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4일 화요일

"고교는 미국, 대학은 일본서…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죠"

유학 생활 책으로 펴낸 조인정씨



 이경민 기자
 
미국 고교를 졸업한 뒤 일본 명문대로 진학한 특이한 경력의 한국 출신 유학생이 있다. 지난 4월 일본의 와세다대학에 입학한 조인정(20)씨가 그 주인공. 그의 유학기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서 고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 국무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위스콘신주(州) 이글크리스천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반에서 1~2등을 유지해왔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막상 미국에 가보니 주변에서 하는 말을 절반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말하기였다. 교과서 수준의 간단한 말도 웬일인지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조씨는 "자신감이 땅바닥까지 떨어졌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쩔쩔매는 자신에게 실망이 컸다. "친구들이 번쩍번쩍 손들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점점 작아지는 듯했어요." 과외활동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소프트볼 연습을 해도 경험 많고 체력 좋은 다른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농구 경기에선 공 한 번 제대로 만지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남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시험 범위 내 모든 텍스트를 전부 외우는 것이었다. "한 과목의 단원평가가 예고되면 해당 범위 수십 장을 복사한 다음, 형광펜으로 밑줄 쳐가며 계속 읽고 암기하는 거죠. 에세이 시험은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고 노트를 통째로 외워버렸어요." 이 같은 공부 방식 때문에 유학 기간 내내 새벽 2시 이전에 잠을 자 본 적이 없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매년 4.0 이상의 내신성적(GPA)으로 과목 우수상을 받았다.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방과 후는 물론 주말에도 운동장에 나가 녹초가 될 때까지 뛰고 돌아왔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새벽에 꾸벅꾸벅 졸며 책을 읽어야 했지만, 마침내 팀원으로 당당히 한몫하게 됐다.

그는 지난 3월 '뉴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리하이대학의 아시아학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평범한 가정에서 수년간 미국 대학의 학비를 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아시아권 학교로 눈을 돌렸다. "중학교 때부터 일본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자연스레 일본 문화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아시아학을 전공하려면 아시아 국가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와세다대학 국제교양학부에 지원했어요."

요즘 조씨는 지난 3년간 유학 생활을 꼼꼼하게 기록해온 글을 바탕으로 '소심한 인정이의 대담한 선택'(조갑제닷컴)을 펴내는 등 학교 안팎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학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수줍음 많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유학 전엔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고,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열망을 실현할 용기도 없었죠. 유학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도전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어요."
 조선닷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