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가 누군지 조금은 아시죠? 물리학자인 그는 전기, 그리고 전류연구에 뛰어난 ‘도사’였습니다. 자기작용을 통해 전기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발견해 낸 학자입니다. 수력을 이용한 수력발전을 통해서도 전기를 만들고,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등 발전의 원리를 고안해 낸 학자가 바로 패러데이입니다. 전자기유도법칙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또 유명한 화학자이기도 합니다. 방향족 탄화수소인 벤젠(C6H6)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요즘은 미국의 과학이 최고인 것처럼 들립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대단했습니다. 세계 최고였지요. 여러분이 잘 아는 뉴턴도 그렇고, 진화론의 다윈도 영국 태생입니다. 그러한 영국의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어 사토이 교수 같은 천재 수학자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가난한 어린이들을 사랑한 패러데이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6번이나 한 훌륭한 과학자입니다. 그는 과학을 자신만 알아서는 안되고 그 지식을 나눠주고 싶었던 거죠.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말입니다. 마음씨 좋은 과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은 1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한국에선 올해 7회째 맞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 영국에서는 ‘RI Christmas Lecture’로 불립니다. RI는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의 약자입니다.
“수 속에는 기상천외한 게 많아”
사토이 교수의 지금까지 강연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사토이 교수가 내놓은 숙제는 바로 이런 겁니다. 이 기다란 16자리나 되는 수 3347670493571081을 나눌 수 있는 2개의 소수를 찾는 겁니다. 2개의 소수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초콜릿이 담긴 캐비닛의 비밀을 푸는 암호입니다. 왜냐하면 캐비닛을 두 개의 자물쇠로 잠갔거든요. 두 개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그 암호를 알아내면 사토이 교수가 영국에서 직접 갖고 온 초콜릿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소수를 어떻게 찾는지,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바로 수와 수학의 신비를 푸는 일입니다. 수 속에는 기상천외한 갖가지 미스터리가 숨어 있습니다. 또 풀어도, 풀어도 그 신비와 미스터리는 계속해 나타납니다. 그 신비와 미스터리를 푸는 것은 비단 수학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신비의 수를 푸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세계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 또 그러한 과정이 바로 훌륭한 과학과 기술을 탄생케 하는 요인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토이 교수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수학 없는 과학은 상상할 수 없다.” 사토이 교수의 강의를 더 들어 봅시다.
“제가 가져온 이 수(3347670493571081)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암호입니다. 이 수는 두 개의 소수로 된 수의 곱으로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짧은 수 101×107=10807을 생각해 보죠. 101도, 107도 소수입니다. 다시 말해서 3347670493571081을 101과 107처럼 두 개의 소수로 나눠 보자는 것이죠. 제가 생각할 때는 8자리 정도 되는 두 개의 소수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500만개의 소수가 존재해”
암호전문가인 박철민 교수의 이야기도 잠깐 들어 보죠. “제가 쓰는 소수를 찾는 방법에 따르면 약 500만개에 달하는 소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한 시간 동안 500만개를 다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수를 쉽게 찾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에 그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한다면 아마 쉽게 암호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토이 교수는 박 교수님께 간절히 기원합니다. “초콜릿을 먹고 싶은 배고픈 아이들이 많습니다. 강연이 끝나기 전에 소수를 찾아서 암호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박 교수님이 다 풀 때까지 우리는 그냥 노는 게 아니라 함께 찾아봅시다. 도움을 드리기 위해 간단하지만 소수를 찾아보는 겁니다.”
크리스마스 강연에는 폭발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풍선에 적혀 있는 수 가운데 소수가 아닌 수를 하나씩 터뜨려 나가는 겁니다. 1부터 주목합시다. 수학자들 사이에 1이 소수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많았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하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200년 전에 했다면 1은 소수기 때문에 터뜨리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1은 나눌 수가 없기 때문이죠. 1을 무엇으로 나누겠습니까? 그래서 1은 소수가 아닙니다.
“1은 옛날에는 소수로 취급”
그 다음의 숫자는 2번입니다. 첫 번째 소수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적으로 2의 배수인 2, 4, 6, 8 이런 식으로 나가는 수는 다 터뜨려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숫자 3입니다. 3을 제외한 3의 배수 모두를 터뜨렸습니다. 4는 2의 배수니까 이미 터뜨려진 것이죠? 이제 5번 풍선으로 가 보겠습니다. 5의 배수가 되는 모든 풍선을 터뜨렸습니다.
6번 풍선은 아까 사라졌고 이제 7번 풍선으로 가겠습니다. 7의 배수인 49번 풍선 하나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네 번의 폭발로 1에서 50까지의 소수를 전부 찾았습니다. 소수가 아닌 수는 모두 터뜨려버렸죠. 이 소수들을 보면서 하나의 패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패턴만 있으면 큰 소수를 무한대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수많은 수학자들이 이 소수들을 열심히 연구해 보았는데도 일정한 패턴이나 공식이 없었다는 겁니다. 17과 19처럼 어떤 부분은 가까이 붙어있고, 23과 29처럼 멀리 떨어진 것도 있습니다. 41과 43도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런 소수들을 특별히 ‘쌍둥이 소수’라고 부릅니다.
