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nature or nurture)?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nature or nurture)? 오래전부터 가져온 인간의 의문이다. 르네상스 천재 다빈치, 18세기 신동 모차르트, IT 시대 혁신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타고난 걸까? 아니면 창조적인 교육, 환경만 마련된다면 우리 모두 잡스, 모차르트, 다빈치가 될 수 있을까? 그들처럼 수백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천재성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 덕분일 것이다. 일반인과는 선천적으로 다른 신경 회로망 구조를 가진 신경생물학적 돌연변이들이었다는 말이다.

이미 완벽한 그림이나 조각은 '손을 보는 순간' 더 좋아질 확률보다 망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타고난 천재는 사회가 본인의 천재성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가만두는 게 가장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선천적 천재가 아닌 나머지 우리들 99.999%는 어떨까? 당연히 후천적 교육, 경험,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태어날 당시 뇌는 미완성 상태다. 수천억개 신경세포들 간 연결 고리들로 만들어진 뇌의 거대한 신경 회로망을 대한민국 도로망과 비교한다면 상당이 많은 길들이 태어날 당시 랜덤으로 깔려 있다는 말이다. 그 후 '결정적 시기'라 불리는 특정 기간 동안 자주 사용되는 길은 유지되고, 사용되지 않는 길들은 제거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한국말 듣고, 한국 음식 먹고, 한국인 얼굴을 보고 자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에 최적화된 뇌를 가지게 된다. 고향에 최적화된 뇌이기에 우리는 우리나라가 가장 편하고 좋고 사랑스럽지만, 일본인에겐 일본이 편하고 가장 좋을 것이다.

내년의 패션을 예측하기 어렵고, 오늘의 대기업이 1년 후 망할 수 있는 지속적 변화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 20, 30, 40년 전 결정적 시기에 우리 뇌를 최적화해 주었던 대한민국과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엄격히 보면 더 이상 같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 뇌를 완성한 고향이 더 이상 존재하기 않기에 우리는 어쩌면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적 외로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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