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일요일

독후감·일기·보고서로 '수학적 사고력' 키워주세요

수학 재미 느끼게 대화·체험으로 유도를
소재 찾았다면 말로 풀어내는 연습 먼저
부모 눈높이로 첨삭하면 오히려 '역효과'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
김성여 서울 대곡초등 교사(개정 수학 교과서 집필진), 이정 서울 대광초등 교사(‘수학 공부가 즐거워지는 수학 일기 쓰기’ 저자), 조경희 시매쓰수학연구소장, 최성이 서울 중대초등 교사(개정 수학 교과서 집필진)

우리나라 초등 4학년생은 전 세계 50개국에서 두 번째로 수학 문제를 잘 풀지만 흥미도는 꼴찌다. 지난달 11일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에서 드러난 결과다. 딱딱한 수식(數式)에 이야기를 입힌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의 탄생 배경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최성이 서울 중대초등 교사는 "수학은 기호 체계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언어"라며 "수학 공부 역시 영어 학습하듯 '읽고 듣고 쓰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 글쓰기 활동이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의 훌륭한 정복 방안이 될 수 있는 근거다. 맛있는공부는 초등생 자녀 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를 위해 '단계별 수학 글쓰기 활동 지도법'에 관한 전문가 조언을 정리했다.
step1 글감 찾기| 적절한 ‘유도 질문’ 건네야
오메가포인트 제공
수학 글쓰기에 필요한 재료는 책·(학교)수업·일상생활 등에 각각 숨어 있다. 책은 ‘수학 독후감’, 수업은 ‘수학 탐구보고서’, 일상생활은 ‘수학 일기’의 소재가 된다. 책의 경우, ‘읽었을 때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면 뭐든 활용할 수 있다. 부담없이 책을 읽은 후 책 속 수학 장치가 작품의 재미에 끼친 영향을 떠올리면 된다. 이를테면 ‘80일간의 세계 일주’ 속 날짜변경선의 역할, ‘신데렐라’ 속 12시의 의미 등을 생각해보는 식이다.

자녀가 학교 수업에서 글감을 찾도록 도우려면 적절한 ‘유도 질문’이 필요하다. “오늘 새롭게 배운 내용은 뭐니?” “특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었니?” 같은 형태가 적절하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수학적 글쓰기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필요한 교통수단 조사하기’ ‘길거리에서 육각형 찾아보기’ 등이 대표적 예다.

자녀가 처음 수 개념을 익힐 때 대부분의 부모는 계단이나 그릇 등 ‘셀 수 있는 단위’를 짚어주는 등 자녀의 수 학습을 돕는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거나 수학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수학을 주제로 한 가족 간 대화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자녀가 초등생일 때까진 전시회나 극장 찾듯 수학 체험관을 종종 들러 자녀가 수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step2 글쓰기|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 없어
이야깃거리를 찾았다면 일단 말로 풀어내는 연습부터 시켜본다. 글쓰기는 어른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생각한 문제를 말로 옮기다 보면 아이 스스로 생각을 다듬고 수학 개념을 고민하게 된다. 더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생겼다면 그때 비로소 글쓰기에 돌입해도 늦지 않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의 학년과 성향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저학년생은 부모가 듣기에 얼토당토않은 얘길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엔 긴 글을 쓰는 게 무리이므로 한 단어나 문장, 그림이나 수식 등 형식에 상관없이 ‘즐겁게 글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고학년생 자녀라면 적어도 1주일에 한 편은 제대로 된 수학 관련 글을 완성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단 수학에 소질을 보이는 ‘이과형’ 학생의 경우, 글쓰기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자녀가 이과형이라고 판단되면 수학 공식의 원리를 추론해보도록 권하자.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시오’란 문제를 푸는 대신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려면 왜 밑변 곱하기 높이 나누기 2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step 3 평가하기| 섣부른 첨삭은 오히려 ‘독’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수학을 재밌고 친근하게 접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야기의 완성도에 집착한 나머지 아이가 수학에 질려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생 시기는 ‘논리’보다 ‘창의적 표현’을 익히는 게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 눈높이로 행해지는 첨삭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쓴 글을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다. ‘모범 답안’을 정해놓고 비교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 반면, 아이가 스스로 남의 글을 읽어보며 칭찬할 점을 찾게 하는 방식은 권할 만하다.

아이가 쓴 글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도 중요한 학부모의 역할 중 하나다. 아이보다 앞서나가며 지도하기보다 자녀의 행적을 좇는 ‘학습 컨설턴트’를 자처하자. 글이 쌓일 때마다 ‘내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아이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수학 글쓰기의 중요성을 절로 깨닫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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