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팽창우주의 운명은?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금 빅뱅으로 돌아가는 수축의 길을 걸을 것인가.

우주가 1백억내지 2백억년 전의 빅뱅(대폭발)으로부터 지금까지 팽창해 왔다는 것은 거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팽창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또 그때의 우주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 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뚜렷한 의견통일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과연 우주에는 끝이 있을까? 우주도 나이를 먹으면 소멸하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우주말고 또 다른 우주가 있을까? 대통일 이론, 인플레이션우주이론 등 선단의 우주론이 이런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있다.

빛으로만 가득찬 우주

오늘날 우주론의 근본적 한계는 이 우주를 밖에서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도 밖에서 우주가 풍선처럼 커지는 것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우주내 두 지점이 점차 멀어지는 것을 관측해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의한 팽창우주는 일반상대론으로 조사한 결과에 잘 들어맞는다. 반대로 우리가 보고 있는 곳의 조금 밖에 우주의 경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이론들과 여러가지의 모순에 부딪친다. 여기서 일반과학자들은 우주의 무한성을 받아 들이게 된다.

무한한 우주의 시초는 빅뱅이었다. 그 후 쿼크가 생기고 이들이 모여 양성자 중성자 등의 핵자를 형성했다. 다시 이것들이 별과 은하 나아가 현재의 우주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진화가 계속될 때 즉 우주의 팽창이 진행될 때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태양이 모두 타 거성(巨星)이 되는 것은 50억년 후라고 한다. 작은 별일수록 수명이 길지만 ${10}^{14}$년 즉 1백조년이 지나면 작은 별도 모두 타버려 빛을 잃게 된다. ${10}^{19}$년 정도 지나면 은하의 증발이 시작된다. 은하의 바깥쪽의 느슨하게 뭉쳐있는 별들로부터 이러한 증발이 시작되는데, 한편 일부의 별은 보다 밀집된 집단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천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양성자의 붕괴이다. 즉 ${10}^{31}$년 정도 지나면 양성자가 전자와의 양전자로 붕괴되는데 이들은 서로 소멸하고 모두 광자가 된다. 우주가 팽창을 계속함에 따라 모든 것은 광자가 되어 버리고 우주의 밀도는 균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주는 빛으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기도 함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다고도 하겠다. 우주에는 현재의 우주 크기보다도 긴 파장을 가진 파가 넘실거리게 될 것이다.

물론 전자와 양전자가 서로 만나 소멸하기는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양성자가 붕괴되기까지에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흘러야 하고 따라서 우주도 상상할수없이 팽창되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이 소멸의 시기를 ${10}^{116}$년 후라고 계산했다.

눈에 보이는 천체 말고 블랙홀도 소멸되기는 마찬가지다. 즉 블랙홀이 오랜시간이 지나면 입자와 열을 방출하고 증발한다는 '호킹'의 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다. 태양 정도 질량의 블랙홀이 증발하는 데는 ${10}^{64}$년이 걸린다고 한다.
 
압축된 가스로부터 별이 생겨나고 있는 곳의 전파사진. 은하계는 별의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무대이다.

'닫힌 우주' '열린 우주' '평탄 우주'

우주는 이상에서 살펴본대로의 팽창을 무한이 계속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3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즉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 한다는 '닫힌 우주'(플러스의 곡률, 구형)와 영구히 팽창한다는 '열린 우주'(마이너스의 곡률, 안장형) 그리고 영구히 팽창하지만 팽창률은 0에 접근한다는 '평탄 우주'(곡률0, 유클리드형)가 그것이다. 닫힌 우주와 열린 우주를 가름하는 것은 우주의 물질 밀도. 우주의 물질이 1㎝³당 ${10}^{-29}$g 즉 지구만한 공간에 10㎎이상의 물질이 있으면 닫힌 우주가 되고 그 이하면 열린 우주가 된다. 현재 추정되는 우주의 물질 밀도는 유감스럽게도 이 임계치보다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고 계산되고 있을 뿐이다.

닫힌 우주는 언젠가 팽창을 그치고 수축으로 돌아설 것이다. 그러면 천체로 부터의 빛이 오늘날과는 반대로 청색편이를 보이게 된다. 은하는 서로 접근하고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별이 녹는다. 수축이 더 진행되면 원자핵이 녹고 이윽고는 빅뱅의 길을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이 우주관을 믿는 사람은 현재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영원히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 한다고 할 때 지금 말고 다른 팽창 때의 우주를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주론이다. 대통일 이론을 기초로 한 이 이론은 '평탄한 우주'를 상징한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우주론의 수수께끼의 하나였던 '지평성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멀리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별과의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별에서 1년전 나온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즉 1년 전의 과거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주의 지평선이란 우주의 탄생 때 출발한 빛이 지금 도달한 극한적인 장소를 말한다. 그러니까 그 거리는 광속에 우주의 나이를 곱한 최소한 1백억광년이 된다.

문제는 지난 65년 3˚K 복사 즉 우주배경 복사가 발견됨으로써 시작됐다. 이것은 우주의 어느 방향에서도 균일하게 오는 전자파로서 빅뱅의 잔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것은 우주의 지평선 근처를 오랜 옛날에 출발한 빛의 파장이 늘어나 마이크로파가 된 것이다. 그런데 1백억광년이나 떨어진 지평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온 복사의 온도가 왜 같을까. 무언가 우주의 여기 저기서 사전의 '담합'이 있었던 것 같은 이 현상을 기존의 빅뱅 이론은 해결하지 못했었다.

예를 들면 우주가 창조된 0.1초 후의 일을 생각해 보자. 이때 우주는 현재 크기의 1백억 분의 1이었다. 현재 1백억광년의 거리도 당시는 단지 1광년이다. 그렇지만 그때의 지평선의 크기는 빛이 0.1초 동안 달린 거리인 0.1'광초'에 불과했다. 즉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즉 온도를 맞출 수 있는)최대한의 거리가 우주 크기의 3억분의 1밖에 안된다는것이다. 따라서 '담합'은 불가능하게 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빅뱅 후 ${10}^{-36}$초에 일어난 상전이(相転移)기간에 우주가 ${10}^{50}$배나 급격히 팽창했다는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지평선의 크기가 우주의 크기 보다 컸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담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담합'이 끝난 직후 우주가 맹렬히 팽창했기 때문에 지금 본다면 그 흔적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전파망원경

거품 저편의 또 다른 우주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것과 그 저편의 시공(時空)의 커다란 부분은 극히 초기의 우주에 있었떤 작은'거품'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 거품에는 높은 차원의 양자장(量子場)이 포함돼 있어 그것이 팽창을 일으킨다. 그런데 급속한 팽창에 의해 우리 우주의 물질내용은 극히 작은 밀도로 엷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전에 존재했던 입자는 오늘날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현재 우주의 물질은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일어난 상전이에서 생겨났다.

인플레이션 우주에서는 팽창하는 거품 저편의 시공은 거품내부의 시공과는 다르다. 거품 저편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단서도 없다. 그곳에서 발사된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면 이윽고 거품 저편의 또 다른 우주의 소식이 전달될 지 모른다.
 
은하의 모습. 우주에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은하 외에 빛을 내지 않는 별과 블랙홀 등이 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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