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서울대 '에우리피데스…' 등 그리스희곡 5권 고려대 고구려·정글만리 같은 장편소설 '인기' 연세대 사회과학·경제·소설… 다양한 분야

상반기 SKY 도서관 대출 top 10
올 상반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무엇일까?

올해 1학기 동안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학교 도서관 대출 상위 도서 10권을 분석한 결과, 대학별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의 경우 '톱(top) 10' 안에 그리스희곡이 5권이나 포함됐다. '에우리피데스 비극'(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아리스토파네스), '아이스퀼로스 비극'(아이스퀼로스),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 '소포클레스 비극'(소포클레스) 등이다. 이는 학생들이 교양 과목이나 전공 서적을 많이 대출한 탓으로 보인다. '만들어진 고대'(이성시), '동양미술사'(한정희), '일반물리학'(데이비드 할리데이)이 10위 안에 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려대에서는 장편소설의 인기가 높았다. '고구려'(김진명), '정글만리'(조정래), '1Q84'(무라카미 하루키), '제3인류'(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3권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이 8종(種)이나 포함됐다. 연세대에서 11위를 차지한 '1Q84'를 제외하면, 타 대학에선 30위 내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들이다. 1위에 오른 '고구려'는 미천왕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다섯 왕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현재 5권까지 출간됐다. 2위에 오른 '정글만리'는 성장하는 중국과 급변하는 한국의 정세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총 3권의 장편소설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정책개발팀 정관성 팀장은 "서울대의 아카데믹한 학풍과 고려대의 묵직한 특징을 보여주는 독서 패턴"이라고 평했다.

연세대는 상위권 책의 종류가 다채로웠다. 사회과학 분야의 스테디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을 비롯,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과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1위를 꿰찬 '정의란 무엇인가'는 소수집단 우대 정책, 낙태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정의(正義)의 본질에 대해 논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을 앓는 17세 소년과 젊은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최근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정 팀장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연세대의 모습이 대출 목록에서도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세 학교의 톱 10에 모두 포함된 책이 한 권도 없는 점도 특기할 만했다. 두 학교 목록에서 겹친 책도 한 권뿐이었다. 인류 문명의 발달 차에 대해 기술한 사회과학서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서울대와 연세대 대출 리스트에서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그만큼 학생들의 관심 분야가 다양해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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