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기하학의 아버지? 수학의 아버지!

“속도와 시간 개념이 없다면 애초에 역설적인 문제예요. 같은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를 생각해야지요. 10초 동안 아킬레스가 100m 이동할 때 거북은 10m 앞서나가고 있겠지요. 이 10m는 아킬레스가 1초 만에 따라잡을 수 있어요. 그동안 거북은 1m 다시 앞서겠네요. 그리고 아킬레스가 0.1초 만에 다시 1m를 따라잡을 수 있고, 거북은 10cm 앞서겠죠.”

단이 말할 때마다 아킬레스는 거북에게 다가갔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11.11111…초, 즉, 12초도 채 되지 않아 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어요.”

단이 답을 말하자마자 아킬레스는 순식간에 거북을 따라잡더니 단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거북은 아킬레스가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열쇠를 찾아 물었다. 그리고 단에게 다가와 건네줬다.

“당신이 해냈군요. 저쪽에 다른 공간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렸어요. 어서 가보세요.”

제논이 단을 재촉했고, 단은 서둘러 문으로 향했다.


기하학의 아버지
기나긴 통로를 지나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열자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하늘에는 사각형, 삼각형, 육각형 같은 여러가지 모양의 2차원 도형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래로 시선을 돌리자 한 남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직선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직선이 평행하게 있었다. 단은 옆에 있는 직선을 따라 그 남자와 나란히 걸었다. 정면을 바라보니 두 직선은 평행한 상태로 무한히 뻗어 있었다.
 
“아저씨는 왜 직선 위를 걷고 있나요?”

“저는 이 직선 위를 벗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렸어요.”

“어쩌다가….”

“제가 쓴 책 내용 때문이지요. 저는 <원론>이라는 책을 썼어요.”

“설마 아저씨가 유클리드?!”

후대의 수학자들은 유클리드를 기하학, 또는 수학의 아버지라 불렀다. 유클리드가 살던 당시에 기하학은 수학을 뜻했으니, 유클리드를 수학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원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유클리드는 총 13권의 <원론>을 집필했다며 내용을 설명했다. 제1권부터 제4권까지는 2차원 평면기하학에 관한 내용을 담았고, 제5권에서는 비율과 비례 같은 기초적인 수론을 다뤘다. 제 6권에서는 제5권의 내용을 도형에 적용해 다뤄냈고, 제7권부터 제10권까지는 다시 수론을 다뤘다. 유클리드는 마지막 세 권에 3차원 기하학 내용을 담았다.

“우와, 수학 교과서 같은 거네요.”

“비슷해요. 먼저 제1권에서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의와 공준들을 소개해요. 공준이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말하지요. 직관적으로 당연한 수학적 사실을 정리한 거예요.”

단은 이제껏 만나왔던 수학자들을 생각했다. 우연히 유클리드의 <원론>을 읽고 수학에 푹 빠진 수학자도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유클리드의 책이 잘못 설명한 부분이 있다며 반박했던 수학자도 있었다.

“역시 대단해요. 유클리드 아저씨의 <원론>을 읽고 영감을 얻은 수학자가 참 많던걸요!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내다니….”

“음, 제 머릿속에서만 나온 결과는 아니에요. 저보다 먼저 태어난 피타고라스, 플라톤 같은 여러 학자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에요.”

“피타고라스! 플라톤! 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철학자 말씀이시군요!” “저는 그들이 말한 사실을 정리했을 뿐이에요. 물론 제가 논리적으로 따져 명제가 성립하는 이유를 증명하기도 했지만요. <원론>이 체계적으로 수학을 기술한 첫 번째 책이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을 뿐이에요.”
유클리드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원론>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읽었다. 수학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만든 건 로마나 바빌로니아에서도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리스인이 유독 논쟁을 좋아해서 유클리드가 책을 만들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든 유클리드의 책이 이후의 많은 수학자에게 영향을 끼친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단은 경탄하며 유클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유클리드가 나직하게 한마디 했다.

“제 책에는 지금 이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공준도 있어요.”

“무엇인가요?”

유클리드는 단에게 제1권의 다섯 번째 공준이라고 말했다. 내용은 ‘평행선은 같은 평면 위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무한히 연장해도 절대로 만나지 않는 두 직선이다’였다.

“그럼 유클리드 아저씨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다섯 번째 공준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제가 빠져나갈 방법은 단 하나. 제가 달리고 있는 이 직선과 당신이 있는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이에요.”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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