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차원 어떤 특성을 갖고 있나

저차원의 사람에게 고차원의 세계는 결코 이해되지 않는다. 타임머신 UFO 초광속입자는 우리를 고차원으로 안내할까?

만약 4차원세계가 실제로 있다면, 그 4차원세계의 사물은 우리 3차원세계와 마주칠 수 있을까? 또 마주친다면 우리는 그 대상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해석할 것인가!

1차원의 세계는 선분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1차원세계에 난데없이 2차원세계인 원이 직각방향으로 날아와 1차원세계를 가로지르고 갔다면 1차원세계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그림1)

(그림1) 2차원 원의 1차원세계 피습

이 비슷한 일이 우리 3차원세계에 일어나면 어찌될까? 예컨대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만남'이나 'ET'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령 3차원세계의 우리앞에 4차원세계의 초구(super sphere)가 나타나 3차원세계를 90˚방향으로 가로지르고 지나갔다면 어떨까? 실제처럼 하나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자.

사라진 공포

서기 2000년 4월 1일 여의도 상공 5천m인 곳에 은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점이 하나 나타났다. 그런데 그 구는 여러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점점 커졌다. 헬리콥터로 가까이 접근해보니 그 물체는 스테인리스처럼 딱딱한 덩어리로 보였다. 불어나는 크기를 멈추어보려고 대포도 쏘아보고 미사일도 쏘아보았지만 그 물체는 아랑곳없이 점점 더 증대, 마침내 반지름 4천m의 크기로 커졌다.

이제 1천m만 더 불어나면 그 구면은 땅에 닿을 것이다. 그러면 부근에 있는 국회의사당 동아일보사 KBS 등이 구면에 눌려 허물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사람들은 대피하느라 야단들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 구는 돌연 이유없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상 5천m 지점으로 되돌아가 한 점으로 줄어들더니 마침내는 하늘에서 사라져 버렸다. 곧 조사단이 결성되어 지상 지하 공중할 것 없이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착각이었던가? 그러나 착각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목격자가 있다.

방금 90˚각도로 4차원구체가 3차원세계를 지나간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60˚ 또는 30˚로 가로지르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초구는 여의도 상공에 나타났다가 점점 더 부풀어가면서 수원이나 대전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필자가 꾸며낸 가상 시나리오다. 이 '공포의 초구' 이야기를 듣고 "UFO(미확인비행물체)가 있느냐"고 질문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UFO의 존재를 믿지 않으며, 더욱이 외계인이 타고 온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sqrt{2}$ 차원도 있다

수학적으로 4차원세계를 돌아보는 작업은 약간의 수학지식만 있으면 가능하다. 수학을 이용하면 차원에 관해 여러가지 공상도 할 수 있고, 논리적인 체계나 이론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수학자들은 무한차원의 공간(예를 들면 힐버트 (Hilbert)공간등)은 물론이고, 때로는 $\sqrt{2}$ 차원, -7.3051차원등 묘한 차원을 만들어낸다. 또 최근에 발표된 프랙탈(Fractal)이론에서는 곡선의 복잡성 또는 자기상이성(自己相似性)을 나타내는 프랙탈차원이라는 전연 성질이 다른 차원마저 도입하고 있다. 즉 1.35전후의 차원을 갖는 것이다.
그렇지만 1.35차원이나 -7.3051차원의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수학적인 개념일 뿐이다.

초광속입자 타키온의 정체

이번에는 SF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타임머신(Time machine)과 UFO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광속(光速)보다 더 빨리 달리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고, 워프(WARP)를 쓰면 우주공간을 휘어감아 미래나 과거의 세계로 순간적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모두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예로 광속보다 빠른 날틀(예컨대 조지웰즈의 타임머신)을 타고 어떤 사람이 과거의 세계로 갔다고 하자.
과거의 세계에서 그는 무심코 길바닥에 있는 돌을 발로 찼는데, 운 나쁘게도 길을 지나가던 말이 돌멩이에 맞았다. 그러자 놀란 말이 껑충 뛰어가는 바람에 그 앞에서 놀던 어린이가 죽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어린이는 과거로 여행한 주인공의 직계조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주인공은 어린이가 죽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인가? 인과간계에 의하면 주인공은 사라져야 당연하다.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질 것이다.

미래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미래에 간 주인공이 예쁜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현세에 돌아와 보니 아가씨의 조상이 아가씨를 낳기도 전에 막 숨을 거둔다. 따라서 주인공의 미래경험도 혼란에 빠지고 만다.

