도와 기하학의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이 삼각함수다. 그것이 순수한 도형의 학문(유클리드 기하) 지식을 현실의 문제에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원과 삼각형의 관계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삼각형과 원은 전혀 다른 별개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이들은 삼각법을 고안하는 데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삼각법은 직각 삼각형에서 각 변 사이의 비를 말하는 것이며 또한 지름에 대한 원주각은 90˚다.

원과 삼각 함수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원주율 π와 삼각함수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실은 비교적 최근(18세기)에 발견됐다.

다음과 같은 원주율을 나타내는 삼각함수의 공식이 있다.

원주율을 나타내는 삼각함수 공식
 

이와 유사한 관계식은 그 후에 많이 발견됐으며 일단 이들 관계식을 얻게 되자 π의 값을 얻는 일이 용이해졌다.

천문학과 삼각법

(그림1)
 
고대 과학자의 주된 관심은 천문학이었다. 특히 태양, 달의 궤도, 또 여러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린다는 사실은 옛부터 알려져 있었다. 천체의 관측을 위해서는 원의 성질을 알아야 하고, 천체 사이의 거리 관계(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각법이 필연적이다.

히파르쿠스(Hipparchus B.C. 190-125)는 삼각법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천문학자였다. 그는 천문 관측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 삼각법의 표를 작성했다. 히파르쿠스의 업적에서 우리는 삼각법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삼각법의 기본 개념은 비에 있다. 고대 천문학자는 태양과 지구, 태양과 달,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지구의 크기, 태양과 달의 상대 거리를 결정하는 데는 반듯이 비와 각도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쿠스(Aristarchus B.C. 310-230)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1로 하면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그의 약 19배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결과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삼각법의 기호로 쓰면 다음과 같다.

EM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ES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로 하면

$₩frac{EM}{ES}$=sin3˚(그림1)

하지만 당시만 해도 삼각 함수표가 없을 때 였으므로 이렇게 간단한 결과를 기하학의 표현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결과는 ES(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ES(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의 18배보다 크고, 20배보다 작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천문학 지식에서 그 값은 약 4백배로 알려져 있다. 이 값과 비교하면 아리스타르쿠스의 계산 결과는 훨씬 작은 값이다. 하지만 그 이전의 학자들이 9와 12배의 사이라고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진보하고 있다.

지금처럼 정착된 관측 도구가 없었을 때의 일이었으니만큼 이 정도의 결과만 해도 대단한 업적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아리스타르쿠스의 방법이 정착됐다는 것이다. 그는 ∠MES를 87˚로 관측함으로써 실제의 값 89˚51´와는 크게 떨어진 오차를 만들어냈다(그림1).

우리는 고대 문명국이 원주율 π를 처음에는 3으로 삼았다가 차츰 그것이 정착돼갔던 과정을 알고 있다. 삼각함수, 천문학의 수치도 그와 같은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의 정확성의 여부다. 일단 정착된 방법이 확립되면 후세의 사람은 정확한 관측 결과를 대조하면서 그 값을 계속 수정해 나갈 수 있다.

태양과 달까지의 거리, 또 이들의 크기와 함께 고대의 학자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얼마나 큰 것인가 궁금했다. 대체로 지구 태양 달의 관계는 월식의 관측을 통해(그림2)와 같이 생각됐다.

아래 그림은 삼각형 사이의 닮음 관계를 말해주고 있다. 이 지식을 전제로 할 때 옛날 천문학자들에게 태양과 달의 실제 크기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지구의 둘레, 또는 반지름 뿐이었다. 이에 관한 지식은 시대마다 조금씩 발전했다.

(그림2)
 
소수 연구가 에라토스테네스

지구 둘레는 6만4천㎞, 또는 4만8천㎞등의 여러가지 계산 결과가 있었다. 이런 수치에 대해서 정확한 방법으로 가장 믿을 만한 수치를 제시한 사람은 소수의 연구가로 알려져 있는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B.C. 275-194)였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수치보다 그의 정확한 계산 방법이다.

당시 그는 학문의 중심지 아레크산도리아의 도서관장이었다. 그는 하짓날 정오에 햇빛이 시애네에 있는 깊은 샘 속에 똑바로 들어가는 것을 관찰했다. 즉 태양이 샘 한가운데 비친 것이다. 이 사실은 샘 옆 땅에 직각으로 세운 막대의 그림자가 없다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시각에 같은 자오선상, 즉 정북에 위치한 시애네로부터 약 5천 스다디온 북방 알렉산드리아에서의 태양 위치는, 각 거리(각도의 차이)가 원의 1/50인 그림자를 갖는 자리에 있음을 알았다.

(그림 3)에서 ∠S´AZ=∠S˝OZ(S˝는 시애네에서의 태양의 위치, Z는 알렉산드리아에서의 태양)이므로 지구의 둘레는 시애네와 알렉산드리아 간의 거리의 약 50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구의 둘레는 25만 스다디온, 즉 1 스다디온이 약 1백61m임으로 4만2백50㎞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인 경향, 특히 비의 계산법의 지식이 축적되면 차츰 삼각법이 나타날 준비가 마련된다.

(그림3)
 
원을 3백60 등분한 각도

3각법에서는 각도의 개념이 명확해야 한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1년을 3백60일로 생각했다. 사막에서 태양의 운행을 관찰하고 있는 사이에 이들이 원운동을 하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점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3백 60˚등분해 그 하나의 단위, 즉 1˚를 하루의 운행 거리로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가 원의 각도를 3백60˚로 한 것은 여기서 비롯됐다. 바빌로니아의 수학자들은 컴퍼스로 원을 그리고 그 원둘레를 반지름으로 차례차례 잘라 나가면 6번째에는 원래 위치에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그림4).

