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3일 금요일

영재교육 대상자 누가 되나


국내선 ‘공부 잘 하는 아이’와 혼동

 / 교사 추천 등 3∼4단계 걸쳐 선발 / 주관에 따른 평가로 공정성 논란 / 지필고사 의존도 판별에 ‘걸림돌’ / 최근 ‘先교육, 後선발’ 방식 주목

누가, 어떤 선발 과정을 거쳐 ‘특별한 교육’을 받는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영재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상자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크게 좁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재교육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진짜 영재’ ‘가짜 영재’ 논란도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현행 영재 선발 절차는 교육기관이나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3~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학급 담임이나 교과 교사가 영재로서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관찰해 추천서를 작성한다. 2~3단계에선 각 영재교육기관이 교사추천서 등 서류를 평가하고 필기시험을 치른다. 마지막 단계는 면접, 합숙 등의 심층 평가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영재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 같은 영재 선발 과정도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조금씩 변해왔다. ‘영재성’ 판별은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다. 교사 주관이나 능력에 따라 같은 학생인데도 영재로 평가될 수도, 둔재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지원하는 영재교육기관에서 어떤 과목이나 능력에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영재교육기관들 사이에서는 ‘선 교육, 후 선발’ 같은 새로운 선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성혜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교수는 “선 교육, 후 선발 방식은 온라인 강의 등을 활용해 되도록 많은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중에서 영재성이 있다고 판별되는 아이들을 뽑는 것”이라며 “학생·학부모들은 이 방법이 기존 방식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선발 방법뿐만 아니라 영재성 판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재와 ‘공부 잘 하는 아이’의 개념이 혼동되어 쓰인다. 대부분 영재교육기관 선발 과정에서 지필고사가 시행되는 탓에 영재성이 엿보이는 아이보다 성실하고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아이가 뽑힐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사교육이나 선행학습 등을 통해 학교 성적을 잘 받는 아이들이 영재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박경희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영재성만 보고 대상자를 선발하기는 어렵다”며 “영재성을 구분하고 판단하려 하기보다 아이들이 해당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능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야 발현되기 때문에 우선 많은 아이를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하고, 그중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점점 좁혀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