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일요일

전공선택이 앞날을 바꾼다?  

고등학생들이 대학(학부) 전공을 선택할 때 평생직업을 고르듯 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치 최초의 전공이 모든 것을 결정하듯 말이다.

이것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50% 이상의 학부생이 최소 한번 전공을 바꾸고 있으며, 사회에 쏟아져 나온 대졸자의 50% 정도가 5년후 자신의 최초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이것이 딱히 맞는 말이라고 볼 수 없다. 중간에 전공을 바꾸는 학생도 많고 직업을 바꾸는 졸업생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전공과 직업 선택은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시간낭비에 인생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자신에 맞는 ‘좋은 전공’을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국의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고교생이 대학에 갈 때부터 전공을 결정하지 못하고 가는 경우(Undecided Major)가 10%가 넘는다. 또 대학에 가서는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졸업 전 최소 한차례 이상 전공을 바꾸고 있다. 사회에 나와도 제 전공을 살리기 힘든 판인데, 대학-대학원-프로페셔널스쿨을 거치면서 전공을 부지기수로 바꿔대는 것이 요즘의 풍속도다.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A군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고교 졸업때 엔지니어링스쿨을 가야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으로 택했다. 그런데 까다로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너무 고생을 했고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이에 낙담한 A군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비즈니스로 전공을 바꿔 다시 공부중이다.

비즈니스 분야의 전공 필수과목을 이수하기 위해서 A군은 아마 대학 5학년을 다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BME)을 전공하는 B양도 마찬가지다. 고교때 생물학을 잘했던 B양은 의대진학을 염두에 두는 한편, 학부만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된다는 BME를 전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과목이 대체로 어렵고, 학점을 잘 주지 않아 학점을 크게 망쳤다. 이대로 가면 취업도 힘들것 같은 불안감에 학사지도교수(Academic advisor)를 만나 회계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이처럼 대학생들 상당수가 대학 재학중 전공을 1번~3번씩 바꾸고 있다. 전과의 원인으로는 역시 전공 과목 낙제가 가장 많이 꼽힌다. 전공과목에서의 저조한 학점은 대학원이나 프로페셔널스쿨에 진학할 때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아예 전공을 바꿔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의도들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많은 시간과 학비를 낭비하고 방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지 못한채 막연히 주변에서 권유한 전공, 혹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인기전공 위주로 택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음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은 대학 전공을 결정하기 전 우선 △정말로 지망 전공을 잘 할 수 있는가? △전공과 관련있는 과목들에 대한 관심도는? △고등학교때 해당 과목을 잘했고, 좋아했었나? △자신의 생활과 조화를 잘 이룰만한 분야인가? 등에 대한 자문을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충분한 고려 없이, 예를 들어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 경제학이나 엔지니어링을 택하거나, 작문을 싫어하는 학생이 커뮤니케이션 등을 택했다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낼 것은 불보듯 뻔하다.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래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전공을 선택한 결과다.

 적성 및 전공 결정과 관련, 미국에서는 지난 1959년 심리학자인 존 홀랜드 박사가 고안한 ‘RIASEC’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 ‘RIASEC’은 현실형(Realistic), 연구형(Investigative), 예술형(Artistic), 사회형(Social), 기업가형(Enterprising), 인습형(Conventional) 적성의 줄임말로, 학생들의 성격이나 적성을 실질적인 전공으로 연결시키는 검사다. 가까운 서점이나 웹상에서 구입해 풀어보거나,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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