쌍둥이 소수란 가까이 붙은 소수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사실 저한테는 4살짜리 쌍둥이 딸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 가운데 첫째를 41, 둘째를 43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불행히도 제 집사람이 반대해서 아내 앞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혼자서 비밀리에 제 아이들을 41, 43이라고 부릅니다.
“수학자는 수 속에서 패턴을 찾는 일을 하는 학자”
수학자에게 패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일입니다. 수학자는 수가 주는 여러 가지 형태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그런데 소수는 서로 간격이 가까이 붙어있기도, 또 어떤 것은 멀리 벌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을 보면 패턴이 아예 처음부터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잠깐만, 지금 사토이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1, 2, 3, 4, 5, 6…의 자연수 가운데서 배수가 되는 수(풍선을 터뜨리며 없앤 수)를 제외한 소수에 과연 어떤 질서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 질서(사토이 교수가 이야기 하는 패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초보적이고 간단한 수열의 예를 들겠습니다. 1, 1, 2, 3, 5, 8, 13, 21…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 같지만 있습니다. 즉 패턴이 있습니다. 수열을 모른다고 해도 조금만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1=2, 1+2=3, 2+3=5, 3+5=8, 5+8=13…이라는 패턴이 있습니다. 역으로 뒤로 갈 때는 빼면 다음 수가 나옵니다. 아주 초보적인 겁니다. 그러나 소수의 나열, 즉 소수의 수열에는 일정한 패턴이 없다는 겁니다.
소수의 비밀을 캔 리만은 연구논문을 불태워 버려
즉 1과 그 수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2,3,5,7,11…)들은 일정한 패턴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리만이라는 수학자가 나타났습니다. 리만은 리만의 가설(Riemann Hypothesis)로 유명한 독일의 천재 수학자 리만(Friedrich Bernhard Riemann, 1826~1866)을 가리킵니다. 사토이 교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죠. 그러나 리만은 소수도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리만의 가설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영화를 멀리하고, 결핵으로 고통 받으면서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리만은 죽으면서 자신의 연구를 다 불태워 버립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짐을 지고 있는 인간에게 그깟 수학이론이 뭐가 그렇게 대수로운 일일까 하는 허무한 생각? 아니면 초연한 생각을 하면서 자취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마감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가설을 지금까지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클레이라는 돈 많은 기업가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겁니다. 다시 사토이 교수로 갑시다.
“사실 저에게 이 소수들이 중요한 이유는 제가 런던 축구팀과 연관돼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소수(prime number)가 수학의 기초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시 왜 소수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요소가 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여기 숫자가 있는데 105입니다. 이게 소수일까요? 아니면 다른 수로 나눠질 수가 있습니까? 제 생각에는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다 아는 것처럼 뒷자리수가 5로 끝나게 되면 보통 5의 배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수를 5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5로 나눠보죠. 그럼 21이 됩니다. 21은 소수인가요? 아닙니다. 7로 나눌 수 있습니다. 21은 다시 7과 3으로 남게 됩니다. 그런데 3, 5, 7은 전부 소수들입니다. 더 이상 나눠질 수가 없죠.
“화학의 원소와 수학의 소수는 같은 원리”
그래서 사실 수가 크더라도 계속해서 이렇게 나눌 수가 있습니다. 나눌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나누면 되죠. 그래서 수를 계속 나누다 보면 결국 나눌 수 없는 소수로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는 모든 수의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1은 다른 수와 곱해도 새로운 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1은 수의 기본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풍선 1을 터뜨려 버린 거죠.
다른 분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화학에는 원소 주기율표라는 게 있습니다. 주기율표에는 수소나 헬륨, 니튬과 같은 많은 원소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런 원자들이 모여서 분자를 만드는 거죠. 또 분자들이 모여서 물질이 만들어 집니다. 원자는 물질의 기본입니다.
예를 들어서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물이 만들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수학에서는 소수를 통해서 모든 수를 다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소수는 원자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수를 통해서 수학이 만들어지고 또, 수학을 통해서 과학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는 바로 전체 과학의 기초가 되는 거죠. 그래서 소수가 중요하고, 수학자들이 이 소수 사이에 있는 기본적인 형태를 찾으려고 하는 겁니다.”
잠깐만, 소수를 영어로 prime number라고 합니다. 프라임(prime)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죠? ‘최고, 또는 제일, 중요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자로는 소수(素數)라고 씁니다. 素는 모든 것의 바탕이 된다고 해서 ‘바탕 소’라고 읽는 겁니다. 사토이 교수가 소수를 강조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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