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가 아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가 아니다?

네덜란드의 화가 에셔(1898~1972)가 1958년에서 1960년 사이에 발표한 작품 ‘원 극한’ 시리즈에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한 종류인 ‘쌍곡기하학’이 구현돼 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수학에서 성서와도 같았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깼을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전개하는 데 기여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몇 가지 명제를 기본 전제로 한다. 그 중 “한 직선이 두 직선과 만날 때,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의 합이 2직각(180°)보다 작으면 이 두 직선을 연장할 때 2직각보다 작은 내각을 이루는 쪽에서 반드시 만난다”라는 명제가 있다. 수학자 존 플레이페어(1748~1819년)가 이를 보다 쉽게 설명했는데, “한 직선과 그 직선 밖의 한 점이 주어졌을 때, 그 점을 지나면서 주어진 직선에 평행한 직선을 단 하나 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다른 전제와는 달리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많은 수학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다른 전제로부터 증명해낼 수 있는 ‘정리’라고 생각했다.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은 여러 개다

그러나 이 명제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수학자들은 일단 이 명제를 부정하고 거기서 모순을 이끌어내는 다른 증명법을 시도했다. 18세기 이탈리아의 목사이자 수학자인 사케리(1667~1733년)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사케리는 ∠A=∠B=90°이고 AD=BC인 사각형 ABCD에서 ∠C=∠D임을 보였다(그림1 참고). 이제 ∠C와 ∠D가 모두 예각이거나 직각이거나 둔각인 세 가지 가능성이 있는 셈이었다. 사케리는 이를 각각 예각가설, 직각가설, 둔각가설이라 하고, 예각가설과 둔각가설은 모두 모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 직각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랜 시도 끝에 예각가설과 둔각가설로부터 모순을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하학, 즉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견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전개한 러시아의 로바체프스키(위), 헝가리의 보야이(아래)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한 건 19세기 러시아의 니콜라이 로바체프스키(1792~1856년)와 헝가리의 야노시 보야이(1802~1860년)였다. 두 수학자는 사케리의 예각가설에서 출발해, 모순 없는 새로운 기하학을 만들었다. 바로 ‘쌍곡기하학’이다. 이 체계에서 쌍곡면은 말안장 같은 형태의 볼록한 면으로 그릴 수 있는데, 그 위에 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내각의 합은 180°보다 작아진다.



쌍곡면에서는 무수히 많은 평행선이 존재하며, 쌍곡면 위에 그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작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한 건 19세기 러시아의 니콜라이 로바체프스키(1792~1856년)와 헝가리의 야노시 보야이(1802~1860년)였다. 두 수학자는 사케리의 예각가설에서 출발해, 모순 없는 새로운 기하학을 만들었다. 바로 ‘쌍곡기하학’이다. 이 체계에서 쌍곡면은 말안장 같은 형태의 볼록한 면으로 그릴 수 있는데, 그 위에 삼각형을 그려보면 그 내각의 합은 180°보다 작아진다.


서울과 LA의 최단 경로는 대원의 호

사케리의 예각가설에 대응하는 것이 쌍곡기하학이라면, 둔각가설에 대응되는 것이 ‘구면기하학’이다. 구면기하학은 용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구의 곡면을 다루는 기하학이다. 앞의 두 기하학과 달리, 구면기하학에서 임의의 두 직선은 반드시 두 점에서 만난다(그림3 참고). 따라서 한 직선과 직선 밖의 한 점이 주어졌을 때, 그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과 평행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구 위에 삼각형을 그리면 뚱뚱한 삼각형이 되기 때문에 세 내각의 합은 180°보다 크다.

지구는 실제로는 구에 가까운 타원체지만 구라고 가정한다면, 지구 표면에서 두 지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은 직선이 아닌 호다. 가령 서울과 LA 사이의 최단 경로를 평면지도에 그리면 직선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공간에서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을 ‘측지선’이라고 하는데,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측지선은 두 점을 잇는 직선이고 구면기하학에서는 두 점을 지나는 대원의 호가 된다.

구면기하학을 제시한 것은 가우스의 제자인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년)이다. 리만은 1854년 괴팅겐 대학에서 ‘기하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에 대하여’라는 유명한 강연을 했는데, 곡면이 휘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곡률을 척도로 기하학을 구분했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곡률이 0인 공간으로 보고, 곡률이 양수면 구면기하학, 음수면 쌍곡기하학으로 분류했다. 리만은 구면기하학을 이론화했을 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통해 미분기하학, 다양체, 고차원 기하학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편 리만은 유클리드 원론의 또 다른 명제인 ‘직선을 한없이 연장할 수 있다’는 것과 ‘직선의 길이는 무한하다’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면기하학의 직선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마찬가지로 한없이 연장할 수는 있었지만, 구면 위의 직선 길이는 유한했기 때문이다.

구면 위의 임의의 두 직선은 반드시 두 점에서 만나며, 구면 위에 그려진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크다.


새로운 기하학, 중력 공간을 제시하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에 얽매이지 않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이 유일하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하학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약 60년 뒤, 아인슈타인(1879~1955년)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해 우주가 평평하지 않고 중력에 의해 휘어 있음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중력으로 휜 공간에 대한 기초 이론을 제공했다.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도 기여한 셈이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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