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4일 화요일

세계 최대 거부의 교육 혁신 실패

교육을 바꿔야 한다. 너무나 자주 듣는 말입니다. 관용어구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현재 교육이 뭔가 부족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에는 동의한다는 뜻이겠지요. 누구나 교육을 받아 보았고, 자녀가 있다면 교육을 해본 경험까지 있기에 할 말이 많아서 그런 듯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교육 혁신은 정말 쉬운 걸까요? 쉬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먹고 있어서 안 되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무엇 때문에 교육은 이처럼 그대로일까요?

한국 못지않게 미국인도 교육 환경에 만족하지 모사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 볼 수도 있지요.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매우 낮은 교육 수준을 보여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교육에 투자하는 나라임에도 고등 교육이 아닌 기초 교육, 보통 시민을 위한 교육의 성과가 부족한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IT 혁신의 상징. 빌 게이츠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가장 많은 돈과 혁신에 대한 경험, 그리고 기술력을 가진 빌 게이츠라면 교육 현실을 바꿀 수 있었을까요?

그는 아내와 함께 게이츠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부가가치 평가(value added model)'라는 시스템을 적용해보았습니다. 교사가 얼마나 학생의 성적을 향상했는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기로 한 거지요. 이를 통해 좋은 교사만 남기도, 나쁜 교사를 내보내면서 교육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지요.

2010년부터 2016에 걸친 연구결과를 분석한 논문이 최근 나왔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큰 돈과 노력을 들여 만든 혁신 시험이 실제 효과는 전혀 없던 겁니다.

왜 효과가 없었을까요? 논문에 따르면 새로운 평가 기준은 교장이 교사 평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기를 요구했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교장에게는 무리였습니다.

훈련 부족도 문제였습니다. 교장은 교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감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평가가 정확했을 리 없지요.

학생에 대한 평가도 문제였습니다. 학생이 정말 성적이 좋아졌는지, 정말 내용을 이해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잘 쌓이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인 학생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를 만들고, 이를 꾸준히 관리해서 작년과 올해, 선생님이 달라져도 객관적으로 학생의 성취도가 늘었는지 비교하는 데 실패한 거지요.

비판도 있었습니다. 데이터 연구자 캐시 오네일은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교사를 데이터로 측정하려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육에 피해가 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좋은 학생은 좋은                                                   성적을 받습니다. 이를 객관적으로 실험실처럼 뒤섞어서 무작위 학생을 교사에게 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의 성취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로 교사를 평가하는 건 가난하고 성취도가 낮은 지역의 교사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부정확한 데이터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게이츠 재단의 프로젝트의 실패는 많은 걸 시사합니다. 우선 혁신은 작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교사의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서 모든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목표는 지나치게 컸습니다. 목표가 큰 만큼 실현할 가능성도 적어집니다.

계획과 현장의 괴리도 눈에 띕니다. 정말 학교에서 일을 해봤다면 교장이 교사를 평가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었다면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겠죠. 현장의 의견이 기술, 이론과 결합하여야만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교육 혁신은 어려운 과제다'라는 깨달음도 필요합니다. 쉬운 일임에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지상 최고의 거부가, 세계 최고의 지식과 자산을 투입하고, 정치적 입김에 자유롭게 6년을 넘게 준비하고 투자해도 하기 어려운 일이 교육 혁신입니다. '어렵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없이는 실현도 어려울 겁니다. 게이츠 재단의 실패를 다시금 곱씹어봄 직한 이유입니다.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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