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9일 목요일

동해 바닥이 한반도 밑 파고드는 중… 바다 사라질 수도


'동해 소멸'과 한반도 지질 구조

여름이 되면 동해에 있는 해수욕장은 더위를 피해 휴가 간 사람들로 붐비죠. 그런데 이 동해가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최근 한 연구팀이 동해 바닥을 이루는 지각이 한반도 동쪽 지각 아래로 파고들기 시작해 오랜 시간 후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합쳐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거예요. 대체 한반도 땅 깊숙한 곳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동해에 틈이 생겼다?
동해는 원래 없던 바다예요. 적어도 신생대 중기까지는요. 당시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한 덩어리였어요. 약 2500만년 전, 한반도 동쪽에 있던 일본 열도가 판의 움직임 때문에 동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각각 위아래로 밀려나며 일본 열도가 점점 떨어져 나갔지요.

기나긴 세월을 거쳐 약 1500만년 전, 두 땅은 완전히 분리됐고 그사이에는 움푹 들어간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어요. 이 공간에 바닷물이 들어와 지금의 동해가 된 거랍니다. 일본 열도가 한반도 가까운 곳에서 멀어질 때 북동부는 반시계 방향으로, 남서부는 시계 방향으로 벌어져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떨어져 나갔다는 학설도 있어요.

지구는 1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판들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조각배처럼 맨틀 위를 두둥실 떠다니며 서로 만나거나 떨어지고 있지요. 판끼리 서로 비스듬하게 스쳐 지나가는 곳을 보존 경계, 판이 생겨나는 곳을 발산 경계, 판이 서로 만나는 곳을 수렴 경계라고 한답니다.
동해의 지질 구조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수렴경계 중 판끼리 맞붙었을 때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간 곳을 섭입대라고 해요. 더 무거운 해양판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섭입대는 두 지각이 서로 부딪치고 밀리면서 많은 열과 힘이 생겨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화산·지진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요. 일본 열도도 섭입대에 있지요.

최근 경상대 김기범 교수와 강원대 소병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동해 바닥에서 섭입대가 생기고 있는 증거를 발견했어요. 먼저 울릉도 주변 해저에 약 150km 길이의 작은 산맥을 찾아냈어요. 땅이 동서 방향으로 밀려서 쭈글쭈글 위로 올라간 거예요. 또 한반도 동쪽 밑과 동해 바닥 사이에 한 지각층이 다른 지각층 위로 밀려 올라가는 역단층이 있었어요. 역단층 역시 양쪽에서 미는 힘을 받으면 생기는 지형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중력을 측정했더니 경계 지역에서 측정 값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해요. 한쪽이 아래로 파고들어 다른 쪽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연구팀은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동해 바닥이 한반도 동쪽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본 거예요.

동해와 일본 열도 사이에도 섭입대가 있기 때문에 양쪽 섭입대를 통해 동해 바닥이 차츰차츰 없어지다가 바다 자체가 사라질 수 있어요.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다시 만나는 거지요. 물론 우리가 사는 동안 동해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연구팀 계산으로는 수천만 년 뒤에야 동해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니까요.

◇여러 시대가 섞인 복잡한 땅, 한반도
동해에 섭입대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의미가 있답니다. 우선 최근 경주와 포항에서 왜 지진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쉬워져요. 한반도는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면이 아닌, 판의 중앙에 있어 안정된 상태지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경주와 포항 지진이 활성 단층, 즉 최근에도 계속 움직이거나 움직일 수 있는 단층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해 왔어요. 하지만 활성 단층을 움직인 힘이 뭔지는 의견이 분분했지요. 만약 섭입대가 생기고 있다면 이 움직임이 지진이 일어나는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어요.

한반도 지형의 수수께끼도 풀 수 있어요. 동해안 부근엔 긴 산줄기 백두대간이 있고 한반도 남서부 지역엔 평야가 있죠. 이 지형은 신생대에 동해가 열릴 때 그 힘 때문에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만약 동해 바닥 땅이 한반도로 들어가고 있다면 그 힘이 이 지역 산 구조를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한반도 동쪽에 섭입대가 있다는 건 한반도 역시 앞으로 판의 경계처럼 지진과 화산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한반도는 원래 지질학자들에게 매력적이면서도 복잡한 땅이에요. 흙과 생물체의 유해가 쌓여 만들어진 퇴적층만 해도 시기별로 골고루 존재한답니다. 아직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인 선캄브리아 시대의 퇴적층, 삼엽충이 가득한 고생대 초기의 바다 퇴적층, 석탄이 가득 채워진 고생대 후기의 육지 퇴적층, 공룡이 노닐던 중생대 육지 퇴적층, 선명한 나뭇잎 화석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신생대 육지 퇴적층이 한반도 중남부에 고루 분포해 있지요.

서울과 경북에서는 중생대에 솟아 오른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도 볼 수 있어요. 관악산, 북악산 등 서울에 있는 많은 산은 대부분 이 화강암 덩어리가 깎여 나가 만들어진 거랍니다. 이런 다양한 암석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열과 압력을 받으며 복잡하게 변형됐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변성암도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지요. 습곡이나 단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여러 시대 땅이 섞여 퍼즐처럼 맞물린 땅이기에 한반도의 지질 구조를 밝혀내고 시대를 분류하는 작업은 쉽지 않아요. 한반도 동쪽 육지와 동해 바닥처럼 지금은 아주 가까이 있는 땅이라도 과거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동해 바닥에서 새로운 섭입대를 찾아낸 것처럼 지질학자들이 자그마한 한반도 구석구석을 계속 탐색하는 이유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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