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우애수, 완전수, 삼각수, 아라비아수

우리가 사는 세상에 '하나'와'둘'그리고 '많이'라는 수만 있다면 어떨까.현재 우리는 많은 수들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수’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번호, 예를 들어 전화 번호, 상품 번호, 도서 번호, 자동차 번호, 우편 번호, 아파트 번호, 전철과 도로 번호, 계좌 번호, 신용카드 번호, 비밀 번호, 주민등록 번호, 수험 번호, 학번, 군번 등은 우리가 수 속에 파묻혀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 거리, 속도, 넓이, 부피, 무게 등과 같이 실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개념들도 수를 이용하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면서 ‘하나, 둘, 셋, …’하면서 수를 접하고, 더 큰 수를 말할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곧 숫자 1, 2, 3, …을 배우고, 수를 계산한다. 수는 볼 수도 없고 냄새를 맡아볼 수도 없으며 만져볼 수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자연 언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부가 된다.

그렇지만 수가 이런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는 길고도 긴 시간이 걸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손쉽게 수를 다룰 수 있게 됐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여러 이름의 수들이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자.

고대 이집트의 숫자.현대인들이 어느 정도 해석해낼 수 있을까.

하나, 둘, 많이

원시 시대의 수학을 확인해보는 방편으로 아직도 원시 생활을 하고 있는 부족을 연구하기도 한다. 원주민들은 물건의 많고 적음을 구분할 수 있지만, 얼마나 많은 지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물건의 개수를 나타내는 숫자도 없고 수 이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의 이름을 짓기가 어렵듯이 수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원시 부족 중에는 수 이름이 고작 ‘하나’와 ‘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많이’는 앞의 것보다 큰 모든 수에 대한 이름이다.

말라카에 살고 있는 사카이 부족의 한 노인에게 나이를 묻자, “예, 저는 세 살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예 수 이름이 전혀 없는 부족도 있다. 스리랑카의 베다 부족에게 코코넛의 개수를 물어보면, 그와 개수가 같은 조개 껍질을 보여주면서 “이만큼 많이”라고 말한다. 호화로울 정도로 많은 수 이름을 만들어준 조상님들께 감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새로운 수를 찾고 이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수는 소중히 간직해야 할 귀중하고 신성하며 신비로운 재산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에 의미가 부여됐고, 수에 대한 미신이 생겼으며, 금기 사항이 추가됐다.

피타고라스학파(오른쪽)는 수가 만둘의 구성 원소라고 믿었다.

가장 존경받는 수 1

수학이 성년기에 들어선 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로움은 극에 달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자연)수가 만물의 구성 원소라고 믿었으며, 이에 따라 수 사이의 관계를 터득한 사람은 만물의 현상을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수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를테면 모든 수의 생성원으로서 1은 가장 존경받는 수이며 이성의 수였다. 최초의 짝수 또는 여성의 수인 2는 의견의 다양성을 나타냈다. 최초의 진정한 남성의 수인 3은 단일성과 다양성의 합성으로서 조화를 나타냈다. 4는 정의를 의미했는데, 원한의 해소를 권유하는 수였다. 최초의 진정한 남성의 수와 여성의 수의 결합인 5는 결혼을 의미했다. 6은 창조의 수였다. 그들의 수에 대한 신비로운 연구는 계속돼 우애수, 완전수, 다각수가 등장했다.
 
현재까지 얻은 완전수는 모두 짝수이다.유클리드가 이미 기원전 3백년경에 알아낸 사실이지만 홀수인 완전수를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220과 284는 우애수

두 수 220과 284는 약수를 통해 매우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다. 220의 진약수(자신을 제외한 약수)는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인데, 이것들의 합은 284이다. 또 284의 진약수는 1, 2, 4, 71, 142인데, 이것들의 합은 220이다. 서로 다른 친구를 ‘또 다른 나’라고 역설한 피타고라스는 이 두 수에서 우정의 표상을 발견했으며, 이런 수들을 ‘우애수’의 쌍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우애수의 쌍이 적힌 부적을 나눠 가진 사람 사이에는 완전한 우정이 보장된다는 미신이 생겼다. 이런 부적을 나누어 가진 한 사람이 지구의 반대편에 가 있더라도 그리고 바늘에 찔리는 정도의 가벼운 상처를 입더라도 다른 사람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아픔을 함께 느낀다고 생각했다.

우애수의 쌍에 대한 또 다른 예로 1184와 1210, 17296과 18416 등이 있다. 많은 수학자가 새로운 우애수의 쌍을 찾아내려고 시도했고, 우애수의 쌍을 체계적으로 찾아내는 다양한 방법이 고안됐다.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수학자 릴레는 최근에 임의로 정한 한계까지의 모든 우애수의 쌍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고, 1백억보다 작은 우애수의 쌍 1천4백27가지에 대한 목록을 작성했다.

6일만에 창조된 완전한 세상

통상 피타고라스 학파의 업적으로 돌리는 것 중에 또다른 것으로 ‘완전수’ ‘결핍수’ ‘과잉수’가 있다. 어떤 수의 모든 진약수의 합이 원래의 수와 같을 때 그 수를 완전수라 하고, 원래의 수보다 작을 때를 결핍수라 하며, 원래의 수보다 클 때는 과잉수라고 한다. 이를테면 6=1+2+3이므로 6은 완전수이고, 8은 1+2+4보다 크므로 결핍수이다. 그래서 성서에 따라 6일만에 창조된 세상은 완전했는데, 노아의 방주에 타고 있던 여덟 사람으로부터 유래된 현재의 인류는 불완전하다. 이 세상에 재난과 질병이 들끓는 이유일까.

