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교수직 반납하고 창업, 6년간 경영 몰두하다가 지금은 교단으로 돌아와
"제조업 혁신 촉진시키려면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 中 베끼기 문화 매우 우려"
- ▲ 에마누엘 삭스 MIT 교수는 “창업이라는 불확실한 시도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과감한 도전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 대학의 종신 교수직을 버리고 기업으로 가는 예는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물다. 최근 서울대 화학부 이진규 교수가 LG화학 수석연구위원(전무급)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화제가 된 것도 그런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번 퇴직하고 떠났던 교수를 다시 받아들이는 대학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안정된 종신 교수직을 버리고 불확실한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삭스 교수는 자신의 명함에 그려진 MIT 로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MIT(매사추세츠공대)의 로고를 한 번 보세요. 한쪽엔 책을 든 학자가 있고, 다른 한쪽엔 망치를 든 여성이 보이죠. 학문과 함께 산업 현장과도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MIT는 전통적으로 교수가 창업하는 것을 매우 존중해주는 학풍이 있다"며 "창업을 인정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법을 개정해 교수·연구원의 창업휴직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가 학교 안에서는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해도 타격이 크지 않아요. 하지만 창업을 했다가 실패를 하면 곧바로 파산이죠. 왜 교수들이 그런 위험(risk)을 떠안으려고 하겠습니까. 시도를 존중해주는 문화는 분명히 굉장한 차이를 가져올 겁니다."
삭스 교수는 1980년대에 3D(3차원) 프린터를 공동 개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3D프린터는 프린터가 문서를 찍어내듯 단시간에 3차원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기기다. 최근 의료·자동차·우주공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마치 잉크젯 프린터처럼 미세한 분말 같은 소재와 접착제를 분사하는 것으로 오늘날 쓰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3D프린터라는 이름도 삭스 교수가 붙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15개의 이름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3D프린터라는 명칭이 마음에 들었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묻자 하나같이 '이게 어떻게 프린터냐'며 반대했지만 결국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3D프린터 등 제조업의 혁신을 촉진시키려면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에 개발한 3D프린터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크게 활성화되는 것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시장에 받아들여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태양광 관련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중국의 모방 제품이 쏟아지면서 몰락한 기업의 예를 들며, "법과 특허도 미치지 않는 중국의 베끼기 문화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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