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관련 소식들을 보면, 인문계의 문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유수의 대기업들이 모두 이공계를 선호한다는 뉴스들에 이어, 대학들의
취업률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아이들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대학교가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이 조금 구태의연하기만 한 이야기로 들릴 게
분명하니, 현실적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을듯하다.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지 않겠나. 따라서 이과를 선호하는 현재의 취업
전선의 경향과 맞물려 아이들의 이과를 선택하겠다는 마음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꽤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단순히 좋다는 것을 따라갔을 때 겪을 수 있는 좌절이나 부적응을 무시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이 어찌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데 말이다. 얼마 전 만난 한 학생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며 별명이 ‘전교 1등’이었던 우수한
학생이다. 당찬 성격에 꿈이 ‘의사’이었던 이 학생은 그러나 고등학교에 가면서 큰 인생의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이과를 지망해 공부하면서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하고 힘들기만 했다. 당연히 성적은 떨어졌다.
책을 읽고, 글쓰기와 영어를 좋아하던 이 학생에게는 이과
계열 공부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물리에서 말하는 역학의 개념도, 기하벡터의 공간도형도 도무지 자신이 받아들이기에는 버거웠다고 한다.
스토리가 있어서 읽으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공식을 이해하고 적용하고, 또다시 다른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힘들기만 했던 이 아이는 공부하는
시간에 멍하니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감도 사라지기만 했다. 열심히 따라가려고 발버둥을 쳐도 다른 애들을 따라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이 학생은 차라리 포기할까 하는 마음마저 먹게 되었다.
과감하게 학생에게 문과로 전과하기를 권유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질질 끌고 가지 말고, 적성을 찾으라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처음엔 놀랍게도 아이는 거절했다. “이과가 취직하기 좋데요. 문과는 나와봤자
먹고 살길이 없데요.”. 앵무새 말하듯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을 내뱉는다. 평상시 어른들에게 들어오던 이야기 그대로 말이다. 장시간 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대학교에 가는 이유와 대학교를 진학 후의 공부, 그리고 그 후 취직하면서도 이과로서 겪을 삶까지를 그려보았는가가 주된 이야기들이었다.
아이는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듯했다. 그리고 문과로 미련 없이 전과를 선택했다.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도 읽고, 영어 공부와 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법과 철학이
좋다고도 한다. 관련 책들을 읽으며 진짜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그리고 말했다. “공부가 재미있어요.” 취업이
정말 중요하기는 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왜 공부를 하고,
대학교에 진학해야만 하는 것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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