처음 세 개의 완전수는 6, 28, 496이다. 신비로운 완전수에 대한 고찰은 진지한 수학적 연구를 유도했다. 유클리드의 ‘원론’ 제IX권의 마지막 정리는 다음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2}^{n}$-1이 소수이면, ${2}^{n}$-1(${2}^{n}$-1)은 완전수이다.” 유클리드의 공식으로 얻는 완전수는 모두 짝수인데, 오일러(1707-1783)는 짝수인 모든 완전수가 반드시 이런 꼴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래서 짝수인 완전수에 대한 연구는 ${2}^{n}$-1 꼴의 소수에 대한 연구로 귀결됐다.

${2}^{n}$-1 꼴의 수를 ‘메르센 수’라 하고, 이런 꼴의 소수를 ‘메르센 소수’라고 한다. 메르센 수는 거대한 소수를 찾아서 기록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도구다. 최근에 가장 큰 소수의 명예를 안았던 수는 모두 메르센 소수다. 현재(1999년 6월)까지 38개의 메르센 소수가, 따라서 38개의 짝수인 완전수가 발견됐다(www.utm.edu/research/primes/largest.html 참조).

꾸준히 거대한 완전수가 발견되면서 자신이 발견한 완전수가 가장 큰 수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발로우(1776-1862)의 판단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그는 1811년 한 책에서 n=61에 대응하는 아홉째 완전수에 대해 “이 수는 앞으로 발견될 완전수 중에서 가장 큰 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완전수는 쓸모없고 단지 호기심의 대상이므로 누구도 이것보다 더 큰 수를 찾아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완전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홀수인 완전수는 존재할까. 이 질문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 쉽게 제기할 수 있고 호기심도 자극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해결된 문제로 남아 있다. 최근에 브렌트와 코헨은 홀수인 완전수가 존재한다면 적어도 3백자리의 수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자비르 여사는 인도-아라비아 수가 그에 해당하는 개수만큼의 각을 포함하도록 형상화댔다고 했다.

해바라기에 들어있는 피보나치 수열

해바라기 꽃잎을 비롯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꽃잎과 잎의 개수를 세어보자.피보나치 수열의 향을 찾을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알파벳을 숫자로 사용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수를 나타낼 수 없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점을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로 배열해서 수를 나타내기도 했는데, 이것으로부터 ‘다각수’가 유래됐다. 삼각형, 사각형, …으로 배열해서 나타낸 수를 각각 삼각수, 정사각수, …라고 한다(그림 2). 영어에서 스퀘어(square)는 정사각형과 제곱수를 동시에 나타내고, 큐브(cube)는 정육각형과 세제곱수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그리스 시대에 수를 기하학적으로 나타냈던 전통에서 유래한다.

삼각수와 정사각수는 각각 하나의 수열을 이룬다. 수학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수열중 하나가 피보나치 수열이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전파하는 데 큰 공헌을 했던 피보나치(1175-1250?)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시했다.

한 쌍의 토끼가 매달 한 쌍의 토끼를 낳고 새로운 토끼 쌍은 두 번째 달부터 한 쌍의 새끼를 매달 낳는다면, 한 쌍의 (새끼) 토끼는 일년 뒤에 몇 쌍의 토끼로 불어나겠는가?

어렵지 않게,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수열이 된다는 사실을 보일 수 있다. (각 항은 각 달의 토끼 쌍의 수이다.)

1, 1, 2, 3, 5, 8, 13, …, m, n, m +n, …

처음 두 항은 1이고 그 뒤의 항은 바로 직전 두 항의 합과 같은 이 수열을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흥밋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 수열은 수학의 여러 분야와 컴퓨터 과학에서 매우 의미있게 응용된다. 실제로 피보나치 수열과 이와 관련된 사실을 주로 다루는 학술지인 ‘피보나치 계간지’도 있다. 1963년에 창간된 이 잡지는 매년 4-5호를 발간하며, 2000년 2월 현재 제38권 제1호가 출판됐다( www.sdstate.edu/∼wcsc/http/fibhome.html).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수열을 자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식물의 꽃잎 수, 해바라기와 파인애플에서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의 나선의 개수에서 피보나치 수열의 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식물의 줄기에서 뻗어 나온 잎(또는 봉우리 또는 가지)을 생각해 보면, 줄기의 밑 근처에 있는 어떤 잎 하나에서 수직으로 위에 있는 잎까지 도달할 때까지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서 잎의 개수를 세면, 그 수는 일반적으로 피보나치 수열의 항이 된다.

만국 공통어 아라비아 수

수는 그 자체로 호기심을 야기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수를 연구하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띈다. 그렇지만 고대의 수 체계로 수를 나타내고 간단한 사칙 연산을 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집중력과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수의 계산을 보조하는 수판이 동서양 모두에서 이용됐다.

우리가 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열 개의 숫자 0, 1, 2, 3, 4, 5, 6, 7, 8, 9가 위치에 따라 다른 자릿값을 갖도록 수를 나타내는 인도-아라비아 수 체계라는 훌륭한 수 표기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나 이집트의 숫자와 비교하면 얼마나 간단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빈 자리를 표현할 수 있는 ‘0’의 출현은 인도-아라비아수가 어떠한 언어보다도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만국 공통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모든 자릿수를 표현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계산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인도-아라비아수가 세계적으로 통용된 이유다.

그런데 편리하고 영리한(?)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라비아 숫자가 어떤 합리적인 규칙이나 의미를 갖고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으며, 그러기를 희망한다.

모로코 박물관장인 부지바르여사는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그에 해당하는 개수만큼의 각을 포함하도록 형상화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각은 크기가 1백80 인 평각보다 작은 각을 의미한다.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탄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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