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일 금요일

불타는 바다

지구는 '지구(地球)'라고 하기보다 '수구(水球)'라고 하는 게 맞을 수 있다. 표면 70%가 바다로 이뤄져 있다. 평균 깊이 3.8㎞의 바다에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물의 97%가 담겨 있다. 내륙의 하천, 호수, 저수지 물은 다 합쳐봐야 전체 물의 0.036%밖에 안 된다. 그 정도로 넓고 깊은 바다 중에서도 태평양이 제일 크다. 전체 바닷물의 51.6%가 태평양에 들어 있다.

▶어제 아침 자 조선일보 1면 사진을 보고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 해양대기청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해수 온도 분포 사진인데, 한반도 주변 바다가 불이라도 난 듯 벌겋게 채색돼 있었다. 일부 해역 바닷물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었다. 한반도 해수면 온도는 최근 50년간 1.1도 올랐다. 바다는 방대한 데다 열 용량도 커서 같은 만큼 온도가 상승했을 때 대기보다 1000배 이상 에너지를 담는다. 바다 수온을 올리는 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만물상] 불타는 바다

▶지구온난화로 생성된 열에너지의 93%를 바다가 흡수한다. 바다의 이런 열 완충 작용이 아니라면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36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한다. 바다가 온난화 열을 계속 흡수해가는 바람에 지구 기온 변화가 늦춰진 것이다. 온실 효과가 표층 바다 전체로 확산되려면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근 수십년의 온실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still in the pipelin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열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상공에서 냉각될 때 뿜어내는 잠열(潛熱)이 태풍의 엔진이 된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고 수증기는 더 많은 잠열을 끌고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강수량도 늘고 홍수가 잦아지고 태풍은 더 난폭해진다.

▶기후변화엔 임계점(tipping point)이 있다. 예를 들어 도로 지면이 영상 1도에서 영하 1도로 떨어질 때 겨우 섭씨 2도의 변화이지만 도로가 얼어버린다. 지금은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기온 상승을 지연시켜 준다. 하지만 어떤 임계점을 지나치면 더는 그런 완충 작용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얼음 슬러시 형태로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메탄층이 수온 상승으로 붕괴하면서 막대한 메탄가스가 풀려나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면 지구엔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급상승하는 '수퍼 온실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때의 세상은 상상이 안 간다. '불타는 바다' 사진을 보면서 드는 무서운 생각들이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