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그래서 과학자들중에는 현재의 우리 세계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다른 3차원세계에 다녀오는 방법도 쓰고 있다. 마치 1차원세계인 직선이 2차원세계인 평면(직선의 집합체), 즉 여러 직선의 어느 하나에 다녀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임시방편적일 뿐이고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또 광속이상의 속도를 갖는 타키온(tachyon) 이라는 입자(노벨수상자인 미국의 와인버그가 처음 거론)로 여러가지를 설명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타키온은 질량이 허수다. 마이너스(-) 질량도 생각하기 힘든데 허수질량이라면 완전히 공상세계의 산물이다. 물론 측정도 불가능하다.

와인버그(Weinberg)의 이론은 그런 상상의 입자가 에너지적으로는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4차원세계와 관련시키지는 않았다. 즉 타키온으로 된 물질로 로킷을 만들고, 과거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는 공상적인 이론은 아니었다.

갈릴레오의 차원

우리 인간은 3차원공간에서 산다. 3차원 공간이란 전후 좌우 상하가 있는 공간을 뜻한다. 그러나 독자가 읽고 있는「과학동아」의 한 페이지는 2차원이다. 상하 좌우는 있지만 앞뒤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수학에서의 차원이란 공간내에서 각점의 위치를 지정할 때 필요로 하는 좌표의 수를 뜻한다. 에를 들면 독자의 지구상에서의 위치는 경도 위도 고도라는 3죄표에 의해 유일무이하게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는 3차원이다.

또 독자가 상상력을 동원, 여기에 시간좌표를 추가한다면 곧 4차원의 세계에 돌입하게 된다. 작게는 개인의 역사, 크게는 나라나 세계의 역사는 하나의 4차원세계를 형성한다. 역사 전체가 하나의 4차원공간(일반적으로 4차원 시공간이라고 한다)인 것이다.

유클리드(Euclid)는 자신의 '기하학원본'에서 "점이란 부분을 갖지않는 것, 선이란 폭이 없는 길이, 면이란 길이와 폭만을 갖는 것, 입체란 길이와 폭과 높이를 아울러 갖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이 차원에 관한 가장 소박한 관찰이며 정의일 것이다. 즉 길이 폭 높이(또는 길이)가 차원이며,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은 이 3차원을 모두 갖고 있는 장소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그리스시대의 이 관찰은 그후 갈릴레오에 의해 더욱 명확하게 기술되고 있다.
즉 그는 "공간의 1점을 지나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직선은 셋이 있으며, 4개이상의 직선을 서로 직각이 되게 교차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공간은 3차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서로 직각인 3직선의 그 어느 것과도 직각인 제4의 직선이 만약 있다면, 이 직선은 4차원세계를 구성하는 4번째 차원이 될 것이다.

휜 공간의 차원

갈릴레오의 '천문대화'가 로마교황의 분노를 사고 있던 1637년, 데카르트는 '방법서설 및 3가지의 시론'을 발표했는데, 3시론중의 하나가 기하학이다. 이 시론에 의해 오늘날의 해석기하학이 탄생되었고 동시에 차원을 확정해주는 좌표축 및 직각좌표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직선상에서의 점의 위치는, 원점(기준점, 보통의 경우 0)을 고정시킬 때 그 원점으로부터의 거리에 의하여 주어진다(그림2).

(그림2) 차원과 좌표계
 
또 평면상의 점은 가로 세로로 직교(直交)하는 좌표축에 던진 그림자(射影)의 좌표(x₁, x₂)에 의해 주어진다. 마찬가지로 공간에서의 한 점은 서로 직교하는 3좌표축에의 그림자로 주어지는 3좌표(x₁, x₂, x₃)로 표시된다.

따라서 직선은 1차원, 평면은 2차원, 공간은 3차원의 도형이 된다. 이를 확장하면 직관적으로는 느낄 수 없으나 4좌표(x₁, x₂, x₃, x₄)의 집합체인 4차원공간, 5개의 좌표(x₁, x₂, x₃, x₄,${x}_{5}$ )의 집합체인 5차원공간을 상상할 수 있다. 이를 일반화하면 n개의 좌표(x₁, x₂, x₃…${x}_{n}$)의 집합체인 n차원공간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좀더 확장하면 수학적으로는 n차원 뿐만 아니라 무차차원(無次次元)의 공간까지도 상상이 가능하다.

