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수학,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지 않다

여성과 수학. 이 이야기와 관련, 생각나는 인물을 꼽으라면 하버드 총장을 지낸 서머스(Lawrence Summers)와 독일 출신의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를 들 수 있다.

하버드 수재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까지 지낸 서머스는, 하버드 최연소 교수가 돼 하버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야구선수가 더 유명하고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고는 “내가 학문의 길을 걷지 않고 어렸을 때 한 야구에 매진했다면 유명한 선수가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했다. 그가 야구에 얼마나 재능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자부심이 대단한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서머스, 여성이 수학에서 열등하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

학문적 자부심이 강한 서머스는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과 독설로도 유명하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또는 유전학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지적 능력이 열등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가 언급하는 기초과학은 수학과 물리학이다. 특히 여성의 수학능력을 지적하는 이야기다. 수학능력이 선천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초과학분야에서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탄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되풀이 했다.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이다. 하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는 말은 오죽하랴. 여성을 비하하는 그의 말은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렸으며, 여성단체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더 심한 비난을 받은 것은 과학관련 매체와 연구기관으로부터다.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하는데 과학의 ‘과’라도 알면서 열등이라는 말을 운운하느냐”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심지어 남성 중심대학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 내 교수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하버드는 전통의 하버드 천문대에서 여성 과학자들에게 망원경을 보지 못하게 한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여성들에게도 험담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한국여성에게도 엄청난 비난을 퍼부어댔다. “1970년대 서울거리의 소녀들은 대부분 몸을 팔아 끼니를 때우는 창녀였다. 그들이 창녀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은 미국의 원조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는 등 우리나라 자존심에 먹칠하는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혀끝을 조심하지 않았다. 그가 모교인 하버드 총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따지고 보면 혀끝을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핵을 받거나 실정법을 위반해 보따리를 싼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물러나자 하버드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 들어섰다. 여성에게 가장 인색하기로 소문난 하버드에 개혁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드류 파우스트(Drew Faust) 총장은 하버드 대학 출신도 아니다.

기초과학에서 여성이 열등하다는 주장의 근저에는, ‘여성은 고상하지 않고 물욕에만 눈이 멀었다’는 근거 없는 편견이 깔려 있다. 이러한 편견을 바탕으로 여성을 깎아내리기 위함인 것이다. 과학은 물욕을 초월한 남자들만의 학문이라는 생각이다.

“에미 뇌터는 남녀 불문 최고의 수학자”
“에미 뇌터는 여성고등교육(대학)이 시작한 이래 배출된 가장 주목할만한 인물이며 창조성이 풍부한 수학의 천재였습니다”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이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채 미국 어느 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뇌터를 위해 뉴욕타임스(NYT)에 남긴 추도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또 이렇게 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정한 예술가, 연구가, 그리고 사상가들은 남의 주목을 끌지 않은 채 자기 인생의 길을 걸은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그들의 노력의 열매는 한 세대가 후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터의 정리’로 20세기 물리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에미 뇌터는 ‘여성이 기초과학에 약하다’는 편견을 물리치고 위대한 수학자로 우뚝 선 인물이다. 그녀는 수학 가운데서도 고상한 추상대수학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당시 스승이자 현대 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힐베르트(David Hilbert)가 그녀의 재능을 인정해서 뇌터를 대학 강사로 추천하자 교수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자 힐베르트 왈, “아니, 대학이 목욕탕이요!”  뇌터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다.

“여학생과 남학생 간 수학성적 차이 없어”
고상함으로 보면 뇌터가 하버드 수재 서머스보다도 훨씬 낫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수학에서 열등하다는 것은 바로 여성이 너무나 현실적이며 물질적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기초과학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과학원이 있다. 수학, 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에서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거쳐가며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재단(NSF)이 700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상대로 수학성적을 조사한 결과, 여학생과 남학생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런 외신보도는 그렇게 새로운 일도,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여성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약하지도 않고 서머스가 지적한 것처럼 논리에서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면, 후천적인 사회적 환경 탓이지 선천적인 생물학적 탓이 결코 아니다.
 ScienceTimes

댓글 없음: