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생물처럼 말랑말랑한 ‘소프트 로봇’ 나온다

말랑말랑한 단세포 생물처럼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이 나올 전망이다.



스페인 폴리테크닉대 마리노 아로요 교수와 국제고등연구소 안토니오 드 시몬 박사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단세포 생물이 움직이는 원리와 특징을 밝힌 연구 결과를 ‘고체 물리학 및 역학 저널’ 1월호에 발표했다. 단세포 생물의 움직임을 응용해 인체에서 활동하는 말랑말랑한 마이크로 로봇을 만드는 ‘생체 모방’ 연구다.



연구팀은 수 년간 유글레나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물에서 사는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는 몸 한 쪽을 부풀렸다가 순차적으로 다른 부분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마치 해파리처럼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세포 자체의 모양을 바꾸면서 이동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했다. 이를 이용해 마이크로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물에서 사는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는 세포의 모양을 바꿔가며 물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 SISSA 제공
물에서 사는 단세포 생물인 유글레나는 세포의 모양을 바꿔가며 물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친다 - SISSA 제공

우리 몸 안에 들어가 암 세포에 직접 약을 배달하거나, 가까운 상처를 치료하고 막힌 혈관을 뚫는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사람의 혈액을 타고 떠다니기 때문에 원하는 장기까지 정확하게 가도록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한 번 들어가면 충전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에너지도 적게 사용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신축성 있는 소재로 로봇을 만들고,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표면 형태를 조절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 시몬 박사는 “톱니바퀴나 모터가 들어가는 로봇은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의 마이크로 로봇은 점점 더 생물처럼 부드럽고 유연해질 것”이라며 “유글레나가 움직이는 원리를 적용하면 세포 크기만큼 작으면서도 적은 에너지로도 자유롭게 혈액 속을 헤엄치는 마이크로 의료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의 색안경] 로봇 시대, 언제 오나?

 

초등학생 때부터 ‘로봇 시대’가 곧 온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미 공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는 로봇들이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로봇이란 청소 못하는 청소로봇뿐이다.

 


소프트 로봇 최초 전문지 '소프트 로보틱스' - 소프트 로보틱스 제공

이렇게 로봇 시대가 요원한 건 왜일까.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강하고, 오래가고, 빈틈없는 산업용 로봇이 생산성을 엄청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로봇은 계란 하나 안 깨뜨리고 건네주지 못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간과 로봇이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분야 최초의 전문 저널인 ‘소프트 로보틱스’의 편집장인 미국 터프츠대 배리 트림머 박사는 “일상에선 덜 정확한 게 좋을 수도 있다”며 “유연한 로봇은 정확성은 떨어져도 우리 주변의 많은 물건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근데 말랑말랑한 로봇, 동영상을 보니 살짝 징그럽기도 한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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