앞에서 설명의 편의상 직선을 1차원이라고 했지만 실은 곡선도 1차원이다. 곡선상의 모든 점의 위치는 원점 0으로부터 그 곡선에 따라 잰 길이에 의해 유일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그림3).
(그림3) 휜 공간의 차원

마찬가지로 곡면도 평면처럼 2차원이다. 이는 구면(球面)이라는 곡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구면상의 모든 점은 경도Φ와 위도θ라는 두 좌표에 의해서만 표현되기 때문이다 (구면상의 모든점은 구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가 반지름(r)과 동일하므로 구면의 중심으로부터 잰 고도차는 있을 수 없다. 즉 고도라는 좌표가 쓸모없게 된다. 그러므로 구면은 2차원이다).
마찬가지로 휜 공간도 평평한 공간처럼 3차원공간이다.

저차원이 고차원을 둘로 쪼개

데카르트나 갈릴레오 그리고 유클리드의 정의에 의하면 점은 0차원이다. 점의 세계는 점자체가 하나의 전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점은 부분을 갖지 않는다.
점이 직선상에 있을 때 그 점은 직선을 왼쪽과 오른쪽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 4).
 
(그림4) (n+1)차원이 n차원을 둘로 나눈다.

마찬가지로 무한히 긴1차원의 직선(또는 곡선)은 무한히 넓은 2차원의 평면(또는 곡면)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한히 넓은 2차원의 평면(또는 곡면)은 무한히 넓은 입체를 둘로 나누어준다. 다시 말해 무한히 넓은 평면은 무한히 넓은 입체의 절단면이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무한히 긴 직선은 무한히 넓은 평면의 절단면(절단선), 점은 무한히 긴 직선의 절단면(절단점)이다. 그러므로 n차원은(n+1)차원의 절단면(초절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실로부터 유추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공간은 무한히 넓은 4차원 공간을 두 부분으로 나눠주는 절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는 4차원공간을 무한히 얇게 만든 극한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세(現世)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눈에는 현세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세의 바로 옆에 무한히 넓은 4차원공간이 이어져 있을 수 있는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라는 차원을 생각해 보자. 아마도 시간축은 현세인 3차원공간 내의 어느 직선, 어느 평면, 어느 입체와도 수직일 것이다. 또 현재의 '순간'은 4차원의 시공간을 과거와 미래라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준다. 즉 '역사'라 불리우는 4차원 시공간에서 시간축의 길이를 무한히 짧게한 어느 '찰라'가 현세라는 3차원 공간인 것이다.

1차원세계의 미인선발대회

하나의 긴 철로가 있다. 그 철로 위에는 기차가 한대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차에는 앞뒤 창문만 있고 옆창문은 없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태어날 때부터 그 기차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철로 이외의 바깥 세상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것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면 그에게는 세상은 1차원이다. 그는 단지 기차로 전진하거나 후진할 뿐이다. 따라서 만일 철로위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놓여있다면 그의 기차는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 결국 그 바위가 철로라는 1차원의 세계를 앞과 뒤의 둘로 완전히 갈라놓은 셈이다.

물론 실제의 1차원세계는 철로와는 달라서 폭도 높이도 없다. 단지 길이 뿐이다. 따라서 1차원세계에서의 미인선발대회는 매우 단조로울 것이다. 심사의 대상은 신장 뿐이니까.

물론 1차원세계의 미인대회는 가상일 뿐 실제는 아니다. 유클리드의 표현을 빌린다면 1차원세계를 대표하는 선은, 폭이 없는 길이이기 때문이다. 폭이 없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2차원세계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2차원세계는 길이와 폭이 있을 뿐 두께가 없기 때문이다. 두께가 없으면 원자나 분자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물질이란 개념도 있을 수 없다. 즉 n차원의 사람에게 (n-1)차원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종이위에 연필로 그려놓은 직선도 실은 유클리드가 말하는 직선은 아니다. 수많은 흑연의 원자로 구성된 3차원적 존재(현미경으로 확대해 본다면 로프모양이다)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1차원세계는 철로위를 달리는 기차의 세계, 또는 축대위를 상하로 움직이는 주판알의 세계, 또는 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의 세계와 같은 것이라고 해 두자.
또 2차원세계는 종이위를 기어다니는 개미의 세계, 또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원시인간사회(비행기가 없었던 당시의 인간은 지표면, 즉 2차원적 세계에서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사실은 볼 수 없는 세계지만).

비행기를 삼킨다

1차원세계가 만약 있다면 그 세게는 철로처럼 단 하나의 길로 형성된 세계일 것이다. 그런데 철로위에 방해물이 놓여지면 그의 전진은 중단된다. 하지만 3차원세계에 사는 인간은 기중기로 기차를 들어올려서 방해물을 통과한 뒤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또 2차원세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기차안의 2차원세계 사람은 철로 옆으로 옮겨질 것이다.