이 사실은 360˚÷6=60˚라는 수를 매우 중요한 수로 여기게 한다. 일단 60˚가 단위가 되면 이보다 작은 각을 생각할 때에는 1˚를 한 단계 낮추어 60´로 등분하면 된다. 그 하나의 단위를 1분(´)으로 삼았다. 그것을 첫째의 작은 부분이라고 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분(minute)라는 것은 여기서 나왔다.

1분보다 작은 각을 생각하면, 이때의 1분을 60등분하고 그 하나의 단위를 1초(˝)로 해 두번째의 작은 부분이라 한다. 오늘날의 초(second)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시계는 원이다. 시계는 하늘을 돌고 있는 큰 시계를 작은 모양으로 변환시킨, 태양의 모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시계의 단위가 분, 초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원의 각도 단위와 일치하도록 돼 있다. 거의 모든 단위가 10진법으로 개정돼 가는 데도 현재까지 60진법이 남아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림4)
 
천상에서 지상으로

△ ABC의 넓이 S, 각 변의 길이를 a,b,c라 하면 2s=a+b+c 일 때

S=$\sqrt{s(s-a) (s-b) (b-c)}$     의 헤론(Heron)의 공식은 보통 교과서에서는 제 2 cosine 법칙으로 유도된다.

${a}^{2}$=${b}^{2}$+${c}^{2}$-2bc cos A
${b}^{2}$=${c}^{2}$+${a}^{2}$-2ca cos B
${c}^{2}$=${a}^{2}$+${b}^{2}$-2ab cos C

길과 각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 삼각함수는 이제 삼각형의 넓이 계산에 이용됨으로써 처음 천문학에서 시작된 학문이 지상의 측량술로 이용됐다. 이는 이제 고대 그리스 수학이 현실적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음을 뜻한다. 따라서 삼각형에서 시작해 여러 모양을 갖는 토지의 계산도 가능하게 됐다.

유클리드 기하학에는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데, 헤론의 기하학에서는 숫자가 많이 취급됐다. 여기서 기하학은 이론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으로 갈려 나가 숫자(함수값)를 중심으로 하는 삼각법은 더욱더 그 실용성을 발휘하게 됐다.

주기적 현상의 도구 푸리에 급수

삼각 함수의 특성은 3백 60˚를 단위로 해서 한 바퀴씩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그 주기성 때문에 삼각함수가 모든 과학의 분야에 널리 이용되는 것이다.

자연에는 수많은 주기적인 현상이 있다. 태양 달에서 시작하는 4계절, 그리고 그에 순응하며 죽고 사는 동식물 모두가 주기성을 갖는다. 이 주기적 현상에 특히 적절한 도구가 된 것이 푸리에 급수다.

푸리에는 1822년 '열에 관한 해석적 이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열역학의 이론을 전개한 켈빈(Kelvin, 1824-1907)은 이 책에 대해 '위대한 수학적 시'라고 격찬했다. 수학과 시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이 내용은 딱딱한 수학의 논리와 기호 속에 풍부한 상상력이 펼쳐져 있음을 말한다.

푸리에의 업적은 어떤 함수 f(x)도 삼각함수로서 표시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좀 복잡한 식이지만

f(x)=1/2${a}_{0}$+${a}_{1}$cosπx+${a}_{2}$cos2πx+…+${a}_{n}$cosnπx+…${b}_{1}$sinπx+${b}_{2}$sin2πx+…+${b}_{n}$sinπx+…

와 같은 모양을 갖는 주리에 급수로 임의함수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복잡한 함수, 불연속점을 많이 갖는 함수를 모두 푸리에 급수로 표시함으로써 간단하게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학의 발전이란 어려운 문제를 쉽게 처리하는 수단을 갖게 하는 일이다. 수학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함수가 있다. 복잡한 함수는 한마디로 복잡한 그래프를 갖는다.

푸리에 급수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주기적인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불연속적이고 까다로운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연속적인 함수로 표시돼 매우 편리해졌다.

함수에는 (그림5)와 같은 것이 있다.

이같은 도형은 연속적인 푸리에 급수로 간단히 대치할 수 있다. 가령 (C)와 (D)같은 그래프는 (c´)와 (b´)와 같이 된다. 이때 푸리에 급수는 연속적으로 주어진 함수에 얼마든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푸리에 급수의 발전으로 이제 삼각함수는 응용수학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됐다. 먼 옛날 세계 각지의 고대 문명권 여러 곳에서 싹튼 삼각법은 이제 하나의 큰 바다로 합류했다. 삼각법은 오늘날 원자력의 이용, 레이더, 우주공학, 컴퓨터 등 현대 과학의 최첨단을 이루는데 기초가 됐다.

그 간의 삼각함수 발전 과정을 보면 천문 관측을 위해 발견된 삼각법은 15세기 이후의 대항해 시대에는 안전한 항로를 위해, 또 적진까지의 거리 측정 등 직접 측정할 수 없는 두 점사이의 거리를 재는 방법으로 발달해 왔다. 그 후 지도의 작성(삼각측량법)에 크게 이용됐다.

이상 삼각함수 발전의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① 달력이나 천문 관측(고대 농업시대)

② 항해의 안전 항로(대항해 시대)

③ 대포의 궤도, 적진까지의 거리(대포의 거리)

④ 정확한 지도(삼각 측량, 지도 작성)

⑤ 함수의 연구(푸리에 급수)로 모든 과학분야에 파들어 간다.

(그림5)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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