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일 금요일

용암 폭발하면 유문암, 물처럼 흐르면 현무암 화산이죠


암석이 녹아 액체로 변한 마그마, 지각 균열 뚫고 분출하면 용암이죠
하와이, 열점에서 만들어진 화산섬… 맨틀 상승·하강류가 지각 활동 원인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인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했어요.지금도 연일 지표면에 새 균열이 발생하면서 용암이 계속 분출하고 있다고 해요.

신화 속에서 화산 분출은 신의 분노로 그려졌어요. 땅속을 보지 못했던 옛사람은 붉고 뜨거운 용암과 새까만 가스, 화산재가 마치 들끓는 신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지요. 오늘은 화산 활동에 대해 알아볼게요.

◇조용한 마그마 방, 폭발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 내부는 크게 지각(지구 표면), 맨틀(mantle), 외(外)핵, 내(內)핵으로 구성돼요. 사람이 살아가는 땅 위와 달리, 발밑에 있는 땅속은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구의 겉 껍데기인 지각은 100m씩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약 3℃씩 뜨거워지고, 지구 중심부에 있는 내핵에 도달하면 무려 6000℃에 달한다고 해요. 이때 압력은 약 360만 기압인데, 1㎠당 약 3600t 무게가 작용하는 것 같은 엄청나게 큰 힘이랍니다.

온도와 압력이 이렇게 높아지면 고체는 녹아 액체로 변해요. 지각을 구성하는 단단한 돌덩어리인 '암석'도 지하의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으면서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로 변하는데요. 이것을 '마그마'라고 해요. 보통 지하 50~100㎞ 정도에서 만들어지고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며 뭉쳐 있어요. 이 덩어리가 있는 곳을 '마그마 방(마그마 체임버·magma chamber)'이라고 불러요.
플룸 구조론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마그마 방은 평소엔 조용해요. 하지만 거대한 힘이 방 주위를 압박하거나, 내부에 가스가 가득 차 있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으면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마그마가 지상으로 분출한답니다. 이렇게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 마그마를 '용암'이라 하고 마그마가 올라오는 현상을 '화산 분출'이라고 하는 거예요. 마그마 방이 계속 활발히 활동하며 자주 분출하는 화산을 활(活)화산, 마그마 방 활동이 오랜 기간 멈춰 있거나 온도가 식어버린 화산을 휴(休)화산이라고 해요. 이번에 폭발한 킬라우에아 화산은 활화산, 우리나라 백두산은 휴화산에 속하지요.

◇하와이 화산이 물처럼 흐르는 이유
킬라우에아 화산이 큰 규모로 분출했지만 다행히도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이 화산의 마그마가 '현무암질'이기 때문이에요. 화산의 양상은 마그마가 현무암질인가, 유문암질인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현무암질 마그마는 화산 가스가 적고 덜 끈끈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지상으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올 때 용암이 물처럼 조용히 지표면을 따라 흘러내리지요. 용암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이런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상으로 분출한 뒤 굳어진 화산섬이에요. 또 요란하게 분출하지 않기 때문에 지상으로 흘러나와 드넓은 평원을 만들기도 하는데, 한반도 북쪽의 개마고원이 대표적이랍니다.

반면 '유문암질 마그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엄청난 가스와 화산재, 돌덩어리를 뿜어내며 마치 천둥이 치듯 지상에 용암을 쏟아붓는 화산을 만들어요. 화산 속 암석 덩어리와 화산재, 용암이 뜨거운 가스와 뒤섞여 최대 시속 180㎞ 속도로 분출하지요. 도시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이탈리아 폼페이 화산 폭발(79년)이나 1980년 57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이 바로 유문암질 마그마 때문에 생긴 거예요. 우리나라 백두산, 일본의 후지산도 유문암질 화산인데 이들이 분출할 당시 무시무시했던 상황은 여러 역사서에 기록돼 있어요.

◇화산의 비밀은 맨틀 속에 있다?
하와이는 특이한 화산 지대예요. 하와이를 하늘에서 촬영하면 가장 큰 섬인 하와이 섬을 비롯해 여러 개 크고 작은 섬이 조르륵 늘어선 형태를 하고 있어요. 바닷속에서 분출한 화산이 하나의 섬을 이루고 그 옆에서 다시 분출해 또 다른 섬을 만든 거지요. 이런 식으로 계속 같은 화산이 연속적으로 분출하면서 하와이의 섬 무리를 만든 건데, 이는 하와이가 위치한 바닷속에 마그마를 뿜어 올리는 '열점(hot spot·판의 이동 없이 마그마를 분출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열점의 위치는 고정돼 있지만, 열점 위 지각판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섬들이 줄지어 늘어선 꼴이 된 거지요.

열점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1990년대 과학계에는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근원적으로 설명해주는 새로운 이론이 탄생했어요. 바로 '플룸 구조론(상승류 구조론)'입니다.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동이 대규모 플룸(기둥) 상승이나 하강 때문에 생긴다는 것으로 판 운동의 근원적인 원동력이 무엇인지, 열점이 왜 생긴 건지 설명해줘요.

플룸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지각 밑에는 맨틀이 있는데 이 맨틀층에서는 더 뜨거운 부분은 위로 올라가고, 더 차가운 부분은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 현상'이 벌어져요. 이때 위로 올라가는 뜨거운 부분을 '핫 플룸(hot plume·상승류)', 아래로 내려가는 차가운 부분을 '콜드 플룸(cold plume·하강류)'이라고 부르지요.

과학자들은 이 플룸들이 움직이면서 지각에 열을 전달하거나(상승류),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선의 지각 덩어리를 맨틀 아래로 끌고 내려오는(하강류) 방식으로 지구 전체의 지각 활동을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열점은 상승류와 지각이 서로 맞닿아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판의 이동이나 충돌 같은 것이 없어도 마그마를 분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제 플룸 구조론은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대륙의 형태를 계속 바꿔 왔다는 '판구조론'과 함께 지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꼽히고 있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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