그런데 1차원세게 사람에 의해 1차원사람이 옆으로 옮겨지거나, 또는 3차원세계의 기중기에 의해 1차원세계의 사람이 들려 올려진 순간, 그 1차원 사람은 1차원세계의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돌연히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사라졌던 1차원 사람은 방해물 저편에서 다시 돌연히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2차원세계나 3차원세계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현상이 1차원 사람에게는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비치게 되는 것이다.

또 우리처럼 3차원세계 사람은 바리케이트로 포위되더라도, 그 위를 타고 넘어서 탈출하는방법을 알고 있다. 설사 그 벽이 높다해도 사다리를 쓰거나 헬리콥터나 기구를 사용,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2차원세계의 가상의 생물이 보았다면 신비스런 일이 된다. 폐곡선(閉曲線)내에 갇힌 물체가 돌연히 없어졌다가 또다시 돌연히 모습을 나타내니 놀랄 수밖에 없다. 폐곡선의 어느 곳도 지나가는 일 없이 폐곡선 내부에서 외부로 물체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은 2차원세계의 생물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일반적으로 수학에서는 폐곡선 내부와 외부에 점 A와 B가 있을 때 폐곡선을 지나지 않고서는어떤 방법으로도 A점과 B점을 연결해주는 연속적인 곡선을 그릴 수 없다. 이것을'요르단의 정리'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3차원과 4차원세계에서도 일어난다. 예컨대 계란의 흰자나 노른자를 계란껍질을 깨뜨리지 않고 껍질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또 천정이나 마루의 어느 곳도 지나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물론 3차원세계의 인간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만약 4차원세계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4차원세계 사람이 그런 일을 해낸다면 3차원세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요술이라고 밀어부칠 것이다.

일반적으로 n차원 사람들은 (n+1)차원세계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돌연히 있던 물체가 시야에서 없어지거나, 벽이 깨진 흔적도 없이 사람이 벽 속으로부터 빠져나오면3차원 사람은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또 보자기 속의 강아지가 보자기를 풀지도 않았는데 밖으로 나왔다면 3차원세계 사람들은 이를 요술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4차원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모두 가능하다. 적절한 예일지도 모르지만 일부 비행사들은 버뮤다해역에는 4차원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비행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근을 꺼리고 있을 정도다.

연민의 눈으로

4차원공간은 어떤 구조를 갖고 있을까? 또 4차원공간에서의 구(球)는 무엇이고, 직방체는 어떤 모양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1차원과 2차원 사이의 관계부터 살펴야 한다. 그러면 1차원세계 사람의 입장에서 2차원세계를 밝혀 보자.
1차원세계에서는 직선만이 전부였다. 그러나 2차원의 평면상에서는 직선쯤은 몇개라도 그을 수 있다. 더구나 그 위치와 방향은 자유자재이다. 이 사실은 1차원 사람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3차원공간을 2차원 사람이 쳐다보았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평면이 전부였던 2차원 사람은 3차원공간이 어떤지는 느낄 수조차 없다.

우리는 물론 이런 저(低)차원 사람들의 당혹함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4차원세계를 여행한다면 어떨까? 그 반대로 우리가 연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수백만광년 또는 수십억광년 떨어진 우주를 생각하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인데, 그런 우주가 또 수없이 있다면 아찔해지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

저차원의 이동으로 고차원을 만든다

이런 고(高)차원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n차원공간 내의 이동이 (n+1)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1차원부터 시작하자. 1차원의 대명사인 선분은 0차원인 점의 이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림 5).

(그림5) n차원의 이동이(n+1)차원을 형성

마찬가지로 1차원의 선분이 이동함으로써 얻어지는 궤적(軌跡)은 2차원세계의 원형인 네모꼴을 형성한다. 물론 이때 이동의 방향은 1차원세계와 직각인 방향, 즉 1차원 사람에게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쪽으로 이동시켜야만 한다. 예컨대 선분을 아무리 오랫동안 연장선상으로 이동시켜도 네모꼴은 나타나지 않고, 1차원인 직선만이 계속될 뿐이다.

다음으로 2차원세계인 네모꼴을 그것이 그려져 있는 x축, y축으로 형성된 xy평면에 수직한 z축 방향으로 이동시키면 직방체(直方体)가 형성된다.
n차원 도형의 이동이 (n+1)차원의 도형을 만든다는 이 방법은 우리에게 4차원세계에서의 초입방체(超立方体) 또는 초직방체(超直方体)가 무엇인가를 암시한다.

그러므로 3차원 도형, 즉 직방체는 직방체의 x,y,z축 그 어느 것과도 수직인 w축 방향으로어떤 거리 ℓ만큼 이동시킬 때 그 궤적이 만든 직방체의 집합이 바로 4차원세계의 초직방체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초직방체를 3차원공간에 나타낼 수 없다. x축에도 수직, y축에도 수직, z축에도 수직한 제4의 축인 w축 또는 w축의 방향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w축의 방향을 점선으로 나타내고, 이 w축방향으로 이동해서 생긴 초직방체를 표시해 보기로 하자 (그림6).
물론 이 그림은 정확히 말하면 2차원공간인「과학동아」지면에 그린 것이므로 무리가 있다. 어쨌든 4차원의 초직방체는 그림처럼 괴상한 물체(또는 초물체)라 할 수 있다.

(그림6)에서 그린 초직방체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우선 이 초직방체의 꼭지점의 수는 16개이다.
1차원인 선분은 꼭지점이 두개(양 끝), 즉 2¹개이다. 2차원인 네모꼴의 꼭지점은 4개, 즉 2²개이고, 3차원인 직방체의 꼭지점 수는 8개, 즉 2³개이다. 또 4차원인 초직방체의 꼭지점은 16개, 즉 2⁴개이므로 꼭지점의 수는 2ⁿ법칙(n은 차원수)을 따름을 곧 알 수 있다.

그러면 4차원인 초직면체의 모서리의 수는 몇개인가? 전부 32개이다.(이동전 모서리 수 12개+이동후 모서리 수 12개+8개의 꼭지점이 새로 만들어내는 모서리 수 8개)
다음은 초직면체의 면의 수를 알아 보자. 모두 24개다.(이동전의 면 수 6개+이동후의 면 수6개 직방체안에 들어 있던 12개의 모서리가 이동하면서 새로 만든 면 12개)

또 초직방체의 표면에는 직방체로 된 입체도형이 새로 생겨난다. 물론 표면에 3차원적 도형이 있다는 것은 3차원세계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된다. 그러나 이는 논리 과정상 당연한 것이다.
 
(그림6) 4차원 세계의 초직방체 상상도

표면에 직방체가 생겨

4차원의 초표면(3차원의 직방체)을 좀 더 찾기 쉬운 방법을 소개한다.
(그림7)에서는 w축으로의 이동이 주어진 3차원 직방체의 내부로 향하게끔 그려져 있다.
 
(그림7) 4차원 초표면을 찾는다

이동전의 직방체가 이동후 직방체의 위치로 옮아간 것이다. 이 이동에 의해서 생겨나는 궤적의 집합이 바로 4차원 초직방체다. 이 그림을 보면 바깥쪽에 있는 직방체의 각 면과 그 면에 상응하는 안쪽의 직방체 사이에 하나씩 새로운 3차원적 직방체가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안팎 두 네모꼴 abcd와 ABCD 사이에 생긴 ABCDabcd라는 새로운 직방체가 그것이다.

3차원의 직방체의 면이 6개이므로 새로 생기는 직방체의 수도 6개이다. 여기에 이동전의 직방체와 이동후의 직방체를 합쳐주면, 초직방체의 초평면을 형성하는 표면직방체의 수는 8개가 된다. 일반적으로 표면직방체(초포·超胞)의 수는 2n개이다(n은 차원수).

이들 초표면을 이루는 직방체는 3차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갖는다. 그 하나는 표면직방체의 6개의 면은 모두 인접한 6개의 다른 표면직방체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즉 8개의 표면직방체중 하나를 제외한 6개가 나머지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볼 수 있는 3차원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3차원 직방체의 표면은 모두 6개인데 이들중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와 서로 인접해 있는 것이다.

초피라밋의 부피는?

초구형이나 초피라밋(각추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2차원인 원은 x²+y²=r²(일정)으로 표시된다.
반면 3차원의 원에 해당하는 구(球)는 x²+y²+z²=r²(일정)의 식으로 표시된다. 더 나아가 n차원공간에서의 초구(超球)는 x₁²+x₂²+x₃²…${x}_{n}$²=r²(일정)으로 주어진다. 실은 이 식은 1차원의 경우에도 들어 맞는다. x²=r²(일정), 즉 x=±r로 성립되는 것이다.
이런 구의 부피나 그 구면의 표면 수는 미적분의 지식을 쓰면 쉽게 계산할 수 있다(표 1).
 
(표1) 초구의 체적과 표면적

이밖에도 3차원에서의 피라밋이나 2차원에서의 삼각형, 그리고 n차원에서의 초피라밋의 부피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n차원의 행렬식으로 주어진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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